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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지하철 손잡이는 되는데 공용 성경책은 안된다?”

지난달 29일 오전 서울 구로구 목양전원교회에서 서울시 관계자가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격상에 따른 방역 수칙 등을 점검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오는 7일까지 시행하는 '서울형 방역강화' 조치 내용을 두고 기독교 신자들이 반발하고 있다. 감염확산을 위한 지방자치단체의 노력은 인정하지만 마치 교회와 같은 종교시설만 감염확산의 주범인 것처럼 제한조치를 두는 게 무리라는 지적에서다.

지난달 서울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3차 대유행을 막기 위해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보다 강화한 서울형 방역강화 조치를 시행했다.

서울시는 종교활동의 경우 정규예배 등 좌석 수의 20% 이내로 제한되는 조처 이외에도 △비대면 예배·법회·미사 강력 권고 △성경·찬송가책 등 공용물품 사용 금지 △층별·출입문 등 분리 가능한 공간별 20% 인원 제한 △통성기도·찬송·찬불 자제 등의 추가 조치를 시행했다.

서울시, 성경·찬송가책 금지...형평성 어긋나나

이 가운데 일부 기독교인들은 교회에 공용물품으로 비치한 성경과 찬송가책 사용 금지를 두고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목소리를 냈다.

서울시의 추가 방역 조치에서 목욕장업의 경우 공용물품 사용공간 이용 거리를 최소 1m 간격 유지되도록 구획을 표시해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것에 반해 일주일에 한 번 이용하는 성경과 찬송가책을 금지 품목으로 규정했다는 이유에서다.

‘서울형 방역강화’ 조치를 발표한 서울시 홈페이지에서 일부 기독교인들은 ‘버스 손잡이와 공용 자전거 및 킥보드도 금지해야 하는 것 아니냐’, ‘일반 시설 내 공용물품 사용 금지는 왜 하지 않는 것이냐’, ‘일주일에 한 번 한 명이 사용하는 공용 성경책은 감염 위험이 있고, 하루에도 수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버스나 지하철 손잡이는 괜찮나?’ 등의 반응을 보였다.

기독교인 정모(31·남)씨는 “서울시 내 지하철과 버스 손잡이는 공용인데 아무 조치가 없다"며 "교회만 콕 집어서 성경과 찬송가 책 이용을 금지하는 조치가 이해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구주와 법무법인 강 변호사는 "교회 비치 성경을 보는 사람은 일주일에 한두 명에 불과한 만큼 감염 위험이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며 "그럼에도 비치된 성경 사용을 금지하는 조치는 기독교 탄압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어 "성경책은 종교의 자유 영역에 속하는 활동으로 설령 그 자유에 대한 제약이 필요하더라도 가장 나중에 최후의 수단으로 취해져야 한다"며 "하지만 지금 일련의 조치들을 보면 가장 우선적이고 선제적으로 종교의 자유와 종교행사의 자유를 제약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종교활동의 공용물품 금지에 대한 기독교 측의 우려를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며 “다음 조치 때는 기독교측의 우려를 반영해서 공용물품을 소독해 사용하게 할지, 지금처럼 계속 금지할지 확진자 추이를 봐서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시민들 "일말의 감염 가능성도 차단할 필요는 있어"

하지만 시민 대다수는 코로나19 ‘3차 대유행’의 기로에 놓인 상황에서 표면 접촉 등으로 인한 감염 예방을 위한 선제적 조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직장인 이모(29·남)씨는 “교회 관련 확진자가 꾸준히 발생하고 있는 만큼 교인들이 모이는 것만으로도 시민들은 불안하다”며 “공용물품인 성경과 찬송가를 당분간 사용하지 않는다고 해서 큰 문제가 될 것 같진 않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로 사회가 마비돼 가고 있는데 방역 수칙에 반발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일반 시민들 입장에서는 좋게 보이지만은 않는다”고 덧붙였다.

취업준비생 김모(26·여)씨도 “신규 확진자가 400~500명씩 나오는 상황에서 굳이 공용 성경을 사용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기독교인이라면 각자 성경책은 가지고 있지 않느냐. 깜빡하고 성경책을 두고 교회를 가더라도 성경 애플리케이션(앱)도 있어 공용 성경책을 볼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학생 이모(22·여)씨도 "웬만한 교회에서는 대부분 스크린에 성경 구절과 찬송을 위한 가사를 띄운다. 성경과 찬송가책을 깜빡 잊어버리고 교회에 갔다고 해서 공용 성경과 찬송가책을 이용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금과 같은 시기에는 방역 수칙을 잘 지키면서 예배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교회는 감염 위험이 높다는 시민들의 인식을 바꿀 수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스냅타임 고정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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