빡침해소! 청춘뉘우스~

[팩트체크] 성소수자 자살률에 대한 국내 통계는 없다

美 청년·청소년 성소수자 자살률, 이성애자 5배?
美 평등법 제정으로 성소수자 차별 전면 금지
성소수자 관련 국내 통계는 無...국내에서도 변화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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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성전환 수술 후 전역 조치된 변희수 전 하사(23)가 충북 청주시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변 전 하사의 사망 이후 추모 물결이 이어지는 가운데 온라인에서는 여전히 트랜스젠더 군 복무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고 변희수 전 육군 하사 (사진=연합뉴스)

임태훈 군 인권센터 소장은 이와 관련해 지난 8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변 전 하사뿐만 아니라 성소수자들이 연쇄적으로 극단적 선택하고 있다”며 “문제는 그런 분들의 극단적 선택에 대한 통계도 우리에게는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임 소장은 “바이든 정부(미국 정부)는 청년과 청소년 성소수자들이 이성애자보다 자살률이 5배 높다는 국가 통계가 있다”며 “바이든 정부는 성소수자들의 자살 억제정책을 펴겠다는 것을 천명했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임 소장은 바이든 정부와 달리 “우리 사회에는 아직도 이런 극단적 선택하는 성소수자에 대한 검찰 경찰 통계청의 통계가 없다”며 “이 때문에 성소수자 자살예방정책은 빠져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임 소장의 발언에는 몇 가지 쟁점이 존재한다.

첫째, 미국 청년·청소년 성소수자들의 자살률이 이성애자보다 5배 높다는 통계가 있다?

둘째, 바이든 정부는 성소수자 자살에 대한 억제정책을 천명했는가?

셋째, 우리 사회에는 정말 성소수자에 대한 통계가 없는가?

이 세 가지 쟁점에 대해 팩트체크 해보았다.

 

미국 청년·청소년 성소수자들의 자살률이 이성애자보다 5배 높다는 통계가 있다? → ‘사실 아님’

결론적으로 임 소장이 발언의 근거로 삼은 국회입법조사처 보고서의 내용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임 소장의 발언은 지난 1월 27일 국회입법조사처가 발표한 ‘바이든 신행정부의 주요 정책 전망과 시사점’ 보고서를 기반으로 한다.

해당 보고서에서 인용한 통계는 조 바이든 당시 대통령 후보 선거캠프 홈페이지의 자료를 활용한 것이다. 하지만 원출처를 확인해보니 청년·청소년 성소수자들과 이성애자간의 자살시도율(attempt suicide) 차이는 확인이 가능했지만 자살률에 대한 기록은 찾을 수 없었다.

바이든 선거캠프 홈페이지에는 “레즈비언, 게이, 양성애자 청소년은 이성애자보다 자살을 시도할 가능성이 5배 더 높다. (Lesbian, gay, and bisexual young people are five times more likely to attempt suicide than their heterosexual peers.)”고 적혀있다. 즉 자살률이 아닌, 자살 시도율을 언급하고 있다.

바이든 선거캠프 홈페이지는 레즈비언, 게이, 양성애자 청소년은 이성애자보다 자살을 시도할 가능성이 5배 더 높다고 밝혔다. (사진=바이든 선거캠프 홈페이지 갈무리)

바이든 선거캠프는 2016년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발표한 ‘9~12학년 학생의 성 정체성, 성적 접촉의 성별, 건강 관련 행동-미국 및 일부 사이트, 2015 ‘(Sexual Identity, Sex of Sexual Contacts, and Health-Related Behaviors Among Students in Grades 9~12-United States and Selected Sites, 2015)의 통계를 활용했다.

이 보고서는 2014년 9월부터 2015년 12월까지, 9~12학년을 대상으로 시행한 전국적 설문을 분석했다.

보고서는 ‘자살 시도 고려(Seriously Considered Attempting Suicide), 자살 계획 세우기(Made a Suicide Plan), 자살 시도(Attempted Suicide), 의사나 간호사에게 치료받은 자살 시도(Suicide Attempt Treated by a Doctor or Nurse)’에 대한 자료를 제시한다.

이러한 문항들은 모두 최근 12개월 동안 자살을 시도한 적이 있는 학생들의 백분율을 분석한 것으로, 인구 10만명당 고의적 자해에 의해 ‘사망한’ 사망자수인 자살률을 따진 수치가 아니다.

