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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 팔면 800만원인데 벌금은 200만원…동물보호 제도 '유명무실'

최근 거제씨월드에서 멸종위기종으로 분류되는 벨루가를 타고 놀 수 있는 VIP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해 논란이 됐다.

또 다른 멸종위기종인 반달가슴곰도 불법으로 도축하는 농가가 밝혀지는 등 동물학대에 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근본적인 문제해결이 되지 않는 이유에는 미흡한 현행법이 있었다.

올해 불법번식한 새끼 반달가슴곰(사진=동물자유연대)


곰 보호할 곳 없어서 벌금형만몰수도 못 해

지난 22일 청와대 국민청원에 ‘반달가슴곰 불법 도살 및 곰고기 취식, 정부는 사육곰 문제 더 이상 방치말고 해결하라!’라는 국민청원이 올라왔다.

1981년 농가 소득 증대를 위해 곰을 사육해 해외에 수출하는 사육곰 사업이 시작됐다. 하지만 1993년 한국 정부가 ‘멸종 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의 국제 거래에 관한 협약(CITES)'에 가입하면서 수출을 할 수 없게 됐다.

청원은 이를 지적했다.

청원글을 올린 동물자유연대는 “정부는 이때 근시안적 판단으로 사육곰을 도살해 웅담을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해 같은 반달가슴곰이 국제적 멸종위기종과 도축의 대상인 사육곰으로 나뉘게 되는 상황을 만들었다”며 “사육곰의 증가만 막으면 웅담을 목적으로 한 도살로 사육곰은 자연히 도태될 것이라는 계산이었다”고 비판했다.

당시 환경부는 사육곰에 대해 중성화 수술을 해 증식을 막거나 혹은 전시관람용으로 용도를 변경해 계속해서 번식시키고 사육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로써 2014년부터 2017년까지 967마리에 대해 중성화가 진행됐으며 전시관람용으로 전환된 곰은 92마리였다.

하지만 현재까지도 불법 사육곰 농가는 전시관람용 곰들을 불법 증식해 웅담, 곰고기, 웅지(곰의 기름)등으로 판매하고 있었다. 현행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야생생물법)’ 제14조(멸종위기 야생생물의 포획·채취등의 금지)에 따르면 이는 엄연히 불법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일부 농가에서는 불법 사육곰 농가는 이같은 행위를 지속하고 있다.

주무부처인 환경부는 한 불법 농가를 네 차례 적발해 32마리의 불법 증식을 확인했지만 처벌은 고작 벌금 200만원이 전부였다. 웅담가격이 10cc에 350만원에 이르고 그 외에도 불법적으로 판매하는 웅지나 곰고기 등까지 고려했을 때 이는 터무니없이 낮은 수준이다.

‘야생생물법’ 제71조(몰수)에 따르면 허가 없이 멸종위기종을 포획 채취할 경우 국제적 멸종위기종 및 그 가공품은 몰수한다고 나와 있다. 하지만 현재 몰수를 하지 못하고 벌금형에서 그치는 이유는 바로 보호시설이 없기 때문이다.

이에 동물자유연대는 “지난해 동물자유연대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노력으로 사육곰 보호시설(생츄어리) 예산을 4년 만에 포함했지만 기획재정부의 반대로 제대로 된 심사조차 받지 못한 채 폐기되었다”며 “아직 사육곰 430마리가 남아있어 실효성 있는 대책이 나오지 않는 이상 불법행위는 계속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한차례 이러한 사육곰들이 구출되어 동물원으로 보내진 적이 있었다. 2019년 10월 12일 녹색연합은 웅담 채취용 농가에서 곰들을 구출해 청주동물원에 새로운 보금자리를 마련해 주었다. 하지만 이 곰들은 세 마리뿐이었다.

동물자유연대 김수진 활동가는 “동물원도 돌볼 수 있는 개체에 한계가 있으니 사육곰들을 계속해서 받을 수 없다”며 “매번 동물원에 보낼 수도 없고 임시방편이 아닌 제대로 된 시설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거제씨월드 홈페이지 캡처


현행법 동물원·수족관 관리 기준 불명확

멸종위기종인 벨루가를 타고 놀게 한 거제씨월드도 누리꾼들의 질타를 받고 있다. 거제씨월드는 ‘VIP 라이드 체험’이라는 이름으로 회당 70분 동안 20만원의 이용료를 받으며 돌고래를 타고 사진을 찍는 등의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하지만 현행법상 이러한 행위는 불법이 아니다.

‘동물원 및 수족관의 관리에 관한 법률(동물원수족관법)’ 제7조(금지행위)에 따르면 동물 학대는 때리거나 상해를 입히는 행위, 먹이 또는 급수를 제한하거나 질병에 걸린 동물을 방치하는 행위여야만 학대로 인정한다.

이에 따라 거제씨월드도 처벌받을 명분이 없는 것이다. 하지만 2014년 4월에 개장한 이 시설에서 2015년 2마리, 2016년 3마리, 2017년 1마리 등 총 6마리의 돌고래가 죽은 사실이 드러나며 현행법에 대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오는 이유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중대형 동물들을 따로 보호할 수 없는 시설이 없다. 동물원수족관법에 제시된 동물원의 목적에 따라 동물원에서 야생생물 등을 보전하고 있다. 하지만 보전을 위한 시설을 감시할만한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의견도 많다. 동물자유연대는 “동물원수족관법은 전반적인 개정이 필요하다”며 “동물 사육 기준이나 환경 등도 명확히 제시되어있지 않다”고 말했다.

환경부 올해 개정안 발의 예정

개정안에 대한 논의가 이전에 없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 2016년 5월 19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동물원수족관법이 통과되면서 지난 2017년 5월부터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시행됐다.

하지만 해당 법에 허점들이 많아 2017년 10월에는 이용득 의원이, 2019년 2월 28일에는 한정애 의원이 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지만 사상 최악의 식물국회라고 평가받는 20대 국회가 끝이 나며 법 개정은 흐지부지 끝나게 되었다.

환경부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많이 들어 개정법률안 내용을 구체화한다는 계획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올해 안에 개정안 발의를 추진할 것이다”라며 “법 심사가 원활히 이뤄진다면 내년 상반기에 가능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법 개정이 이뤄질 때까지 동물산업계와 동물보호단체들의 갈등은 심화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법의 수위를 두고 양측간의 이견이 존재할 수밖에 없어 의견 조율 과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스냅타임 신현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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