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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코틀랜드 생리대 '무료'...깔창생리대 4년 지난 우리는?

"생리대 좀 할인해주세요."

구독자 112만명의 유튜브 채널 달라스튜디오 '네고왕'에서 MC가 "어떤 것을 네고(할인) 받고 싶냐"고 지나가던 시민에게 묻자 돌아온 대답이다.

어느 시민의 말처럼 우리나라 생리대 가격은 비싸다. OECD 국가 중 가격이 가장 높다.

한국소비자원 발표에 따르면 재작년 기준 우리나라 생리대 1개 당 가격은 '331원'. 물가가 높은 덴마크 156원, 일본 181원, 미국 181원, 프랑스 218원과 비교해도 약 30-50% 가까이 비싸다.

여성이 한 달에 7일 동안 생리를 하며 하루에 6개의 생리대를 사용한다고 가정 했을 때, 우리나라에서는 매월 약 14000원의 돈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1년이면 약 17만원. 한 가구에 여성이 여러 명이라면 부담은 배가 된다.

(사진=유튜브 채널 '네고왕' 영상 캡처)


강채윤(여·23세)씨는 "생리대는 주로 마트에서 1 플러스 1 행사를 할 때 주로 구매한다"며 "제 값을 주고 사기에는 가격이 너무 비싸기 때문에, 특가상품이 있으면 내 몸에 맞는지 여부는 고려하지 않고 그냥 구매한다"고 말했다.

일상생활에 꼭 필요한 생리대. 그러나 매달 구매하기 부담스러운 가격.

이러한 상황 속에서 지난 24일(현지시간) 스코틀랜드 의회가 생리빈곤(period poverty)’을 없애기 위해 생리용품 무상 제공 법안을 통과시키며, 우리 역시 이에 대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생리빈곤이란 여성이 생리를 할 때 생리대나 탐폰 등을 사기 어려워 곤란을 겪는 것을 말한다.


스코틀랜드 '생리빈곤' 퇴치위해 전면 무상제공 


지난 26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스코틀랜드 의회는 공공장소에서 생리용품을 무료로 지급하도록 하는 법안을 전날 1차 표결에서 압도적으로 가결했다.

이렇게 스코틀랜드가 생리용품 무상제공에 나선 이유는 명확하다. 개인의 경제적 상황이 어렵다는 이유로 신문지나 낡은 옷로 생리 기간을 버티는 일이 생겨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비교적 부유한 국가에서는 생리빈곤 현상이 없을 거라 생각하지만, 이를 겪는 여성은 의외로 많다.

지난 2018년 스코틀랜드 여성단체 '독립을 위한 여성'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여성 5명 중 1명은 신문지나 낡은 옷 등으로 생리 기간을 보냈다.

'깔창 생리대' 파동 이후...여전히 해결 미지수

문제는 이 같은 현상이 스코틀랜드에만 해당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생리대 값이 비싼 우리나라 역시 '생리빈곤' 문제가 존재한다. 지난 2016년 생리대를 구매할 돈이 없어 신발 깔창을 대신 사용해 학교에 갔다는 보도가 그 예다.


그러나 우리 국회에서는 제대로 된 논의조차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대 국회에서 인재근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생리대 가격을 낮추기 위해 발의한 '조세특례제한법 일부개정법률안' 경우 국회를 표류하다 올해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정지원 청소년 페미니스트 '위티' 활동가는 "생리는 여성의 건강과 직결되는 문제"라며 "개인의 경제적 상황과 상관없이 여성의 건강권은 보장되어야 하는데도 국회는 이를 적극적으로 논의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정부 13000 지급하고 있기는 하지만... 턱없이 부족

물론 정부에서 아예 손을 놓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현재 정부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따라 2018년부터 만 11세에서 18세의 저소득층 여성 청소년에게 월 1만1000원씩 연 최대 13만2000원까지 생리대 비용을 지원하고 있다.




(사진=이마트몰 화면 캡처)

그러나 연 최대 13만2000원의 지원 만으로는 '생리빈곤' 문제를 해결하기에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연 평균 생리대 구매 비용 17만원 보다 금액이 적을 뿐더러, 생리 양이 많은 여성은 생리대 구매 비용이 더 들어서다.


실제 생리 양이 많은 여성이 사용하는 대형 생리대나 오버나이트 생리대 가격은 한 팩(낱개 8개)에 1만원 정도로, 월 1만1000원의 비용 지원 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더 많은 논의와 지원 필요해" 


이에 높은 생리대 가격에 대한 공론화와 공공생리대 정책 촉구 목소리는 커지고 있다.

최미경 성남시의회 의원 겸 '건강한 젠더정치 연구모임' 회장은 "여성에게 생리는 할지 말지를 선택할 수 없는 일"이라며 "생리대는 여성이 갱년기까지 약 40년 동안 사용하는 생활필수품"이라고 말했다.

이어 "건강한 생리 기간을 보내는 것은 여성 모두가 누려야 하는 기본권이자 건강권"이라며 "생리대가 비싸 구매하지 못하는 문제를 개인의 빈곤 문제로만 여겨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에 대한 더 많은 사회적 논의와 지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 스냅타임 박서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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