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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집합금지 해제 이후 첫 주말...대낮부터 들썩이는 클럽

“그냥 물빨, 부비, 댄스 다 가능하다 얘들아. 단속도 오는데 단속반도 체념한 듯 보임.”

지난 19일 오후 한 클럽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이다.

“클럽들 남게(남자손님) 받나요?”, “강남 OOO 몇 시에 열어요?” 등의 글이 이어지면서 클럽 커뮤니티가 세 달여 만에 활기를 띠었다. 이날은 정부가 지난 15일 유흥업소에 집합금지 명령을 해제해 오후 10시까지 영업을 허용한 이후 첫 ‘불금’이었다.

 

자연스러운 ‘턱스크’...방역수칙 안내문 소용없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재확산 위험성이 남아있지만 유흥업소 집합금지 명령이 해지되면서 젊은이들은 클럽으로 삼삼오오 모였다.

지난 19일 스냅타임이 방문한 강남의 A 클럽은 오후 5시부터 영업을 시작했다. 오픈 후 30분도 채 되지 않아 △2m 거리두기 △올바른 마스크 착용 등 방역수칙은 깨졌다. 클럽 곳곳에 안내문이 있었지만 무용지물이었다. 좁은 클럽 안에는 이미 25명 남짓한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턱스크’를 한 이들이 자연스럽게 대화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2m 거리두기가 지켜지지 않는 클럽 내부 (사진=권보경 기자)


마스크를 턱까지 내린 클럽 직원은 기자의 귓가에 “아직 오픈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사람이 많이 없는 것”이라며 “조금 있으면 사람들이 많이 올 테니 기다려달라”고 말했다. 시끄러운 클럽 특성 상 밀접하게 접촉하지 않으면 대화가 통하지 않았기 때문.

마찬가지로 ‘턱스크’를 한 채 밀접해 술을 마시며 대화하고 흡연하는 이들도 눈에 띄었다. 마스크를 벗고 진한 스킨십을 하는 남녀도 쉽게 볼 수 있었다. 지하에 위치하고 창문이 없어 밀폐된 클럽 특성 상 환기가 될 리도 만무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들은 더욱 몰려들었다. 5분 사이에 10명 남짓한 사람들이 들어온 것. 사람들 사이 거리는 팔 하나를 채 펴지 못할 만큼 가까워졌다. 클럽 직원은 사람들의 모습을 촬영하며 돌아다닐 뿐 별다른 제지는 하지 않았다.

 

토요일 새벽까지 이어진 '불금'의 열기

20일 오전 7시에 발 디딜 틈 없었던 서울시내의 한 클럽 내부 모습. (사진=김세은 기자)


클럽의 열기는 새벽까지 이어졌다. 오후 10시에 문을 닫았던 클럽들이 다음날 새벽 5시에 영업을 재개했기 때문.

지난 20일 오전 7시께 스냅타임은 서울 강남의 B 클럽을 찾았다. QR코드 명부 작성과 하이패스를 통한 신원 확인 후 본격적으로 클럽에 입장했다.

영업을 재개하면서 언론의 뭇매를 맞은 바 있어서인지 모든 입장객들은 휴대폰의 전면 카메라와 후면 카메라에 ‘촬영 금지’ 스티커를 붙이기도 했다.

 

클럽 입장 시 카메라에 붙여야 하는 '촬영금지' 스티커 (사진=권보경 기자)


귀가 터질 듯 쿵쿵 울리는 음악 소리와 순식간에 콧 속을 메우는 담배 연기. 클럽 내부는 그야말로 인산인해였다. 그동안 억눌린 자유를 만끽하기 위한 몸짓은 극렬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는 클럽 내부에서는 다른 이들과의 접촉 없이는 걷지 못할 정도였다. 소위 부비부비뿐만 아니라 농도가 더 짙은 스킨십도 자연스러웠다.

스테이지뿐만 아니라 사용료가 비싼 테이블 역시 한 군데도 빈 곳이 없었다. 풀(full) 예약이었다. 클럽 내 성비는 약 7대3으로 남성의 비율이 압도적이었다.

여성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적다보니 테이블을 이용하는 남성 손님들의 ‘여성 모셔가기’ 경쟁은 치열했다. 대학생 박 모씨(남·25)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테이블을 잡지 못했다”며 “3일 전에도 왔는데 그때도 클럽이 붐볐다”고 했다.

 

'마스크 No'·'컵 돌려쓰기'...비말 감염 최적화

마스크를 내리고 술을 마시는 사람들 (사진=김세은 기자)


사람들은 돌아가며 술병을 입에 대고 마시는 것은 물론 술을 따르는 컵도 여러 번 재활용했다.

한 명이 술을 마시고 컵을 건네면 다른 이에게도 그 컵에 술을 따라 주는 식이었다. 술을 마신 후 다시 마스크를 올바르게 착용해야 하지만 방역수칙을 지키는 이들은 드물었다.

코로나19가 비말로 전파되는 만큼 감염에 취약할 수 밖에 없는 상황. 컵 속 음료 전체를 비울 때까지 '턱스크'를 한 채 대화는 계속됐다. 시끄러운 음악 속, 소통을 위한 입과 입의 거리는 채 10cm도 되지 않았다.

업장 내 곳곳에서 흡연하는 이들도 흡연 후 다시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 상황을 제재하는 직원들도 없었다. 감염이 두렵지 않냐는 질문에 이 모씨(남·29)는 “어차피 걸릴 사람은 이곳이 아니라도 걸린다”며 “(코로나19 감염은) 운의 문제가 아닌가?”라 답했다.

요식업을 하고 있다는 최모씨(남·27)도 “당연히 두렵다. 그런데 이제는 코로나19가 만연한 상황이 너무 당연하게 느껴진다”며 “그래도 놀 건 놀아야 하지 않겠어?”라고 말했다.

반면 권모씨(남·29)는 “난 감염되면 생계가 위협받는다”면서도 “1년 만에 클럽을 찾으니 너무 즐겁다”며 웃었다.

 

단속 나오면 음악 멈추고 끝나면 '영업 재개'

술을 마시며 대화를 나누는 사람들 (사진=김세은 기자)


대화 도중 잠시 음악이 멈추고 모두가 춤 추던 것을 멈춰야 하는 순간이 있었다. 구청에서 영업 단속을 나온 것. 하지만 쉬쉬하던 것도 잠시, 클럽 운영은 빠른 시간 내 재개됐다.

황모씨(남·29)는 “난 6시 쯤 왔는데 단속이 떠서 30분 정도 음악이 멈추기도 했다”면서도 술을 건네며 “너도 마스크를 내리고 얼굴을 보여달라”고 했다. 이씨도 “단속나올 때만 잠깐 조용히 하면 괜찮다”며 “단속반도 클럽 내부 상황을 알 것이다. 하지만 제재를 하지 못 하거나 하지 않는 것”이라 설명했다.

한편 지난 17일 정세균 국무총리는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아직 코로나 3차 유행이 진행 중인 상황임에도 일부 유흥업소 등에서 방역 수칙을 어긴 사례가 여전히 적발되고 있는 사례를 지적했다. 정 총리는 이날 “일부 전문가들은 3~4월 4차 유행의 가능성까지 경고하고 있다”며 “거리두기 완화로 일상이 회복된 것처럼 보이지만, 절대 긴장을 늦출 때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스냅타임 권보경 김세은 심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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