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3차 대유행’ 확산세가 갈수록 가팔라지면서 각종 자격증 시험이 잇따라 취소되고 있다. 이에 취업준비생(취준생)들은 예측할 수 없는 확산세가 거듭될 때마다 취소되는 시험과 채용 등으로 취업 준비에 차질을 빚으면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특히 시험을 주최하는 운영기관별로 시험 개최의 차이가 발생하면서 취준생들의 불확실성은 높아져만 가고 있다. 이에 시험이나 행사 취소 가능성을 예측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험 며칠 앞두고 취소 통보…취준생 어려움 가중
국가기술자격으로 신설돼 올해 처음 시행키로 한 제1회 ‘빅데이터 분석기사’ 자격시험은 19일 실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최근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폭증하면서 시험을 불과 4일 앞두고 취소됐다.
이 시험을 주관하는 한국데이터산업진흥원(이하 진흥원)은 코로나19 감염 확산 방지를 위해 시험 취소와 더불어 ‘현재 시점의 접수 내역은 제2회 시험으로 자동 접수 처리된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일괄 통보했다.
제2회 필기시험은 내년 4월 17일로 예정돼 있어 수험생들은 해당 자격증을 오는 2021년 상반기 공채 지원에 활용할 수 없게 되면서 취업 계획에도 차질을 빚고 있다.
서울 소재 대학의 컴퓨터공학과를 전공하고 데이터엔지니어 직무 취업을 목표하는 김모(26·남)씨는 “올해 처음 시행되는 시험이라 유형이나 출제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며 “여러모로 시험 준비에 시간을 많이 투자했다”고 했다. 이어 “올해 다른 국가자격증 시험도 봤었는데 사전 공지를 많이 했다”며 “하지만 이번처럼 시험일을 불과 사나흘 앞두고 문자 통보를 받으니 당황스럽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코로나19 확산이 심각한 상황인 것은 알지만 잠정 연기나 추가 시행과 같은 대책이 아닌 내년 4월에 시행하는 2회차 시험을 보라고 통보하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빅데이터 분석기사’ 자격시험을 지원한 또 다른 취준생 박모(27·남)씨는 “코로나19로 인해 시험을 정상적으로 진행하는 데 무리가 있다는 것을 이해하고 있다”면서도 “같은 기간에 예정대로 진행한 국가시험도 있었다. 어떤 곳은 시험을 진행하고, 어떤 곳은 시험을 취소하면 불확실성만 높아져 취준생들이 불안할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진흥원 관계자는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면 시험을 취소하지만 현재 3단계에 준하는 상황이 됐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시험을 취소했다”며 “이번에 취소된 응시생들은 내년 2회차 시험에 응시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이번 시험 취소로 인한 내년도 추가 시험 계획은 없다”고 답했다.

장기화하는 코로나19…시험 취소 기준 마련돼야
앞서 금융투자협회가 주관하고 일 년에 세 차례(2·6·11월)만 시험이 시행되는 ‘투자자산운용사’ 시험도 지난달 29일 시험 예정이었지만 시험을 나흘 앞둔 상황에서 응시생들에게 취소 통보를 했다.
같은 시험도 지역별로 시행 여부가 달랐던 경우도 있었다. 일본어능력시험(JLPT)의 경우 지난 1일 시험이 예정돼 있었지만, 서울 권역의 시험은 취소되고, 부산·경남, 제주 권역에서는 예정대로 진행하면서 기준에 대한 모호함과 형평성 논란이 일기도 했다.
JLPT 서울실시위원회 관계자는 “JLPT 시험 주최는 일본이기 때문에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정보를 공유하면서 취소 결정을 내렸다”며 “주최가 일본이기 때문에 한국 정부와는 연관이 없다”고 답했다.
대학생 이모(22·여)씨는 “투자자산운용사는 증권사를 목표로 취업 준비하는 취준생들에게는 없어서는 안 되는 자격증으로 꼽힌다”며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 다음 시험에도 응시하지 못하는 것은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취준 계획을 세워도 자격시험 등의 취소 기준을 알 수 없으니 코로나19 확진자가 증가했다는 소식을 들으면 혹시나 시험이 취소되지는 않을까 불안하다”고 푸념했다.
취준생 김모(29·남)씨도 “요즘에는 자격증 시험 응시 기회 하나도 소중해졌다”며 “작년보다 취업 준비가 몇 배는 힘들어졌다. 다른 걱정하기도 벅찬 상황이기 때문에 코로나19로 자격증 시험이 취소되는 기준 같은 부분이라도 명확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스냅타임 고정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