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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 정치 없어요"...MZ세대 사로잡는 이색 채용공고

이색 채용공고(사진=채용공고문 캡처)


노동시장의 강력한 공급자로 부상하고 있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인재를 사로잡기 위한 기업들의 이색 채용공고가 취업준비생(취준생)들의 이목을 사로잡고 있다. 기존의 정형화된 채용공고 틀에서 탈피해 '재미'와 '개성'을 추구하는 MZ세대의 특성을 적극 반영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채용공고, MZ세대 특성 반영된 이미지와 언어 차용

콘텐츠 제작 회사인 파괴연구소는 신입사원 채용공고에 '원피스 못지않은 동료애', '사내 노동요 전문 DJ', '생일 축하 공연' 등을 갖췄고, '사내 정치', '내 공적 가로채는 상사', '눈치 보며 휴가 쓰기' 등은 회사 내 없다고 소개하며 젊은 세대가 흥미롭게 여길만한 언어로 공고문을 구성했다.

파괴연구소 관계자는 "채용공고를 통해 회사의 분위기, 조직문화, 근무환경 등 지원자들이 회사를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며 "기존의 채용공고들은 대부분 정형화된 형태를 띠고 있는데, 이러한 틀을 깨고 파괴연구소만의 분위기와 이야기를 담았다"고 제작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메인으로 채용공고가 게시된 취업 포털 사이트에서만 지원자 수가 약 1500명을 넘었으며, 다른 커뮤니티와 채용 사이트를 모두 합하면 세 자리 수를 넘는 경쟁률을 기록했다"고 전했다.

마케팅 콘텐츠 전문회사인 대학내일은 지난해 하반기 인턴 공개채용 포스터에서 ‘나 20대 대학생인데, 요즘 동년배들 다 인턴한다’는 카피를 제작했다. 해당 카피는 젊은 세대들이 많이 이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유행하고 있는 '동년배 밈(SNS 등에서 유행해 다양한 모습으로 복제되는 패러디물)'으로 젊은 층의 주목을 받았다.

대학내일 관계자는 "온라인 상에서 떠돌고 있는 젊은 세대의 이슈들을 채용 홍보의 소재로 활용하는 것만으로도 젊은 세대들이 재미있게 받아들일 것으로 생각했다"며 "기업의 이미지도 젊은 기업임을 간접적으로 표현할 수 있겠다는 판단을 했다"라고 제작 배경을 설명했다.

또 "채용공고의 조회수를 비교해보면 젊은 세대의 시각에 맞춘 카피를 쓰고, 디자인했을 때, 그렇지 않을 때보다 높았으며, 지원자 수도 비례해 늘어나는 경향을 보였다"고 전했다.

공무조직도 채용공고에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며 이미지 개선에 나섰다.

지난 3월 남해지방해양경찰청의 신입사원 채용 포스터에는 '아직 망설이고 있습니까'라는 문구 아래 익살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는 홍보계장이 직접 등장해 기존 공조직, 정부기관의 고루한 이미지와 상반돼 신선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취준생 박모(28·여)씨는 "기존에 찾아보기 힘든 신선하고 재밌는 채용공고들을 보면 조직 분위기가 수평적이고 비교적 자유로울 것 같아 관심이 생긴다"고 말했다.

이색 복지제도(사진=채용공고문 캡처)


워라밸 중시 여기는 MZ세대를 위한 이색 복지제도

기존에 찾아보기 힘든 이색 복지를 전면에 내세운 기업들도 'MZ세대' 구직자에게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

파괴연구소는 첫 주 월요일은 오전 11시까지 출근하는 '월요병 퇴치', 회식 다음 날은 오전 11시까지 출근하는 '이겨내 숙취' 등의 복지를 제시했다.

소프트웨어 개발 전문 회사인 셀메이트도 매달 1회 추첨으로 출근하자마자 퇴근하는 '초칼퇴 이벤트', '반반차 제도'등 재밌고, 독특한 복지를 마련했다.

