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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청까지 들려요”...코로나19로 층간소음 갈등 ‘폭발’

(사진=이미지투데이)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의 한 아파트에서 4년째 거주하고 있는 이모(33·여)씨는 최근 심각한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하기 시작한 지난 4월께부터 최근까지 층간소음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서다.

이씨는 "윗집에서 들리는 층간소음을 참다 못해 인터폰으로 조심해줄 것을 부탁했다"고 했다. 하지만 되레 황당한 일을 겪게 된 이씨. 그는 "윗집 주민이 찾아와 '아파트 안 살아봤냐, 아이를 안 키워봐서 잘 모르는 것 같다'"며 "한 번만 더 인터폰으로 연락하면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하더라"고 토로했다.

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지면서 이웃 간 층간소음 분쟁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상향조치에 따라 재택근무 확산과 학교의 원격수업 전환 등으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다.

하지만 중재기관을 통한 해결은 강제력이 없을 뿐만 아니라 층간소음이 발생할 때마다 중재 신청을 하기도 어렵다 보니 층간소음으로 인한 분쟁은 끊이지 않고 있다.

코로나19로 외출 줄자 층간소음 분쟁 증가

이씨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윗집에 항의를 했다는 이유만으로 윗집에서 보다 강력한 소음을 유발하기 위해 우퍼스피커를 설치했기 때문이다. 우퍼스피커는 낮은 음역대의 확성기로 굉음과 진동을 바닥이나 벽을 타고 전달한다.

이씨는 “윗집에서 저주파 음원을 우퍼스피커를 통해 내보내고 있다. 진동 때문에 바닥의 물방울이 다 흔들릴 정도”라며 “소리가 날 때마다 저절로 신경이 날카로워지고, 머리와 심장이 아픈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층간소음 중재 기관의 중재는 강제력이 없다. 중재기관에 신청하는 이유는 민사소송을 통해 해결하기 위해 증거로 남기기 위한 것에 불과하다"며 "층간소음 문제를 해결할 강력한 법적 근거나 강제력 있는 위원회 설치 등의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하소연했다.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최근 환경부 산하기관인 한국환경공단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1월까지 접수된 층간소음 민원은 3만6105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만3843건)보다 51%나 늘었다.

층간소음 문제는 당사자 간의 직접 대면 방식으로 해결할 경우 감정싸움으로 비화할 수 있어 제3자를 통한 중재가 중요하다. 공공기관을 활용한 조정 및 합의 방법으로는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이웃사이센터)'가 대표적이다.

이웃사이센터는 이웃 간 중재를 위해 전화상담, 현장진단 서비스 등을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이웃사이센터의 중재조치는 강제력이 없는 권고 수준에 그쳐 실질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 특히 민원을 신청해도 예약부터 현장 방문까지 수개월이 걸린다고 입을 모았다.

이는 코로나19로 층간소음 민원은 폭증하고 있지만 해당 기관의 인력 부족 문제로 병목 현상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상혁 민주당 의원이 한국환경공단으로부터 제출받아 올해 국정감사에서 공개한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 민원 접수현황’에 따르면 올 1월부터 8월까지의 전화상담 접수 건수는 총 2만2861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만7114건) 보다 약 34% 증가했다.

반면 이웃사이센터의 운영 인력은 지난달 29일 기준 전체 정원 23명 중 19명이 근무하고 있다. 이 중 현장진단 투입 인력 14명, 행정업무 인력 5명으로 운영되고 있어 폭증하는 민원 수요를 감당하기엔 역부족인 상황이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층간소음 피해호소인들 "강제력 있는 법적 근거 마련돼야"

층간소음 피해를 호소하는 사람들이 모인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서는 ‘이웃사이센터에서 중재를 받으려면 6개월은 걸린다’, ‘센터 중재는 권고 수준이라 방문 이후에 보복소음을 당한다’, ‘중재 조치라는 게 매트 깔고, 슬리퍼 신으라는 당부가 전부’, ‘상대방이 중재를 거부하면 상담 진행조차 이뤄지지 않는다’ 등의 격앙된 반응들이 주를 이뤘다.

서울 강서구 등촌동에 거주하는 주모(28·여)씨는 “최근 재택근무를 하면서 층간소음 문제에 시달리고 있다"며 "집에서 이어폰을 끼고 생활할 정도로 소음 문제가 심각하고 저녁에는 잠도 잘 못 잔다”고 말했다. 이어 “이웃사이센터와 같은 중재 기관은 실질적인 도움을 주지 못한다"며 "오죽하면 윗집에 항의하기 위해 당근마켓에서 덩치 큰 남성에게 돈을 주고 의뢰하겠나”라고 답답함을 내비쳤다.

경기도 고양시 화정동에 거주하는 이모(50대·남)씨는 “최근 이웃사이센터로부터 중재 안내문을 받았다. 나는 중재 동의를 하지도 않았고, 현재 거주하고 있는 건물은 집합건물”이라며 “이웃사이센터의 중재 대상은 공동주택(아파트, 연립주택, 다세대주택)인데, 인력 부족 문제 때문인지 기본적인 확인도 없이 일을 처리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웃사이센터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올해 민원 접수 건수가 많이 늘어났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출장 자체가 제한되다 보니까 중재에 어려움이 발생하고 있다”며 “중재를 할 때 양쪽 세대 중 한쪽이 상담에 미동의하면 어쩔 수 없이 해당 단계에서 종료한다"고 전했다.

양 의원은 분쟁을 조속히 해결할 수 있도록 입주자로 구성된 ‘층간소음 관리위원회’를 의무적으로 구성해 운영하는 ‘공동주택관리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한 상태다.

양 의원은 “분쟁 상담을 할 수 있는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가 있지만, 직원이 20명에 불과해 조정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며 “아파트마다 의무적으로 층간소음 위원회를 구성한다면 절차를 단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스냅타임 고정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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