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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도 자궁경부암 주사를 맞아야 해요?”

대학생 최모씨(23·)는 지난해 여름 여자친구를 통해 자궁경부암 주사에 대해 알게 되었다. 그는 여자친구가 걱정되는 마음과 예방 차원에서 인유두종바이러스(HPV)백신을 알아보았다. 하지만 너무나도 비싼 가격에 돈을 모으며 미루다 결국 접종을 하지 못했다.

그는 알아보니 외국은 남자도 무료로 접종해준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우리나라의 현 상황이 안타깝다우리나라도 무료화까진 아니더라도 의료보험 적용이라도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대부분 남자도 자궁경부암 주사를 맞아야 한다는 사실에 대해 무지한 것 같다. 알아도 돈 때문에 포기한 사람이 많아 이런 주제가 이슈화되어 인식이나 정책에 반영이 되면 좋겠다는 바람이다고 전했다.

tvN드라마 ‘청춘기록’에서 배우들인 박보검(사혜준)과 변우석(원해효), 권수현(김진우)이 자궁경부암 백신을 맞는 장면이 화제다.(사진=배우 권수현 인스타그램)


지난 15일 방송된 tvN 월화드라마 ‘청춘기록’에서는 박보검(사혜준 역)이 친구들과 산부인과에 방문해 자궁경부암 예방 주사를 맞는 모습이 그려졌다.

방송 후 ‘자궁경부암’은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며 남성 또한 자궁경부암 예방접종을 받을 수 있다는 것에 누리꾼들의 관심이 지속되고 있다.

일부 누리꾼들은 ‘남자도 맞아야 한다는 걸 드라마 보고 알았다. 아마 나 같은 사람 많을 것’이라며 남자가 자궁경부암 주사를 맞아야 하는지 몰랐다는 반응이다.

이에 방송을 통해 이러한 정보를 알리는 것에 대한 호평도 이어졌다. 누리꾼들은 ‘시청률 잘 나오는 드라마에서 이런 사실 내보내니 좋다’, ‘PPL인지 아닌지 상관없이 선한 영향력이다’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젊은층 자궁경부암 진료 증가성활동 활발 이유

자궁경부암은 자궁경부에 발생하는 악성종양이다. 인유두종바이러스(HPV)는 자궁경부암 발병원인의 99.7%를 차지하는 주원인이다. HPV는 남녀 모두 감염될 수 있는 흔한 바이러스로 그 종류만 200여종 이상이며 그 중 약 15개가 암을 일으킨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국민관심질병통계에 따르면 자궁경부암으로 진료를 받은 20~30대 환자는 2015년 1만3447명에서 2019년 1만7760명으로 47% 증가했다.

강동경희대교병원 산부인과는 젊은 층에서 자궁경부암이 증가하는 가장 큰 이유로 성 개방 풍조의 확산이라고 분석했다. 성관계 경험 나이가 점점 어려지고 성관계를 맺는 대상자도 많아지면서 자궁경부암의 원인인 HPV에 노출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실제로 국제학술지 대한의과학저널(Journal of Korean medical science)에 실린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국내 여성 약 6만 명 중 HPV에 감염된 사람의 비율은 34.2%였으며 이 중 비교적 성활동이 왕성한 18~29세 젊은 층의 감염률은 49.9%에 이르렀다.

한국MSD(대표이사 아비 벤쇼샨)는 HPV 백신 ‘가다실9’의 새 모델로 방송인 조세호와 유병재를 선정하고 새 광고영상을 지난달 18일 공개했다.(사진=가다실9 광고 캡처)


남자도 접종해야 하는지 몰라인식 개선 필요

HPV는 주 감염경로는 성접촉이다. 이 때문에 HPV에 감염된 남자는 자궁이 없어 자궁경부암에 걸리진 않지만 바이러스 전달 역할을 할 수 있다. 게다가 HPV는 남성에게도 항문암·생식기 사마귀 등을 일으켜 남녀 모두 HPV 백신 접종을 통한 예방이 권장된다.

하지만 이와 같은 사실들이 많이 알려지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대학생 신모씨(20·남)은 “HPV가 뭔지도 처음 들었고 자궁경부암 주사는 고등학교 보건시간에 얼핏 들은 기억이 있다”며 “남자한테 자궁이 없으니 자궁경부암 주사에 대한 생각을 잘 안하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대학생 박모씨(28·남)는 “자궁경부암 주사라는 이름 때문에 남성들은 안 맞아도 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며 “주사의 이름을 변경하고 홍보를 통해 감염 원인이 남성에게도 있다는 것을 알리는 인식개선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대학생 최범식(23·남)씨는 “자궁경부암이 여성에게 꽤 흔한 질병이고 피해가 크다는 것을 알지만 정작 남성도 자궁경부암 주사를 맞아야 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선진국, 남녀 모두 HPV백신 국가지원

국내에서도 자궁경부암 예방을 위해 2016년 6월 국가예방접종사업(NIP)에 2가와 4가 HPV백신을 포함했다. 하지만 만 12세 여아만 무료접종 대상자이며 남아와 성인 남녀는 이 지원사업의 대상이 아니다.

대학생 이모씨(23·남)은 “HPV주사를 맞으러 갔다가 가격이 3회에 60만원이라는 얘기를 듣고 고민하다가 접종을 포기했다"며 "대학생에겐 너무 비싼 가격이다”라고 전했다.

이에 남자도 접종 대상에 추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들려오지만 아직 우리나라는 논의 중인 단계이다.

한국질병관리청 예방접종관리과 관계자는 “남아도 무료 접종 대상자로 확대하는 것에 대한 논의는 계속해서 진행 중이다”라며 “WHO(세계보건기구) 권고에 따라 비용효과를 고려해 연구 중이며 아직 결정사항은 없다”고 전했다.

지난달 1일 이화여대 약학대학 손경복 교수 연구팀은 ‘4가 HPV 백신 남녀접종에 대한 국내의 비용효과성 및 공중보건에 미치는 영향 평가’를 발표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4가 HPV 백신을 남녀 모두에게 접종했을 때 미접종군 대비 HPV 감염 관련 암 발생률이 30% 감소했으며 생식기 사마귀는 여성과 남성에서 각가 72%, 69%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에선 이미 HPV 백신의 예방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성별 구분 없이 청소년을 대상으로 접종을 권고하고 있다. 실제로 HPV 백신을 NIP에 도입한 113개국 중 미국, 캐나다, 호주, 영국 등 선진국을 포함한 40개국은 여아는 물론 남아까지 접종 대상을 확대했다. 또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36개국 중 절반인 18개국이 HPV 백신 NIP에 남아를 포함한다.

한편 한국 MSD와 세계보건기구(WHO), 미국암협회(ACS), 미국국립암연구소(NCI)는 2018년 HPV와 관련된 암을 여성과 남성 모두에게서 퇴치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2020년까지 13~15세 남녀 청소년 HPV 예방 접종률을 80% 이상으로 증진시키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스냅타임 신현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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