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 세대를 위한 뉴스

snaptime logo

'팬픽','빙의글'에서 미성년자 성적 대상화 논란

‘그의 신음이 방 안에 가득 퍼졌다. XX는 저도 모르게 흥분하고 있었다. (미성년자인) XX의 몸에선 어린 향기가 났다...’

‘알페스(RPS, Real Person Slash)’를 바탕으로 한 팬픽의 일부다. 알페스는 남자 아이돌 등을 소재로 허구의 동성애 관계 등 창작물을 만드는 행위를 말한다. 하지만 알페스는 비단 동성애나 남자 아이돌에 국한하지는 않는다.

위 팬픽의 주인공은 최근 인기몰이 중인 남자 아이돌이다.

그룹 내 성인 멤버 A씨와 미성년자 멤버 B씨가 커플로 설정돼 있다. 팬픽에는 A씨와 B씨가 성관계를 하는 장면이 담겼다. ‘신음’, ‘흥분’, ‘골반’ 등의 용어가 등장하며 성관계를 하기까지의 과정이 적나라하게 묘사돼 있다. 성기를 지칭하는 용어도 등장한다.  아이돌 문화에 친숙한 1020세대들이 잘못된 성 가치관을 갖게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일부 콘텐츠에서 미성년 아이돌 성적 대상화 이루어져

미성년 여성 아이돌을 성적 대상화하는 콘텐츠도 있다. 한 남성 커뮤니티에는 ‘알페스 명작선’이라는 제목으로 미성년자 여성 아이돌 A씨와 B씨가 성관계를 하는 내용의 팬픽이 게시됐다. 여성의 성기와 신체 부위를 지칭하는 용어와 접촉 과정이 그대로 드러난다.

최근 ‘알페스(RPS, Real Person Slash)’, ‘나페스’를 두고 논란이 거세다. ‘알페스’는 실제 인물을 커플로 엮는 행위, ‘나페스’는 자신과 좋아하는 연예인을 엮는 행위를 말한다. 주로 아이돌 팬들이 ‘알페스’, ‘나페스’로 콘텐츠를 제작해 공유한다. 흔히 알려진 소설 형태의 ‘팬픽’, ‘빙의글’ 등이다. 트위터에서 짧은 글의 형태로 공유되기도 한다. 일부 콘텐츠에서 미성년자 아이돌을 대상으로 신체 접촉, 성관계 장면을 묘사해 논란이 예상된다.

모든 '팬픽', '빙의글'이 문제는 아니지만..."성적 대상화 없어야"

‘알페스’, ‘나페스’를 통한 팬픽, 빙의글이 모두 아이돌을 성적 대상화하는 것은 아니다. 그룹 멤버들 간의 우정, 판타지 소재를 다룬 작품도 있다.

한 아이돌의 팬이라는 임모(여·27)씨는 “중학생 땐 우연히 일반적인 팬픽, 빙의글을 몇 개 읽은 적이 있는데,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임씨는 아이돌에 대해 알아보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런 콘텐츠들을 접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실제 연예인의 이름을 가져다 쓰니 당사자가 보면 불쾌할까 고민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또 미성년자 아이돌이 성적 대상화되는 콘텐츠들에 대해선 “내가 좋아하는 아이돌은 중학생 때 데뷔했는데, 이런 콘텐츠들로 상처받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성적 대상화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팬덤 내에서 미성년자를 성적 대상화하는 콘텐츠들에 대한 자정작용이 이뤄지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렸다.

김모(여·25)씨는 “본인이나 관계자 앞에서 대면으로 하거나 수위가 지나친 글들은 팬덤 내에서도 비판한다”며 “자정작용이 잘 이루어지는 편”이라고 했다.

반면 이모(여·24)씨는 “부적절함은 인식하지만 자정작용은 잘 이뤄지지 않는다”며 “최근 사회 전체적으로 공론화되고 있지만 팬덤 내부에서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N번방과는 본질이 달라... 처벌 가능성 두고 이견

최근 정치권 일각에서 '제2의 N번방'이라고까지 표현하고 있지만 실제 위법이냐의 문제에 대해서는 전문가의 의견이 엇갈린다.

더프렌즈 법률사무소의 이동찬 변호사는 "유포될 경우 정보통신망법에 의한 명예훼손, 책으로 만들어질 경우엔 출판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처벌이 가능하다"면서도 "당사자가 문제 삼아야 처벌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 변호사는 "성범죄로 처벌받기엔 어려워 보인다"며 "피해자가 영상이나 사진에 직접적으로 등장하는 '성착취'가 이루어진 것은 아니기 때문에 'N번방'과는 다르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진을 도용해 딥페이크처럼 만들었다면 처벌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대상이 미성년자일 경우에 대해서도 "처벌받기 위해선 '성적 모욕'으로 인정받고 '모욕죄'가 되야 하는데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익명을 요구한 A변호사는 "(이러한) 콘텐츠 내에 누가 봐도 그 사람이라고 특정할 수 있는 정보가 드러났는지가 중요하다“며 ”예를 들면 소설 내에서 외모, 직업, 나이 등의 정보가 구체적으로 드러나 팬들 뿐만 아니라 아이돌 그룹을 잘 모르는 일반인이 봐도 그 멤버로 특정이 되면 처벌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팬들 사이에서도 이 대상을 특정 아이돌 멤버로 인식할 여지가 충분하다는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면 처벌이 가능하다"며 "퍼블리시티권 침해나 음란물 유포 등으로 민형사상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했다. 또 "이런 콘텐츠에서 대상이 미성년자일 경우엔 처벌이 가중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이돌 문화 주 소비층은 1020..."가치관에 악영향"

문제는 아이돌 문화의 주 소비층이 1020세대라는 점.

'나스미디어'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연예인 또는 아이돌에 관심이 있으며 SNS 이용시 주로 연예인/아이돌 콘텐츠를 소비하는 이른바 '팬덤 타겟'은 1020이 63%에 달한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우리나라의 경우 청소년들이 입시 때문에 스포츠, 예술 활동 등으로 적절히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어렵다"며 "그러다 보니 아이돌 문화, SNS에 몰입하는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청소년들이 제대로 된 가치관이 형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런 콘텐츠를 접하다 보면 잘못된 이성관, 윤리를 형성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스냅타임 권보경 기자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