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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오디오북→챗북... 변화하는 독서 방식

기존의 독서는 종이로 만든 책을 읽는 행위를 말했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서면서 IT(정보기술)의 발달로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의 보편화로 e북(전자책)이 종이책의 자리를 조금씩 차지했다. 최근에는 직접 읽는 수고마저 덜어주는 오디오북이 인기를 얻는 등 독서방식의 변화속도가 빨라지는 모양새다.

특히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서점이나 도서관처럼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를 출입하는 사례가 줄고 있다.

아울러 사회적 거리두기로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시·공간의 제약이 적을뿐만 아니라 멀티태스킹(다중업무수행)이 가능하다는 장점을 가진 오디오북 이용자가 지속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오디오북 시장 규모가 지속 성장하면서 다양한 기업들이 관련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오디오클립은 오디오북, 강연, 개인방송 등 유료 오디오콘텐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사진=오디오클립 애플리케이션 캡처)


내년 오디오북 시장 600억 전망... 코로나19로 이용자 급증

오디오북 시장은 전세계적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영국의 다국적 컨설팅 그룹 딜로이트에 따르면 2020년 기준 글로벌 오디오북 시장 규모는 35억 달러(4조 2600억원)라고 밝혔다.

국내 오디오북 시장도 올해 200억~300억원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2021년에는 2배 이상 늘어난 500억~6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네이버 오디오클립 관계자는 "글로벌 오디오북 시장이 연평균 20%대의 성장을 보여온 만큼 국내 오디오북 시장에 대한 기대도 높다"라고 말했다.

그는 "스웨덴 오디오북 기업 스토리텔에 따르면 올해 국내 오디오북 시장규모는 300억원 수준"이라며  "작년 5월 대비 월간 오디오클립 청취자수와 연재 채널의 개수는 2배 성장했다”고 했다. 이어 “오디오클립에서 제공하는 오디오북의 거래액도 지난 2월 대비 16% 상승했다”며 “코로나19로 인해 집에 머무는 시간이 증가하고, 심리적 우울감을 호소하는 분들이 많아지면서 오디오클립의 사용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국내 대표적인 오디오북 기업 '밀리의 서재'도 최근 이용자가 늘었다.

회사 관계자는 "지난 3월 일일 활성 이용자수(DAU, Daily Active Users)가 올해 1월보다 28%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사회적 거리두기에 동참하면서도 일상에서 벗어나 휴식을 취하는 방법으로 ‘북캉스’를 보내는 분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비교적 전문 분야로 여겨지던 과학과 역사 분야의 도서를 찾는 분들이 늘었다”며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바이러스, 의학 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점도 일부 반영됐을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멀티태스킹 가능한 오디오북...유명인이 읽어준다

오디오북의 인기요인으로는 들으면서 다른 일을 할 수 있다는 점을 꼽는다. 아울러 경제적 부담이 종이책을 구매해 읽는 것보다 저렴하고 최근 셀럽들이 오디오북 내레이터로 활동하는 점도 인기요인 중 하나다.

서울에 사는 이예린(여·26)씨는 “요즘은 코로나19로 서점이나 도서관에 못가니까 오디오북으로 대신 독서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책 읽는 시간을 따로 내지 않아도 된다. 다른 일을 하면서도 동시에 책을 들을 수 있다"며 "종이책을 사지 않아 금전적 부담도 줄어 자주 듣게 된다”고 강조했다.

유명인과의 협업도 인기 요인 중 하나다. 뮤지션부터 배우, 아나운서, 작가, 감독 등 좋아하는 유명인이 어려운 책을 요약해 들려주니 부담 없이 청취할 수 있는 것이다.

인공지능(AI)기술의 발달로 앞으로 유명인과의 협업은 더욱 증가할 전망이다. 오디오북 제작에 사람의 음성을 분석, 데이터로 변환해 원하는 텍스트에 그 사람의 목소리를 입힐 수 있는 음성합성기술을 활용하기 때문이다.

오디오북 시장의 성장은 청년 취업난 해소에도 기여를 할 전망이다.

지난 13일 열린 ‘제13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 겸 제31차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는 ‘미래 산업·직업구조 대비 신직업 활성화 방안’을 확정했다.  정부는 당시 회의를 통해 14개 신직업을 발굴키로 했으며 그 중 하나가 '오디오북 내레이터'다.

 

밀리의 서재의 ‘셀럽과 함께하는 Special 오디오북’에서는 현재 95권의 오디오북을 유명인의 목소리로 제공하고 있다. (사진=밀리의 서재 애플리케이션 캡처)


전자책, 오디오북, 챗북... 독서방식의 진화

독서방식의 변화는 오디오북에서 그치지 않는다. 최근에는  오디오북을 넘어 채팅 형식으로 책 내용을 설명해 주는 ‘챗북’도 있다.

밀리의 서재 관계자에 따르면 “오디오북과 챗북은 긴 글이 익숙하지 않은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한 밀레니얼세대와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Z세대를 통칭하는 말)에게 반응 좋다”며 “젊은 세대들은 자투리 시간을 가치 있게 보냈다는 점에서 성취감을 느끼고, 이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인증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빅데이터 전문가 송길영은 지난해 12월에 방영된 tvN 다큐멘터리 'Shift(시프트)-책의 운명'에서 “SNS에 독서 행위를 인증하는 것은 젊은 세대가 자신을 표현하는 방식 중 하나이다”라며 “디지털 환경은 독서를 계속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준다.”고 설명했다.

 

대화로 책 내용을 설명해 주는 밀리의 서재 ‘챗북’서비스. e북과 연결해 원문 확인도 가능하다. (사진=밀리의 서재 애플리케이션 캡처)


아이디 'ba*******'를 사용하는 한 누리꾼은 자신의 SNS에 "종이가 아닌 다른 형태의 책이 처음에는 낯설었으나 집안일을 하면서 듣다 보니 어느새 빠져들었다"며 “추리·범죄 소설이 몰입하기 쉬워 듣는 책에 적합했고, 앞으로의 발전이 매우 기대된다”라고 오디오북 이용후기를 남겼다. 이 게시글은 수백개의 '좋아요'를 받으며 많은 이의 공감을 얻었다.

다만 이처럼 편리한 방식을 통해서만 독서를 하는 것에 대해 주의환기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독서를 위해서는 끈기와 인내가 필요하다"며 "매체의 다양화로 한가지에 집중할 수 있는 심리적 여유가 부족해 접근용이한 방식을 계속 찾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회적 관계, 지식의 충족을 위해 책의 내용을 단순히 알고만 있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며 “책을 직접 읽고 이해하는 과정을 통해 통찰력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스냅타임 정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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