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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인재 의무채용 비율 확대... 수도권 대졸자 '역차별' 논란

(사진=연합뉴스)


수도권 소재 대학을 졸업 후 공공기관 취업을 위해 2년간 준비해온 이모(29)씨는 최근 국회에서 잇따라 발의된 공공기관 지역인재 의무채용 비율 확대 법안들을 보고 허탈감에 빠졌다. 충북 청주에서 나고 자랐지만 수도권에 있는 대학을 나왔다는 이유만으로 ‘지역인재’에 해당하지 않아서다. 

이씨는 충북 음성군에 있는 한국소비자원에 지원해도 공공기관 지역인재 의무채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현행법상 ‘지역인재’에 해당하려면 채용기관이 위치한 지역대학 출신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씨는 “공공기관이 블라인드 채용을 실시하면서 지방대 나온 사람들도 공정한 기회를 가지게 된 셈이다. 지방대학 출신만 뽑지 않더라도 직무 역량만 갖췄다면 채용되는 것 아니냐”며 “정작 지역에서 자리 잡고 일하면서 살아갈 마음이 있는 취준생들이 소외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역인재 의무채용 확대 법안...실거주 취준생 소외

21대 국회 개원 이후 지역균형발전과 관련된 법안들이 잇따라 발의되고 있다.

이중에는 공공기관의 지역인재 의무채용 비율을 확대하는 내용이 다수 포함돼 수도권 대학 출신의 공공기관 취업준비생들(이하 취준생)의 공분을 사고 있다. 그간 ‘지역인재’를 단순히 지방대 출신으로만 한정한 것은 ‘역차별’이라는 목소리가 끊임없이 제기돼 왔음에도 여전히 대책 마련 없이 의무채용 비율만 확대하려 한다는 것.

지난 2014년에 제정된 ‘지방대학 및 지역균형인재 육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공공기관과 상시 근로자의 수가 300명 이상인 기업은 신규 채용인원의 일정비율 이상을 지역인재로 채용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해당 법은 지방대학의 경쟁력 강화와 지역 간 균형 있는 발전을 목적으로 제정돼 공공기관의 지역인재 채용을 권고해왔다. ‘지역인재’가 지방대학 출신으로 한정된 탓에 수도권 대학 출신의 취준생들이 ‘역차별’ 목소리를 내왔고, 한편으로는 지방대 경쟁력을 살리기 위한 법 취지 상 어쩔 수 없다는 의견도 만만찮았다.

문제는 지난 2018년 개정된 ‘혁신도시 조성 및 발전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권고' 사항이었던 지역인재 채용이 '의무'로 바뀌게 되면서 시작됐다. 해당 법에 따르면 혁신도시로 이전한 공공기관들은 해당 지역의 대학졸업생을 의무채용해야 한다.

이 법을 적용하는 공공기관은 한국철도공사·한국수자원공사·한국조폐공사·한국가스기술공사·한국고용정보원 등 총 130개로, 올해 의무채용 비율은 24%이지만 오는 2022년까지 30%로 확대된다. 지난 5월 27일 광역화된 혁신도시를 포함해 지역인재 채용 권역은 총 7개(부산, 울산, 경남, 강원,  대구·경북, 광주·전남, 충북·세종·충남)이다.

해당 법은 ‘지방대육성법’보다 지역발전이라는 포괄적인 목적을 두고 있음에도 공공기관의 지역인재 의무채용 요건은 여전히 지방대 출신으로 한정했다. 게다가 여전히 정치권에서는 지역균형발전을 명목으로 공공기관 지역인재 채용 비율을 35% 이상으로 확대하는 법안을 잇달아 발의하면서 수도권 대학 출신 취준생들의 불만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역차별 대책 빠진 지역인재 의무채용 확대 법안 잇달아 발의

공공기관의 지방인재 의무채용 비율 확대를 골자로 하는 법안 발의는 '지방대육성법'에서 3개, '혁신도시법'에서 4개 등 총 7개이다.

전봉민 미래통합당 의원(부산 수영구)은 지난달 9일 발의한 '혁신도시 조성 및 발전에 관한 특별법 개정법률안'에 혁신도시로 이전한 공공기관의 지역인재 의무채용 비율을 현행 30%(2022년까지)보다 20%포인트 상향한 50%로 확대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앞서 같은 당 홍문표 의원(충남 홍성군예산군)도 공공기관의 지역인재 의무채용 비율을 현행 30%보다 상향해 채용할 수 있도록 특례를 두는 법안을 발의했다.

박영순 더불어민주당 의원(대전 대덕)도 공공기관 지역인재 의무채용 비율을 현행 30%에서 35%로 늘리는 법안을 지난 7월 15일 발의했다.

또 다른 공공기관 취업 준비생 이모(29)씨는 “현행 지역균형발전 노력은 수도권 대학 출신의 취준생들이 호소하는 역차별 문제는 관심을 두지 않고 그저 의무채용 비율만 확대하려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결국 공공기관의 지역인재 의무채용을 통해 지역발전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지역인재’에 대한 정의를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다. 서울 소재 대학을 졸업한 김모(29)씨도 “지역인재에 대한 정의가 편협한 것 같다”며 “수도권에 살다가 지방대에 간 사람들보다 나처럼 지역에 연고가 있는 사람들이 해당 지역에서 오래 거주하면서 일할 가능성이 높지 않겠냐”며 불만을 토로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도 이같은 의견이 나오고 있다.

양금희 미래통합당 의원(대구 북구)은 최종 학력을 기준으로 지역인재를 의무채용하는 현행 방식은 다른 지역에서 학업을 마치고 이전지역으로 돌아와 취업하려는 청년들의 기회를 제한할 뿐만 아니라 형평성에도 맞지 않는다는 지적을 반영해 법안을 발의했다.

양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에는 이전지역에 소재하는 초등학교 및 중학교에서 의무교육을 마친 청년으로 '주민등록법'에 따른 주소 등록 기간이 10년 이상에 해당하는 청년은 지역인재로 인정해 의무채용 대상에 포함하도록 명시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혁신도시법의 상위법이라고 볼 수 있는 국가균형발전특별법 제12조를 보면 지역의 교육 여건과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공공기관이 지방대학 졸업자를 고용우대 한다"며 “이전공공기관이 해당 지역의 대학 출신만 뽑는 것은 이러한 근거에 따라 지역발전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실제 공공기관 지역인재 목표제 때문에 충남대·전남대에 편입하려는 학생들도 늘어나는 등 지방대학들의 경쟁력이 높아졌다. 지방대학들이 경쟁력을 갖추면 지역발전에 선순환이 이뤄진다”고 말했다.

/스냅타임 고정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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