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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만원에 소설같은 자소서"... 끊이지 않는 취업 자소서 대필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자소서 대필을 구한다'는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것에  취업준비생 정모씨(26)는 큰 허탈감을 느꼈다.

정씨는 "지난 상반기 공채 당시 잠도 줄여가며 자기소개서를 작성했던 것이 생각나 화가 났다"며 "'정당한 금액을 지불하고 이득을 취했으니 된 것 아니냐'는 주장도 있지만 가장 근본적인 '공정성'이 어긋나는 일이라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청년층이 역대 최악의 고용절벽을 맞으면서 취업 자소서 대필 문제도 끊이지 않고 있다. 그동안 고액 사설 업체를 중심으로 암암리에 이뤄지던 자소서 대필이 인터넷 커뮤니티로 무대를 확장한 것.

기업은 AI(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부정 서류에 대한 거르기 작업을 강화한다는 입장이다. 인사 전문가는 "면접에서 모든 것이 들통나게 되어있다"고 경고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1시간 만에 뚝딱…2만원이면 새로 태어나는 '자소설'

최근 다음 카페·번개장터 등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자소서 대필해줄 사람을 찾는다”는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실제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자소서 대필을 의뢰하자 두 명의 인물이 접근해왔다.

이중 A씨가 제시한 금액은 500자 당 2만원. 사설 컨설팅 업체가 자소서 한 장에 20만~30만원을 부르는 것에 비하면 상당히 저렴한 가격이다. A씨는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대기업 인턴에 다수 합격시킨 경험이 많다며 전공·관련 경험·자격증을 정리한 문서를 보내줄 것을 요구했다.

거짓으로 점철된 이력 문서를 전송했다. A씨는 이력 문서의 세부적인 내용을 물으며 “(의뢰자의) 인생을 직접 살아본 것이 아니기 때문에 경험을 간접적으로 녹여내는데 한계가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A씨가 자소서 한 문항을 완성하는데 걸린 시간은 1시간 15분.

국어논술 강사로 수년간 재직 중이라는 B씨는 24시간 내에 마감이 가능하겠냐는 질문에 “의뢰자가 많아 문항 당 3만~4만원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개인정보가 남지 않는다는 것 역시 강조했다.

그는 “의뢰자의 서류 합격 결과가 나온 뒤 받았던 정보 모두를 영구삭제하기 때문에 걱정할 필요 없다”고 말했다.

이러한 방식으로 자소서 대필을 맡긴 경험이 있다는 취업준비생 차모씨(26)는 “말 주변이 없어 자소서 작성에 어려움을 겪던 중 싼 가격에 혹해 대필로 제출한 적이 있다”며 “어차피 내 경험·이력을 전달해주면 작성하는 것이기 때문에 크게 문제가 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고 말했다.

인사 전문가는 "자소서 속 자아와 면접자의 자아가 다르다는 것이 면접관의 입장에선 확연히 느껴진다"고 강조했다. (사진=연합뉴스)


AI 로 부정 서류 잡는 기업들... 전문가 "면접에서 드러나게 돼"

취업 자소서 대필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국내 일부 기업들은 서류 평가에서 이처럼 대필 자소서를 거르기 위해 AI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

롯데그룹은 2018년부터 AI 시스템을 서류 평가에 적용하고 있다. '표절율'과 '핵심인재적합도'가 핵심이다. 표절율의 경우 최근 몇 년간의 합격 자소서와 인터넷에 공개된 자소서 등과 비교해 문장·단어가 일정 수준 이상 동일할 경우 불이익이 발생한다. 핵심인재적합도의 경우 해당 직무와 적합한지 판별한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AI 채용이 유의미한 결과를 만들고 있어 향후 시스템을 정교화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SK C&C 역시 2018년 인공지능 서류평가 시스템인 ‘에이브릴 HR 포 리쿠르트’를 개발·적용하고 있다.

이 회사의 AI는 과거 자기소개서의 유사성을 분석한다. 이후 문장 단위 평가를 거쳐 노력수준·난이도·성취수준 등 평가항목에 대한 점수를 매기고 친화성·개방성 등 성향을 파악한다.

자소서 대필에 대해 인사 전문가는 “대필의 여부는 면접 과정에서 드러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유튜브 채널 ‘인싸담당자’의 복성현 대표 (전 이랜드그룹 인재개발 채용팀장)는 “대필인 경우 자신의 경험과 다른 경우가 많아서 질문에 제대로 답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결국 면접과정에서 이같은 부분은 감점요인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면접관의 입장에선 대필인 경우 자소서 속 자아와 면접자의 자아가 다르다는 것이 확연히 느껴진다”며 “자신이 작성한 것이 아니기에 이질감이 느껴질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냅타임 박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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