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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랬다 저랬다' 교육당국...두 번 우는 학부모와 아이들

교육당국의 잇단 입장 번복으로 학부모와 아이들이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특히 초등학생들은 600여m 앞에 있는 학교를 두고 1km가 넘는 학교로 통학하면서 교통사고 위험에도 놓인 상태다.

문제가 되는 지역은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에 위치한 ‘래미안영통마크원 1·2단지 아파트(1330세대)’.

이곳에 거주하고 있는 초등학생 학부모들과 수원교육지원청 사이에 영통구 망포동에 신설 예정인 망포2 초등학교 배정 문제를 두고 갈등을 빚고 있다.

입주민들은 “수원교육지원청이 지난 7년 동안 아파트에서 1.3km가량 떨어진 학교로 통학 중인 래미안 아파트 초등생들의 통학 안전 보장을 위해 아파트 인근에 신설하는 초등학교로 배정해주겠다고 두 차례나 약속했다”며 “하지만 정작 교육부 중앙투자심사위원회(이하 중투위)에 학생배치계획안을 상정할 때는 번번이 래미안 아파트를 배제했다”고 주장했다.

래미안영통마크원 2단지를 기준으로 곡반초등학교는 약 1.3km.(왼쪽), 망포초등학교까지는 약 660m(가운데), 망포2초까지는 약 840m(오른쪽)로 통학 거리가 측정된다. 래미안 아파트에서 곡반초교로의 통학 거리에는 네이버 지도에서 측정되지 않는 신호등 없는 거리도 다수 존재한다.(사진=네이버 지도 캡처)


학교 배정 문제로 270여명 초등생 위험한 원거리 통학

현재 해당 아파트 단지에 거주하는 초등학생들은 지난 2013년 11월 입주일부터 지금까지 약 1.3km가량 떨어진 곡반초등학교(래미안 2단지 기준 약 1.3km)로 통학하고 있다. 반면 입주민들이 원하는 망포2초교까지의 거리는 약 840m에 불과하다.

입주에 앞선 지난 2012년부터 래미안 아파트 단지 입주자협의회는 통학로 안전 문제로 수원교육지원청에 통학구역 조정 등 해결방안을 요구했다.

초등학생들이 곡반초교로 등·하교할 때마다 여러 갈래의 좁은 길을 따라 상가 지역·주유소·세차장 등을 지나쳐야 하며, 신호등 없이 횡단해야 하는 등 안전 위험 요소들이 가득하다는 주장에서다.

특히 통학로 바로 옆에 위치한 주유소와 세차장으로 진입하려는 차량들이 통학로를 가로지르면서 진입하는 탓에 초등학생들이 사고 위험에 그대로 노출돼 있다는 지적이다.

도시·군계획시설의 결정·구조 및 설치기준에 관한 규칙 제89조에 따르면 초등학교는 학생들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통학할 수 있도록 다른 공공시설의 이용관계를 고려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에 지난 2015년 수원교육지원청과 래미안 아파트 학부모들은 해당 통학로 안전 문제 해결을 위해 당시 2019년 신설 예정이었던 망포1초(현 망포초·래미안 2단지 기준 약 605m) 배정을 협의했었다.

당시 수원교육지원청은 망포1초 예정 부지 인근에 위치한 힐스테이트영통아파트, 쌍용스윗닷홈1차아파트와 함께 래미안영통마크원 1·2단지를 통학구역에 포함한 계획안을 교육부 중투위 심사 안건으로 상정했다.

하지만 교육부는 중투위 심사 결과 통학구역 조정 재검토 판정을 내렸고, 수원교육지원청은 래미안영통마크원 1·2단지를 제외하고 당시 신설 예정이었던 영통아이파크캐슬 1·2단지를 포함한 수정 계획안을 제출해 통과했다.

당시 래미안 아파트 단지 학부모들은 “통학구역 조정 검토라고만 기재돼 있는데 여러 아파트 중에서 래미안 아파트를 뺀 이유는 무엇이냐”며 반발하고 나섰다. 이후 수원교육지원청은 지난 2017년 래미안 아파트 단지를 오는 2022년 신설 예정인 망포2초에 배정키로 약속하면서 상황은 일단락됐다.

래미안 아파트 1·2단지 초등학생들이 실제 곡반초등학교로 가는 통학로에 조성된 주유소와 세차장. 지난 28일 주말임에도 차량들이 도보로 진입해 수시로 드나들었다. (사진=고정삼 기자)


수원교육지원청 "상황 변하면 통학구역 조정할 수밖에"

문제는 지난 10월 수원교육지원청이 또다시 입주 학부모들과의 약속을 깨고 래미안 아파트를 학생배치계획에서 배제한 채 교육부 중투위에 안건을 상정하면서 시작됐다.

