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 세대를 위한 뉴스

snaptime logo

"눈만 높다고요?" 취업절벽에도 '중소기업' 안 가는 이유

"연봉이 1000만 원 이상 차이가 나서 선뜻 중소기업에 입사하지 못하겠어요. 당장 취업이 급하기는 하지만, 시간을 조금 더 들여서라도 좋은 기업에 입사하는게 맞는 것 같아요." 



최근 한 중소기업에 합격한 이모씨(여·23세)는 "급한 마음에 공고가 보이는 대로 지원했다"며 "막상 계약서를 쓰려고 보니 연봉 수준이 사실상 최저임금과 다름없어 입사를 포기했다"고 말했다. 이어 "4년 동안 납부한 대학 등록금만 3200만원"이라며 "좋은 직장을 갖기 위해 대학을 나온 이유도 있는 만큼 학비보다는 더 벌어야 하지 않겠냐"고 되물었다.

극심한 취업난에도 입사를 포기하는 청년들이 속출하고 있다. 최종 합격한 기업이 대기업이 아닌 중소기업이라는 이유에서다. 중소기업의 낮은 연봉과 열악한 복리후생 및 근무조건 등이 청년들의 중소기업 입사를 주저하게 만들고 있다.

"업무 강도는 높은데 임금은 적어" 

구인구직 플랫폼 사람인이 합격 경험이 있는 구직자 1246명을 대상으로 '입사 포기'를 조사한 결과, 구직자 10명 중 4명(39.2%)가 포기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입사를 포기한 기업의 형태(복수응답)는 '중소기업'(80.8%)이 압도적으로 많았으며, 중견기업(16.2%), 대기업(6.3%)이 뒤를 이었다. 중소기업을 입사하지 않은 이유로는 '연봉 등 조건에 대한 불만족'(42.0%)이 1위로 꼽혔다.

취업준비생 정모(남·27세)씨는 "직원수 20명 남짓한 기업에서 인턴을 하다 정규직 제안을 받았지만 거절했다"며 "낮은 연봉에 비해 업무 강도가 매우 높았다"고 답했다. 이어 "누군가는 배가 불렀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임금 상승률도 매우 낮았고 커리어를 쌓을 수 있는 환경도 아니었기에 입사를 포기했다"고 덧붙였다.

신입직 초봉 격차 '더' 커졌다

실제로 중소기업 신입직 초봉은 대기업 신입직의 68.9%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기업규모 간 신입직 초봉 격차는 10년째 줄어들지 않았다.

 

(자료=잡코리아)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집계한 ‘4년대졸 대·중소기업 신입사원 초봉’ 자료에 따르면 2011년 중소기업 신입직 초봉평균은 2279만원으로 같은 해 대기업 신입직 초봉(3473만 원) 보다 1194만원 적었다. 10년이 지난 올해 중소기업 신입직 초봉(2840만원)과 대기업 신입직 초봉(4118만원)의 차이는 1278만원으로 더 벌어졌다.

청년들이 ‘1000만 원 이상 차이나는 연봉’과 ‘점점 심해지는 임금격차’로 중소기업 입사를 포기한다는 의미다. 기본 상여나 인센티브까지 포함할 경우 대·중소기업간 임금격차는 더 큰 것이 현실이다.

전문가 "대·중소기업 간 '격차줄이기' 이행돼야"

전문가들은 생애 첫 일자리가 평생에 걸쳐 임금과 고용 등에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정보영 청년유니온 정책위원장은 "첫 직장이 어느 곳이냐에 따라 직장생활을 하는 내내 임금수준이 결정된다"며 "한 번 중소기업에 발을 들이면 이직을 하더라도 이전과 비슷하거나 조금 더 높은 수준의 연봉을 받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이유로 청년들은 자신이 (경제적으로) 버틸 수 있을 만큼 버티며 대기업 입사를 준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 역시 "흙수저, 금수저와 같은 이른바 '수저계급론'은 직장생활에도 그대로 적용된다"며 "생애 첫 일자리에 따라 사회적·경제적 계층이 나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재 노동시장에서는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대기업에 입사하는 게 합리적"이라며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임금을 포함한 대·중소기업간 근무환경의 격차를 줄이는 노력을 선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스냅타임 박서빈 기자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