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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줄이려 ‘리필’하는데…”전용용기를 또 사라고?”

유통 대기업 운영 리필숍 전용 용기 구매해야 이용가능
가격도 시중 제품보다 비싸.... 소비자 진입 장벽 높아
소규모 리필숍은 기존 보유 플라스틱 용기 사용 가능
전문가 “환경 보호 위해선 반드시 ‘전용 용기’ 재사용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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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접하고 제로웨이스트를 기대했는데 오히려 실망스러웠어요.”

평소 제로웨이스트(zero waste,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쓰레기 배출량을 줄이는 캠페인)에 관심이 많은 김 모(28·남)씨는 최근 서울 중구 신세계백화점 본점 내에 있는 ‘에코스토어’ 리필스테이션을 방문한 뒤 실망스러운 경험을 했다.

쓰레기 줄이기에 동참하기 위해 내용물을 담아올 수 있는 리필 용기를 직접 준비해갔지만 해당 매장을 이용하려면 전용 용기를 구매해야 했던 것.

김씨는 “얼마 전 다큐멘터리를 보고 제로웨이스트를 꿈꿨다”며 “이 전용 용기를 가져오면 다시 리필 할 순 있지만 왜 꼭 전용 용기를 따로 구매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왜 전용용기를 따로 구매해야 하나요?”

친환경이 경영이념의 필수가치로 자리매김한 가운데 많은 기업들이 제로웨이스트 캠페인에 동참하고 있다.

지난해 5월 풀무원 계열의 로하스 프레시 마켓 올가홀푸드 방이점에 처음으로 뉴질랜드 친환경 세제 브랜드 ‘에코스토어’ 리필 스테이션이 문을 열었다. 이어 같은해 9월 이마트 성수점에서 친환경 세제 전문 기업 ‘슈가버블’ 리필스테이션이, 올해 2월에는 신세계 백화점 본점에서 ‘에코스토어’ 리필스테이션이 각각 오픈했다.

이 곳들은 기존의 플라스틱 용기나 비닐이 아닌 전용용기를 사용해야만 제품을 구입할 수 있다. 이를 두고 소비자들은 ‘기존 플라스틱 제품도 있는데 굳이 전용 용기를 또 사야 하냐’며 불편하다고 지적한다.

지난 11일 제로웨이스트 상점이 있는 △신세계백화점 본점 △올가홀푸드 방이점 △이마트 성수점을 직접 방문했다.

 

지난 11일 신세계백화점 본점에 방문해 ‘에코스토어’ 리필스테이션을 이용했다. 첫 구매를 위해선 전용용기를 반드시 구매해야 했다.(사진=권보경 기자)

직접 방문한 세 곳 모두 전용 용기를 반드시 구매해야 했다. 미리 챙겨간 리필 용기는 사용이 불가능했다. 심지어 정해진 용량만 구매할 수 있었다. 신세계와 올가홀푸드는 1L씩, 이마트는 3L씩 구매해야 했다.

신세계백화점 리필스테이션을 이용했던 최정화(49·여)씨는 “생각보다 리필 할 수 있는 제품 종류가 많지 않고 규모도 작았다”며 “가져간 용기에 원하는 만큼만 구매할 수 있을 거라 기대했는데 전용 용기를 사야 해 아쉬웠다”고 말했다.

평소 ‘제로웨이스트’ 실천을 위해 애쓰는 정보리(33·여)씨도 “친환경을 모티브로 한 마케팅이지만 겉으로만 친환경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정 씨는 전용용기를 구매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기업에 문의했다고 한다.

