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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학이 사라진다’... 빨간 불 켜진 학생자치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장기화 하면서 대학 내 학생 자치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사진=연합뉴스)


스냅타임이 서울대와 고려대, 연세대 등 국내 주요 15개 대학의 2021학년도 총학생회 현황을 조사한 결과 총학생회를 구성한 곳은 경희대, 성균관대, 연세대, 중앙대, 한국외대 등 5개 대학에 불과했다.



특히 총학생회가 설립된 5군데 중에서 두 명의 후보 이상이 출마해 경선을 걸친 곳은 경희대 한 곳에 불과했다. 나머지 4개 대학은 한 명의 후보만 출마한 단선 투표를 통해 출범한 총학생회였다.

총학생회를 비롯한 학내 자치 활동은 코로나19 이전에도 정치적 무관심과 취업 경쟁으로 인해 서서히 시들어가는 추세였다.

고려대·서울대·한양대는 코로나19가 발발하기 전인 지난해에도 총학생회 선거를 무사히 치르지 못했다.

송다미 전 국민대 총학생회장은 "총학생회보다는취업에 관련된 대외활동을 하는 게 본인에게 이득이라고 생각하는 분위기가 강하다"며 "취업이 계속 어려워지다보니 취업 역량을 쌓느라 학생자치활동에 참여할 여유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여기에 더해 코로나19는 총학생회 및 학생 자치의 쇠락에 기름을 끼얹는 '연쇄 작용'을 일으키고 있다.

올해 총학생회를 구성하지 못한 △국민대 △서울시립대 △숙명여대 △카이스트 △포스텍 등 5개 대학은 코로나19 발병 이전인 지난해에는

총학생회를 정상 출범시켰다.

강성훈 서울대 철학과 교수는 코로나19가 ‘연쇄 반응’으로 이어진 것이라 보았다. 강 교수는 “학생들끼리 어울려야 자연스럽게 다음 해 학생회에도 관심을 보일 텐데 대면 활동이 너무 적었다"며 "학생 자치 활동의 동기부여가 약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총학생회 활동은 취업준비로 부터 여유가 있는 2학년이 주축이 되는 경우가 많지만 올해 2학년으로 진학하는 20학번이 코로나19로 인해 대학 자치 활동에 충분히 참여하지 못해  '총학생회 공백'이 더욱 커졌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총학생회 선거가 무산되었다고 해서 총학생회 기능이 완전히 마비되는 것은 아니다.

총학생회를 출범시키지 못한 학교는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나 단과대 학생회장 연석회의(연석회의)와 같이 총학생회의 역할을 대행하는 기구를 설치했다.

하지만 비대위나 연석회의가 총학생회의 기능을 '대행'한다고 해서 총학생회의 위상을 '승계'받는 것은 아니다.

투표를 거치지 않고 단과대학 학생회장 등으로 이루어진 중앙운영위원회에서 총학생회 임무를 대행해 '대표성'이 없는 탓이다.

전 한국외대 비상대책위원장은 "(비대위장으로 활동할 당시) 학교 측에 교육권에 관해 요구를 해도  '총학생회로 선출된 것도 아니면서 무슨 요구를 하냐'는 대답이 돌아왔다"고 말했다.

 

(사진=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


각 대학 단위의 학생 자치는 축소된 한편 '코로나19'와 '등록금 반환'이라는 시의적 주제에는 대학생 전체가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흐름도 포착됐다.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전대넷)는 지난 2019년 전국 단위 총학생회가 모여 발족했다.

전대넷은 페이스북을 통해 "교육·재정·민주주의·교육권 등 대학생의 요구안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밝혔다. 2020년 5월 기준 29개 대학 총학생회가 전대넷에 가입했다.

전대넷은 지난해 6월 상반기 등록금 반환 소송 운동을 통해 반환 소송인단 3951명을 모았다. 이후 7월에는 서울중앙지법 정문 앞에서 상반기 등록금 반환소송 소장을 접수하며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그 결과 같은 해 9월에는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등록금 감면 근거를 담은 고등교육법 개정안이 의결되는 성과를 얻을 수 있었다.

한편 김윤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총학생회 공백'과 '현안별 이합집산'이라는 두 가지 흐름에 우려의 목소리를 표했다.

김 교수는 "최근엔 총학생회 같이 주도하는 집단이 있는 집합행동보다는 소송, 청원과 같이 개개인이 주체가 되어 집단행동을 일으키는 일이 잦다"고 분석했다. 이어 "장기적으로 보면 시의적인 주제에 개인이 모이기보다 총학생회 같이 주도하는 집단이 있는 경우가 제도 변화를 이끌어 낸다"고 지적했다.

 

/스냅타임 오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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