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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그래도 힘든데”...'노쇼' 고객에 두 번 우는 자영업자

점심시간에도 한산한 서울 중구 명동에 있는 한 음식점.(사진=연합뉴스)


제주시 노형동에서 디저트 전문점을 운영하는 이모(51·남)씨는 지난해 12월 첫째 주부터 크리스마스 시즌용 특별 주문 제작 케이크 사전예약을 받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예년 다른 크리스마스 분위기 탓에 예약은 단 10건에 그쳤지만 정성스럽게 케이크를 준비했다. 하지만 크리스마스 이브였던 지난달 24일 케이크 사전예약을 했던 손님은 제품 수령시간 한 시간이 넘도록 오지 않았고 나중에는 전화조차 받지 않아 케이크를 폐기처분해야 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자영업자들의 경영난이 악화하는 가운데 이른바 노쇼 고객들로 인해 자영업자의 고충이 심화하고 있다. 배달이나 주문 예약을 하고서 나타나지 않아 발생하는 모든 피해를 업주들이 떠안는 상황이 빚어지기 때문이다.

이씨는 "과거에는 사전예약시 선입금 또는 선결제가 원칙이었지만 코로나19로 매출이 급감한 상황에서 고객이 케이크를 수령할 때 결제한다는 요청을 거절하기는 어려웠다"며 "주변에 아는 식당에서도 예약 접수가 들어와 음식 준비를 다 끝마친 상태에서 ‘노쇼’를 당해 전부 버렸다”고 토로했다. 이어 “요즘 같은 시기에 ‘노쇼’는 살아내려고 안간힘 쓰는 자영업자들을 눈물짓게 만든다”고 하소연했다.

코로나19 장기화 상황서 자영업자들 '노쇼' 피해까지 

약 60만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는 인터넷 자영업자 카페에는 "4인분 같은 3인분을 포장해달라며 10~15분 후에 찾으러 간다고 주문해놓고선 한 시간이 지나도 오지 않았다”, “방문 포장 주문해놓고 전화해도 받지 않는다”, “이런 시기에 ‘노쇼’를 한다”, “세 명이 테이블을 예약해서 돌려보낸 팀만 세 팀이었는데, 결국 예약한 사람은 안 왔다” 등 ‘노쇼’로 인한 피해를 호소하는 글들이 다수 게재됐다.

경기도 구리시에서 5년째 소규모 뷰티샵을 운영하는 김지혜(가명·31)씨도 노쇼로 인한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김씨는 한 시간에 한 명씩 예약을 받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29일 오전 11시대에 속눈썹 연장 예약을 신청한 고객은 예약 시간이 끝나가도록 나타나지 않았다.

김씨는 “‘노쇼’가 발생하면 ‘노쇼’ 고객만 놓치는 것이 아니라 해당 시간대에 예약하려 했던 다른 손님까지 놓치는 피해가 발생하는 것”이라며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오지 않는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지만, 요즘 같은 상황에서는 손님 한 분이 귀해서 내심 기다리게 되고, 실망감은 더욱 커진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자영업자 카페에는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노쇼' 피해까지 가중돼 어려움을 호소하는 글들이 게재돼 있다.(사진=자영업자 카페 캡처)


유명무실한 '예약보증금제'...소비자 책임의식 강화 필요

'노쇼'는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을 가중시키는 고질적인 문제 중 하나였다.

이에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는 지난 2018년 ‘소비자 분쟁해결 기준 개정안’을 시행, 주문 예약을 받을 때 고객에게 ‘예약보증금’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소비자는 예약 시간이 임박했을 때 취소하거나 예약한 시간에 아무런 연락 없이 나타나지 않으면 예약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없도록 하는 게 주요 내용이다.

하지만 예약보증금 제도는 강제력이 없을 뿐만 아니라 영세 자영업자들이 실질적으로 보증금을 받을 수단이 마땅치 않고, 보증금 제도를 적용하면 오히려 예약이 줄어들 우려가 있어 유명무실한 제도로 남게 됐다.

경기도 수원시에서 김밥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운영하는 박모(63·여)씨는 “김밥 포장 주문이 많고, 대부분의 노쇼도 김밥 주문에서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예를 들어 김밥 10줄 포장 주문이 들어왔는데 이걸 가지고 예약금을 받을 수 있겠냐”며 “요즘 임대료 내기도 빠듯한 상황에서 노쇼 고객들이 기본적인 예의만 지켜줬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는 “노쇼 근절을 위해 예약보증금 제도를 마련했지만 아직 이에 대해 소비자들의 거부감이 있는 상황"이라며 "현실적으로는 소비자의 인식개선이 최선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예약보증금제도가 있어도 음식점 등은 공급자가 많기 때문에 예약금을 받는 절차가 포함된다면 손님이 다른 가게로 이탈할 우려가 있어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교수는 “소비자기본법에도 명시돼 있는 것처럼 소비자들은 권리를 주장하기에 앞서 책임 의식이 필요하다”며 “공정위에서 ‘노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캠페인을 시행해 노쇼는 잘못된 소비자 행위라는 인식이 형성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스냅타임 고정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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