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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에서 부활한 '팬픽'…팬덤문화 진화

과거 블로그나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유행했던 '빙의글', '팬픽' 형태의 콘텐츠가 유튜브 등 동영상 플랫폼을 중심으로 다시 인기를 얻고 있다.

빙의글과 팬픽이란 팬들이 좋아하는 연예인을 등장시켜 쓴 장편 또는 단편 소설을 말한다. 주로 블로그나 인터넷 커뮤니티의 게시글을 통해 유행했다.

과거에 주로 글을 통해 유행했다면 최근에는 영상과 짧은 글을 바탕으로 다시 유행하고 있다.

텍스트 중심의 글보다는 빨리 소비할 수 있는 영상과 짧은 글을 선호하는 MZ세대의 특성과 사진, 영상 업로드가 가능한 SNS가 인기를 끌면서 생긴 변화로 풀이된다.

"OOO과 썸타는 상상해보자"

유튜브에서는 한 가지 콘셉트를 정하고 연예인을 주인공으로 설정해 구독자들이 영상에 몰입하도록 이끄는 영상들이 주목받고 있다.

채널 운영자들은 연출하고자 하는 분위기에 맞는 영상 제목과 설명, 배경음악 등을 활용해 영상을 만든다. 영상에는 자신의 느낌을 이야기하는 댓글들이 달린다. 인기 있는 댓글엔 좋아요와 답글이 달리며 구독자 간 소통도 활발하다. 이런 채널이 연예인 팬덤의 새로운 소통의 장이 되고 있다.

NCT 팬들의 반응을 보여주는 댓글들(출처=유튜브)


채널 ‘한라봉’이 좋은 예다. 이 채널의 영상 속 주인공은 아이돌 그룹 NCT다. ‘이뤄질 수 없는 짝사랑’, NCT 멤버와 이별하는 상황을 설정한 ‘끝’이 대표작이다. NCT가 출연한 영상을 편집해 분위기에 맞는 음악을 첨부하고 서사를 부여한다.

NCT 팬들의 호응은 뜨겁다. 대체로 몰입이 잘 된다는 반응이다. “과몰입(지나치게 깊이 파고들거나 빠짐) 쩐다” “진짜 이별하는 것 같아 눈물 난다” 등의 댓글이 달렸다.

채널 '미남에 미쳐라'가 제작한 영상들 (출처=유튜브)


또 다른 채널 ‘미남에 미쳐라’는 대상을 다양하게 시도하고 있다.

특정 아이돌그룹을 넘어 인기있는 국내외 배우가 주인공인 영상들을 만든다. 주로 이들이 출연한 영화, 드라마 장면을 활용한다. 가장 인기 있는 재생목록은 ‘기억조작 시리즈’다. ‘ENTJ 상사가 나를 짝사랑한다면?’, ‘집착광공 천재 CEO 재질’ 같이 영상의 분위기를 알 수 있는 직관적인 제목도 빠지지 않는다. '미남에 미쳐라'는 현재 구독자가 4만명이 넘는다.

유튜브 채널 '미남에 미쳐라'를 운영하고 있는 김 모씨는 "처음엔 좋아하는 중국 배우인 송위룡을 더 알리고 싶어서 시작했다"고 채널 개설 이유를 전했다. 김 씨는 작년 3월에 채널을 개설해 86편이 넘는 영상을 만들었다.

그는 "제 손으로 직접 미남을 알리고 미남의 아름다움을 어필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며 희열을 느꼈다"고 설명했다. "콘텐츠를 보고 감탄하는 구독자들의 반응을 볼 때면 힘을 얻는다"고 덧붙였다.

앞으로의 채널 운영 계획에 대해서는 "꼭 하나의 형식이나 콘텐츠에만 매몰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구독자가 직접 좋아하는 미남에 투표하는 '미미듀스' 시리즈 외국인 편을 기획 중이고 세로로 보는 영상 형식 등을 활용해 다양하게 제작해볼 예정"이라고 답했다.

짧은 글 형태의 '카피페'도 인기

트위터에서 유행하는 카피페 (출처=트위터)


비슷한 형태가 놀이문화가 트위터에서는 ‘카피페’라는 이름으로 유행하고 있다.

카피페는 '복사'(copy)와 '붙여넣기'(paste)를 합성해 줄인 말로 실화가 아닌 유명한 ‘썰(이야기)'에 아이돌 그룹 멤버를 대입한 짧은 글이다. 제작자들은 주로 인터넷에 떠돌아 다니는 일화를 활용하지만 직접 창작하기도 한다.  글자 수가 제한되어 있어 짧은 글을 주로 올리는 트위터의 특성에 알맞다.

가상이지만 팬들은 "귀여워 미치겠다", "역시 OO이라 그렇다"고 반응한다.

길이가 긴 카피페도 있다. 트위터는 한 트윗에 글자 수(140자)를 제한하고 있지만 답글을 반복해 달 수 있는 '타래'라는 기능을 활용해 한 편의 글을 완성한다.

김유미(가명)씨는 “카피페는 클리셰(진부한 표현)를 반영하는 경우가 많다”며 “예를 들면 아이돌 그룹 내 막내가 형들에게 귀여움을 받는 설정 등은 팬들에게 이미 익숙한 소재이기 때문에 짧은 글인 카피페로 봐도 공감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트위터에서 카피페를 연재하는 이수연(가명)씨는 "카피페를 쓰다보면 재미있어서 계속 쓰고 소비하게 된다"며 "카피페는 팬픽보단 길이가 짧기 때문에 '음슴체(-음, -했음 등으로 끝나는 문장들)'가 많고 가벼운 주제인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팬들의 '2차 창작물'은 과거에는 특정인물의 팬들을 중심으로 유행했지만 점차 대중적인 문화로 자리잡고 있다. 연예인들이 자신의 팬픽을 읽고 피드백하기도 한다.

가수 전소미는 자신의 팬픽을 읽고 "캐릭터를 다시 잡아달라"며 인스타그램에 캡쳐본을 올렸다. 과거 무한도전에서도 멤버들이 팬픽을 읽고 반응하는 모습이 방송되기도 했다.

하지만 선정적인 콘텐츠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누리꾼들은 "자녀들이 잘못된 성관념을 가지게 될까 걱정된다" "딸에게 분별해서 읽으라고 일러야겠다" 라는 반응이다.

적당한 소비는 좋지만 과한 몰입 경계해야

이렇듯 최근 영상과 짧은 글로 만들어지는 '2차 창작물'에 대해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기기 발달로 사진과 영상 촬영 및 편집이 원활해졌고 어렸을 때부터 영상에 익숙한 MZ세대의 특성이 만나 생긴 변화”라고 분석했다.

곽 교수는  “청소년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연예인들을 대입한 콘텐츠를 만들고 소비하면서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다”면서도 "이같은 콘텐츠에 과도하게 몰입하면 지나친 현실도피로 이어질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스냅타임 권보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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