그는 “(해당 기업에서) 내용물에 맞지 않는 용기를 사용하면 화학적 반응을 일으킬 수 있고 개인이 가져온 용기의 위생이 좋지 않으면 부패 등의 문제로 갈등을 겪을 수 있어 개인 용기를 사용할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며 “회사측의 설명을 납득은 했다. 하지만 쓰레기를 줄이자는데 또 용기를 구매해야 한다는 사실은 선뜻 이해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게다가 가격대도 일반 제품들보다 높게 형성되어 있었다. 신세계백화점 본점의 경우 섬유유연제 1L에 1만500원, 올가홀푸드는 1L에 1만6000원이었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하고 있는 섬유유연제보다 30% 이상 비싸다. 리필용 제품과 비교하면 3배 넘게 비싼 가격이다.

올가홀푸드를 과거 이용한 박 모(25·여) 씨는 “구매하려 했는데 가격을 보고 놀랐다”며 “착한 소비를 하고 싶지만 나쁜 가격에 망설여진다”고 말했다.

 

소규모 제로웨이스트숍은 전용용기 필요없어… 대기업과 대비

마포구 망원동에 위치한 ‘알맹상점’에선 다양한 제품들을 가져온 다회용기에 담아 구매할 수 있었다. (사진=권보경 기자)

반면 소규모 제로웨이스트 숍에선 소비자가 가져온 다회용기에 원하는 만큼 제품을 담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서울 마포구 망원동에 위치한 ‘알맹상점’은 전국 최초 세제 리필 팝업숍이다.

이곳은 각종 세제부터 세정 용품 등 다양한 품목을 판매한다. 샴푸, 린스 같은 제품은 일반 제품부터 고급 제품까지 다양하게 구비 돼 있다. 토너, 자외선 차단제, 바디로션 등 화장품도 찾아볼 수 있다. 심지어 발사믹, 올리브 오일 등 식료품도 판매했다.

해당 업체는 사람들이 가져오는 리필 용기를 이용할 수 있었다. 리필 용기를 마련하지 못한 사람들을 위해 재활용품을 제공했다. 플라스틱 용기는 무료로 제공하고 유리 용기는 500원에 판매중이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위치한 ‘디어에코’는 손님들이 다회용기를 직접 가져오도록 권장한다. 용기의 크기와 재질에 상관없이 원하는 만큼만 제품을 구매할 수 있다.

가게 한쪽에선 제품을 담기 전 손님들이 가져온 용기를 소독한다. 디어에코 관계자는 “가끔 손님들이 용량을 헷갈려하시는데 쉽게 감을 잡으실 수 있도록 물품을 다양한 용기에 담아 전시했다”고 했다.

 

‘디어에코’에선 플라스틱 음료통과 유리병에 제품을 담아 전시한다.(사진=권보경 기자)

환경전문가 “전용용기 활성화하면 쓰레기배출 감소”

환경 전문가는 전용용기를 활용한 리필숍의 확대가 환경보호에는 긍정적이라는 입장이다. 특히 일부 매장에서 사용하는 전용용기는 생분해 플라스틱 소재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김현경 서울환경운동연합 활동가는 “모든 제품을 리필숍을 통해 판매하면 좋지만 아직은 도입 초기 단계라 기업이 세제와 섬유유연제 중심으로 판매하고 있다”며 “비록 전용용기를 별도로 구매한다고 하더라도 해당 용기만 사용한다면 중장기적으로는 쓰레기가 감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전용 용기의 재사용이 전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용용기가 잘 썩는다고 하더라도 계속 새로 전용용기를 구매한다면 결국 쓰레기만 늘어나는 꼴이 되서다.

김 활동가는 “서울시는 오는 2025년까지 ‘생활 폐기물 직매립 제로’가 목표”라며 “전용용기를 계속 구매하다보면 일반 플라스틱처럼 결국 소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기존에 사용했던) 용기에 남아 있는 잔여물을 깨끗이 세척한 뒤 리필하는 것이 좋다”면서도 “손님들이 직접 가져오는 다회용기는 매장에서 직접 세척해 제공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구매한 전용 용기를 가져오면 매장에서 세척을 위해 수거한다”며 “이미 세척한 전용용기를 다시 고객들께 배부해 순환 사용토록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스냅타임 권보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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