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 세대를 위한 뉴스

snaptime logo

또 다른 학폭의 그림자 ‘따돌림’

최근 스포츠계와 연예계에서 이른바 '학교폭력(학폭) 미투'가 이어지고 있다.

10대의 언행이라고 믿기 어려운 수준의 신체적·정신적 폭력을 동반한 준범죄형 학폭은 이전부터 꾸준히 심각한 사회 문제였다.

학폭뿐만 아니라 교육현장에서는 '따돌림'도 심각한 문제로 지적된다. 하지만 따돌림은 표면상 단순 갈등으로 보여 심각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기존 악질 학교폭력보다 폭력의 수위는 낮지만, 피해자의 정신적 고통은 폭력 수위와 단순 비례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따돌림 피해 학생의 상처는 가볍게 치부된다. 피해자가 자신이 겪은 일이 학교폭력에 해당한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사진=이미지투데이)


 

'따돌림 하나의 폭력'... 상담도 무용지물

신모(여, 19세)씨는 지난해 가장 친했던 친구들에게 소외를 당한 경험이 있다. 그녀는 2학년이 된 첫 학기까지 잘 지내던 친구들이 어느 날 갑작스럽게 자신을 피했다고 했다.

신씨의 말에따르면 지난해 여름 휴가철 신씨의 친구들은 신씨만 빼두고 계곡에 다녀왔다. 이전까지는 신씨를 포함해 잘만 친하게 지내던 6명의 무리였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신씨는 가장 친하게 지내던 친구에게 자신이 소외시킨 이유를 물어봤다. 돌아온 대답은 간단했다. "애들 모두 너를 별로 안 좋아하는 것 같아. 너 우리 놀 때 자주 빠지잖아".

신씨가 이 말을 전해 들은 후 그녀의 친구들은 본격적으로 그녀를 없는 사람 취급했다. 인사도 받아주지 않고 급식실도 함께 가지 않았다. 심하게는 신씨가 들을 수 있게 큰 소리로 그녀를 험담하기도 했다.

큰 상처를 받은 신씨는 담임선생님과 상담을 요청했지만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언어폭력의 수위가 세지자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학폭위)에서 문제를 해결할까 고민했지만 이내 생각을 거뒀다. 일이 너무 커질까 두려웠기 때문.

그녀는 주변에도 비슷한 사례가 많다고 했다.

신씨는 "(정도는 다르지만)아마 애들마다 한 번씩은 이런 경험이 있을 것"이라며 "이런 일로 (선생님과) 상담을 하거나 힘들어하면 나만 유난떠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라고 말했다.

 

'공론화' 두려워요…피해 학생, 학폭위 열리는 것에 부담감 있어

따돌림 피해 학생은 자신의 경험을 흔한 일로 여기는 경우가 많다.

마음의 상처와는 별개로 주변에서 쉽게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해서다. 또 학폭위까지 열 만한 일인가하는 의문을 품기도 한다.

하지만 신씨의 사례 역시 엄연히 '학교폭력'에 해당한다.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제 2조 1의 2는 따돌림을 '학교 내외에서 2명 이상의 학생들이 특정인이나 특정집단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지속적이거나 반복적으로 신체적 또는 심리적 공격을 가하여 상대방이 고통을 느끼도록 하는 일체의 행위를 말한다'고 정의하고 있다.

또 교육부에서 제공하는 '학교폭력 사안처리 가이드북'에 따르면 다섯 명의 친구들은 한 명을 의도적이고 반복적으로 피하는 '따돌림'과 더불어 다수 앞에서 인신공격하는 '언어폭력'까지 신씨에게 가한 것이다.

(사진=이미지투데이)


 

현직 교사 "흔하다고 해서 가볍게 치부할 일 아냐"

현직 고등학교 교사 A씨는 소규모로 발생하는 따돌림이 생각보다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얼핏 보기에 단순 감정싸움에서 끝나는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것.

A교사는 "매년 한 반에 한 번씩은 생기는 문제"라며 "흔히 (따돌림은) 두 학생 사이의 갈등에서 시작하지만 지나고 보면 한 명 대 다수의 대립구도가 된다. 이 때 한 명 쪽은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받게 된다"고 했다.

따돌림은 발견이 어렵다는 점도 문제로 꼽았다. 물리적 폭행을 동반한 사건은 오히려 가해 학생 처벌이 수월하지만 몇 명의 무리에서 발생한 따돌림은 교사들도 파악하기 쉽지 않아서다.

A교사는 "야간 자율학습 시간에 한 학생이 우는 모습을 보고 상담을 진행했다. 그제서야 (그 학생이) 따돌림을 당하고 있다는 걸 알았다"며 "그 친구는 자퇴까지 생각하고 있었다. 학교에 나오고 싶지 않다는 말을 반복했다"고 말했다.

발견이 어려운 이유는 무엇일까. A씨는 가해 학생이 '의외의 인물'이라 전했다.

그는 "따돌림을 주도한 학생이 평소 선생님들 사이에서 평판이 좋은 모범생인 경우도 있다"며 "모범생이 아니더라도 흔히 떠올리는 '학폭 가해자'의 전형적인 모습과 다를 때가 많다"고 전했다. 이어 "그만큼 (따돌림은) 특수한 상황이 아니다"라며 "누구든 가해자가 될 수 있고 누구든 피해자가 될 수 있는 것"이라 강조했다.

교내 상담 시스템의 한계도 따돌림 현상을 심각하게 대응하지 못하는 이유로 꼽힌다.

피해 학생의 상처를 치유하고 가해 학생의 행동 교정을 위해서는 갈등 상황을 조기에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현실적으로 소통을 할 기회가 적다는 것이다.

A씨는 "교사 1명이 20명대 후반의 학생을 맡다 보니 상담을 자주 할 수가 없다"며 "학기 별로 한 번씩, 1년에 두 번 진행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했다. 이어 "선생님과 학생의 소통이 원활하면 좋지만 교원 수가 부족한 게 한계"라며 "담임 선생님이 아니더라도 많은 선생님이 학생들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학창 시절 겪은 좌절감, 성인 된 후 대인관계에서도 나타나

김은희 진로&심리상담 연구소 김은희 소장은 학창 시절 따돌림 경험이 있는 학생들은 성인이 된 후에도 대인 관계에 두려움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때문에 언제 어디서 발생할지 모르는 '일상적인 따돌림'을 늘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소장은 "상담을 진행하다 보면 대인 관계로 힘들어하는 사람들 중 다수가 학창 시절에 따돌림을 경험한 적이 있다"며 "10대 학생들은 성인보다 여리다. (따돌림 경험으로) 대인관계 자체에 대한 희망을 잃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심리적 충격으로 자존감이 낮아진 피해자들은 소수의 가해자뿐만 아니라 반 전체, 나아가 전교생이 자신을 싫어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며 "(부정적인 생각을)제때 바로잡아 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상처가 성인기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스냅타임 김세은 기자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