경기도교육청에 따르면 각 교육지원청은 관할 초등학교의 통학구역을 정하기 위해 취학 아동수·학교편제·통학편의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지역주민 등의 의견 수렴을 거친다. 이후 경기도교육청에 계획안을 제출해 자체투자심사를 받게 된다. 승인이 나면 최종적으로 교육부에서 심사하는 중투위의 승인을 받아 학교 신설을 위한 공사가 시작된다.

래미안 아파트 입주민들은 수원교육지원청이 래미안 아파트 단지의 통학구역을 조정해주겠다고 약속했을 뿐만 아니라 7년이나 기다려온 만큼 학생 수요가 있는 것을 알고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학생배치계획에 또다시 래미안아파트를 제외했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래미안 아파트에서 초등학생 자녀 둘을 곡반초교로 통학시키는 학부모 신모(44)씨는 “수원교육지원청은 7년 동안 학부모들을 상대로 두 차례나 통학구역 조정을 약속했다”면서 “뻔히 수요가 있음을 알면서도 계획안에 반영조차 하지 않은 것은 행정 편의를 위한 것 아니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어 “7년 동안 해당 아파트 단지에 사는 초등학생들은 여름에는 더위를, 겨울에는 추위를 뚫고 30분 이상을 주유소와 세차장 때문에 차량이 수시로 드나드는 거리로 통학하고 있다”며 “사고가 날까 봐 직장에서도 일이 손에 잡히지 않을 때가 많다”고 하소연했다.

수원교육지원청은 이에 대해 “지난 2017년 래미안 아파트 단지를 망포2초에 배정하는 합의를 했더라도 수시로 변하는 상황에 맞춰 통학구역 조정을 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반박했다.

이어 “통학구역을 설정할 때는 통상적으로 거리가 가까운 곳에 배치하는 것이 맞다”면서도 “현재 통학 거리가 1.5km, 도보 30분 이내라는 법적 기준 안에 들어오기 때문에 통학 여건이나 학교 배치 여력 등 다른 부분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는 아울러 “지난 6월 래미안 아파트 입주민들이 국민권익위원회에 민원 진정을 넣었다”며 “권익위 답변에서 망포2초 예정 부지와 래미안 아파트 사이에 12차선의 덕영대로가 있어 오히려 통학 안전에 우려가 있다는 의견을 참고해 래미안 아파트의 통학구역을 곡반초교로 유지하는 방안을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래미안 아파트에서 곡반초등학교로 가는 통학로에는 신호등이 없는 보도도 있다.(사진=독자 제공)


전문가 "원거리 통학 강제는 학생 선택권 침해"

하지만 래미안 입주민들은 망포2초등학교로 가기 위해 덕영대로를 한 번 횡단하는 것보다 기존의 통학로를 지나면서 6차선 도로변을 포함해 신호등도 없는 거리를 횡단해야 하고, 통학로를 가로질러 주유소와 세차장으로 진입하는 차량들을 피하면서 통학해야 하는 현실이 사고 유발 가능성을 훨씬 높인다 주장하고 있다.

실제 경기연구원이 발표한 ‘원거리 통학 유발하는 초등학교 통학구역 개선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05년부터 2016년까지 어린이 교통사고를 분석한 결과 ‘스쿨존 내’ 교통사고는 연평균 2.9%씩 증가하고 있으며, 이 중 ‘도로 횡단 중’ 발생한 교통사고가 62.8~77.3%의 비율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박경철 경기연구원 연구위원은 “기본적으로 통학 거리가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횡단 횟수가 많아질수록 교통사고에 노출될 확률도 높아진다”며 “신설 학교에 대한 학생배치계획을 세울 때부터 1.5km 떨어진 학교로 통학하고 있는 아이들의 수요까지 감안해 교실을 확보하면 되는데 과밀학교가 될까 우려해 애초에 포함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문제는 교육청이 통학 여건에 따른 아이들의 통학 안전 문제를 지레짐작해서 학부모와 아이들의 선택권을 차단하는 것”이라며 “학부모와 학생 입장에서는 신설 학교로 인해 새로운 선택권이 생기는 건데, 법적 문제가 없다는 이유로 1.5km 떨어진 학교에 다니라고 강제하는 것은 학부모와 학생들이 수용하기 어려운 문제”라고 지적했다.

/스냅타임 고정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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