25개의 복지를 내세운 마케팅 회사 인라이플의 경우 매월 두 번은 금요일 오후 1시에 퇴근하는 ‘슈퍼 프라이데이’, 생일날엔 무조건 휴일로 인정하는 ‘생일 묻지마 휴일’, 칭찬할 직원을 투표해서 당첨자에게 20만원 상당의 기프트카드를 지급하는 ‘칭찬릴레이’ 등 젊은 세대의 특성을 고려한 복지를 제시해 이목을 끌고 있다.

인라이플 관계자는 “채용공고문을 기획할 때 정형화된 내용에서 벗어나 이목을 끌 수 있는 카피와 디자인으로 젊은 층에게 어필하고 있다”며 “밀레니얼 세대는 개인의 행복과 권리를 중요시 여긴다고 생각한다. 이에 젊은 기업으로써 그 생각에 공감하고, 존중하기 때문에 워라밸이 보장될 수 있는 복지들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이어 “실제 ‘복지가 좋아 지원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실제 ‘슈퍼 프라이데이’ 복지 제도를 두 번으로 늘렸을 때 공고 조회 수와 지원자 수가 두 배 이상 증가했었다”며 “직원 만족도 조사에서도 복지에 대한 긍정적 답변이 많다”고 전했다.

취준생 김모(29·남)씨는 “워라밸이 전혀 보장되지 못하는 회사에 다녔을 때 삶의 만족도가 현저히 떨어졌고, 얼마 못 가서 퇴사했다”며 “지금은 직무 커리어를 발전시킬 수 있으면서도 개인 생활이 보장되는 회사가 눈에 들어온다”고 말했다.

실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MZ세대’는 일과 개인 삶의 균형을 뜻하는 워라밸(Work & Life Balance)과 개인의 개성을 중시하는 등 이전 세대와는 확연히 다른 특성을 보여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8월 유명 취업 포털 사이트 사람인이 기업 451개사를 대상으로 ‘MZ세대가 이전 세대에 비해 회사에 원하는 것이 다른지 여부’를 조사한 결과 88.2%가 ‘다르다’고 답했다. 이전 세대와 달라진 부분으로는 ‘워라밸 중시 및 보장 요구(62.1% 복수응답)’가 1위를 차지했다.

전문가 "채용공고로 차별화 전략 구사할 수 있어"

안수정 잡코리아 책임매니저는 “패러디물이 차용되거나 지원자의 이목을 끄는 카피로 구성된 채용공고가 쉽게 화제가 되고 더 많은 지원자의 이목을 끌고 있는 것 같다”며 “채용공고를 올리는 인사팀의 역할이 바뀌고 있는 측면들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에는 인사팀이 직원들을 교육하고 평가하는 등 관리의 측면이 더 컸다면 이제는 조직을 어떻게 운영하면 좋을지를 고민하는 조직문화 측면에서 접근하는 회사들이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인사팀이 조금 더 젊은 직원들로 구성되면서 톤도 한결 부드러워지고, 회사의 조직문화를 보여줄 수 있는 내용들을 채용공고에도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차영란 수원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요즘 기업들이 가장 많이 연구하는 것 중 하나가 Z세대의 특성이나 라이프스타일”이라며 “Z세대가 고용시장의 대세로 부상한 만큼 그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채용공고를 만드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미국의 저비용 항공사인 사우스웨스트의 경우 스튜어디스들에게 자유 복장을 입게 하고, 특별한 이벤트나 사내복지를 통해 미국의 많은 인재들이 가장 가고 싶어하는 회사로 인식하게 만들었다”며 “현재 대기업과 중소기업은 구직자의 선호도 측면에서 차이가 있다. 대기업에서는 실질적으로 시행하기 어려운 재밌고, 이색적인 복지제도를 전면에 내세우는 것을 통해 인재를 유인하는 것이 중소기업의 차별화 전략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스냅타임 고정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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