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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카 범죄 여전히 기승... "절대 걸릴 일 없어요"

“몰래카메라(몰카)요? 일단 들어오세요”

지난 10일 오후 찾은 서울 종로구의 세운상가. "작은 카메라도 판매하냐”는 질문에 상인 A씨는 익숙한 듯 “몰카?”라고 되물었다. 일반 카메라를 파는 것처럼 진열대와 간판을 차려 놓은 상점이었다. A씨는 "좀 전에도 한 남성이 제품을 사갔다"고 말했다.

지난달 29일 서울 여의도 KBS 건물 여자화장실에서 불법촬영장치가 발견돼 여성들의 '몰카 공포'가  다시금 커지고 있다. 특히나 각종 물품으로 위장한 변형 카메라가 몰카 범죄에 사용되는 등 몇 년째 기승을 부리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2011년 1535건에 불과하던 '카메라 등 이용촬영' 범죄 현황은 2018년 5925건으로 증가했다.

몰카범죄에 대한 논란과 여성들의 두려움이 커지고 있지만 몰카의 판매·구매를 규제할 제도는 없는 상황이다. 지난 10일 방문한 세운·용산전자상가에서는 손쉽게 몰카 판매처를 찾아볼 수 있었다. 일반 카메라 판매처부터 대놓고 '몰카' 판매를 광고하는 상점까지 다양했다.

10일 오후 몰래카메라를 판매하고 있는 서울 종로 세운상가의 한 상점 (사진=박지연 인턴기자)


"들킬 일 절대 없어"... 쉬워도 너무 쉬운 몰카 구매

“고정형은 싸고 배터리가 오래가지. 하지만 요즘은 휴대용을 많이들 찾아요”

상인 A씨는 고정형과 휴대용 ‘몰카’의 차이점을 조목조목 비교하며 설명했다. “고정형은 영상을 바로 확인하기가 어려워요. 휴대용이 훨씬 편하죠. 칩만 꽂으면 바로 확인이 가능하잖아.”

가격도 천차만별이다. 고정형의 경우 싸게는 5만~6만원 선에서 구매가 가능하다. 휴대형은 10만원대부터 40만원대까지 다양하다.

가장 많이 팔리는 제품을 묻는 질문에 A씨는 휴대용 변형카메라의 일종인 ‘자동차 스마트키 형’ 몰카를 검색해 보여줬다. 보조배터리형도 최근 들어 인기가 높다고. 내장된 카메라로 촬영이 가능하다. 실제 보조배터리와 동일하게 생겨 감쪽같이 속는다는 것이 상인의 설명이다.

또 다른 상점을 찾았다. 상인 B씨도 ‘자동차 스마트키 형’ 몰카를 적극 추천했다. 흔해서 눈에 띄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아예 제품을 꺼내 직접 시범을 보이기도 했다.  3cm 남짓한 직사각형 모양으로 얼핏 보기엔 일반 자동차 키와 크게 다를 바 없었다. 열쇠를 위로 올리자 내장형 칩을 넣는 공간이 드러났다. 중앙부엔 쌀알 크기의 렌즈가 박혀있었다. ‘들키면 어떡하냐’는 질문에 B씨는 “요즘이 어떤 시댄데, 절대 걸릴 일 없다”고 말했다.

서울 용산구 용산전자상가. 몰래카메라를 취급하는 상점 10여곳이 모여있다. (사진=박지연 인턴기자)


서울의 대표적인 전자제품 판매점이 밀집한 용산구의 용산전자상가.

이곳은 아예 몰래카메라 취급 상점 10여곳이 한 상가 내에 모여있었다.  한 카메라 판매점에서 몰카 제품 소개를 부탁하자 상인 C씨는 손목시계형부터 페트병‧USB(이동식 저장장치)형 등 다양한 제품을 꺼내 놓았다. ‘볼펜형’ 몰카는 구식이다. C씨는 “볼펜의 경우 옷소매 등에 꽂아서 써야 하는 만큼 부자연스러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곳에선 몰카 구입의 목적은 중요하지 않다. 또 다른 상인 D씨는 "우리는 목적에 관심 없다"며 "구매 의사가 있는 사람에게 물건을 파는 것일 뿐"이라며 선을 그었다.

이날 세운·용산전자상가의 몰카 판매점을 여러 곳 방문했지만 몰카가 '불법'이라는 곳은 한 곳도 없었다. 오히려 창고에서 당당하게 물품을 꺼내와 성능을 설명하는 상인도 있었다.

한 상인은 "우리는 전파 인증을 거친 합법한 제품이다"며 "오히려 인터넷 상엔 값싼 미인증 제품이 많아 돈만 날릴 수 있다"며 구매를 회유했다.

자동차 키 형 몰카를 판매하는 인터넷 사이트 (사진= 사이트 캡쳐)


실제로 포털사이트에 몰카 관련 몇 가지 키워드를 검색하니 손쉽게 구매 사이트로 이동이 가능했다. '클릭' 몇 번이면 몰카 구매까지 걸리는 시간은 단 3분이면 충분했다.

보조배터리형 몰카를 판매하는 한 사이트는 '아주 미세한 주파수를 잡아낼 수 있는 (몰카)탐지기에도 통과한 제품'이라고 홍보했다.

불법을 의심하는 구매자의 질문에 "채소를 다듬는 부엌칼은 불법이 아니지만 (칼을) 들고 남의 집을 넘어가면 범죄도구가 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고 에둘러 설명했다. 판매자에게는 아무 책임이 없다는 뜻이다.

다양한 형태의 위장형 카메라 (사진=이데일리)


전문가 "처벌 수위 높여 몰카 구매 수요 차단해야"

몰카 범죄를 막기 위한 '변형 카메라'법은 지난 20대 국회에 두 차례 발의된 바 있다. 장병완 민생당 전 의원과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법안으로, 악용 우려가 없는 변형카메라의 판매만 가능토록 하는 허가·등록제 도입과 판매이력정보시스템 구축을 골자로 한다.

하지만 해당 발의안들은 20대 국회 임기 만료로 자동 폐기됐다. 2018년 11월 국회 과방위 법안심사소위 안건 목록에 이름을 올렸지만 "기술 개발과 진화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이것(몰카)이 근본적으로 막아지겠냐"는 일부 위원들의 지적이 이어진 후 제대로 논의가 이어지지 않은 것이다.

전문가 역시 카메라의 기술이 고도로 발달하고 있는 상황에서 몰카의 유통을 원천 차단하는 것은 어렵다고 말했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위장형 카메라 자체를 불법화하기는 힘들다"며 "몰카의 판매와 구매 이력을 기록하는 등의 시스템을 구축해 판매자와 구매자 모두를 철저히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 교수는 몰카 범죄에 대한 처벌 수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법무부가 지난 2월 발간한 '2020 성범죄백서'에 따르면, 불법촬영 관련 성범죄자들에 대한 처벌은 벌금형(56.5%)이 가장 많았다. 집행유예가 30.3%로 그 뒤를 이었고, 징역형은 8.2%에 불과하다.

이 교수는 "그동안은 경찰이 몰카 공급망 차단에 주력을 뒀지만 공급량이 줄어들면 (몰카) 가격이 올라 돈 냄새를 맡은 유통업자들이 몰리기 마련이다"며 "결국엔 벌금형에 그치는 현행 처벌 수위를 강화해 범죄의 목적으로 몰카를 구매하려는 이들의 수요를 차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스냅타임 박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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