미국 국립정신건강연구소에 따르면 ‘자살’은 죽을 의도가 있는 자기주도적이고 해로운 행동의 결과로, 사망으로 정의된다. 반면 ‘자살 시도’는 죽을 의도가 있는 자기주도적이고 해로운 행동의 결과이지만 ,치명적이지 않고 부상을 초래하지 않을 수 있다. 즉 자살 시도는 자살과 달리 사망에 이르지 않은 상태를 의미한다. (사진=미국 국립정신건강연구소 홈페이지 갈무리)

 

이외에도 미국 통계국(United States Census Bureau), 미국 자살예방재단(American Foundation for Suicide Prevention) 등에 ‘성소수자 자살률(LGBTQ Suicide Rate)’를 검색했을 때 관련 자료를 찾을 수 없었다.

 

바이든 정부는 성소수자 자살에 대한 억제정책을 천명했다? → ‘사실’

팩트 확인 결과 바이든 정부가 출범하면서 성소수자 자살 억제정책을 천명한 것은 사실이다.

바이든 대통령의 선거공략 중 하나가 학교의 심리학자, 상담사, 간호사 등을 두 배로 늘려 어린 성소수자를 비롯한 청소년의 자살을 예방하겠다는 것. 그는 효과적인 청소년 자살 예방 프로그램을 개발하기 위한 연구에 투자할 계획을 밝혔다.

 

바이든 선거캠프 홈페이지는 어린 성소수자의 자살 예방을  위해  학교의 심리학자, 상담사, 간호사 등을 두 배로 늘릴 것을 밝혔다. (사진=바이든 선거캠프 홈페이지 갈무리)

평등한 미국을 넘어 전 세계에서의 성차별을 반대하는 바이든은 취임 후에 일명 ‘평등법(Equality Act)’을 제정했다.

모든 사람은 성적 정체성에 따라 차별받을 수 없다는 취지로, 평등법에 따르면 고용·주택·신용·교육·공공서비스 등에서 성소수자의 차별을 금지한다.

이는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당선된 후 트랜스젠더의 군 복무를 금지하고, 의료보험제공자가 트랜스젠더 환자의 치료를 거부할 수 있도록 허용했던 모습과는 상반된다.

현재 평등법은 지난 18일(현지시간) 데이비드 시실린 하원 의원이 발의했으며, 이외에도 지난 23일(현지시간) 제프 머클리, 태미 볼드윈, 코리 부커 상원의원에 의해 발의되었다. 평등법은 지난 25일 미국 하원에서 224-206의 양당 투표로 통과되었다.

평등법 이외에도 미국은 트레버 프로젝트(The Trevor Project)를 통해 어린 성소수자들의 자살을 예방하고 있다.

특히나 트레버 프로젝트는 매년 청소년 성소수자 자살에 대한 통계를 업데이트하여 정책에 활용하는 것을 돕는다.

지난해 트레버 프로젝트의 ‘성소수자 청소년 정신 건강에 대한 전국 조사 2020(National Survey on LGBTQ Youth Mental Health 2020)’ 설문을 보면, 지난 12개월 동안 성소수자 중 40%가 자살 시도를 고민했다.

또한 청소년 트랜스젠더 및 논바이너리(남성/여성으로만 분류하는 이분법적인 성별 구분을 벗어난 종류의 성 정체성을 의미) 절반 이상이 자살을 고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트레버 프로젝트는 청소년 성소수자를 위한 핫라인을 개설, 연중무휴로 상담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트레버 프로젝트 홈페이지는 지난 12개월 동안 성소수자 중 40%가 자살 시도를 고민했다고 밝혔다. (사진=트레버 프로젝트 홈페이지 갈무리)

 

국내에는 성소수자에 대한 검찰·경찰·통계청의 통계가 없다? → ‘사실’

국내에는 성소수자와 관련한 국가 단위의 통계가 없다는 임 소장의 발언은 사실이다.

2019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한눈에 보는 사회 2019(Society at a Glance 2019)’에 따르면 ‘한국은 이성애, 동성애, 양성애 등 성 정체성에 대한 국가 설문 조사‘가 없다. 또한 같은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성인 인구 중 트랜스젠더의 비중에 대한 조사’를 실시한 경험이 없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가장 먼저 임 소장이 언급한 홈페이지에 ‘성소수자’ 등의 단어를 검색해보았다.

첫째로 검찰 홈페이지에 ‘성소수자’라고 검색했을 때 나오는 검색 결과는 총 0건이다. ‘트랜스젠더, 동성애’로 검색했을 때도 결과는 같았다.

다음으로 경찰청 홈페이지에 ‘성소수자, 트랜스젠더, 동성애’를 검색했을 때도 아무런 검색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국가통계포털(KOSIS)에 ‘성소수자’의 검색어로 검색한 결과, 총 264건의 검색 결과가 나왔다.

다만 성소수자의 국내 비율 혹은 자살률에 대한 통계는 존재하지 않았다. 성 소수자라는 키워드와 관련해서는 ‘인권교육이 시급한 주제 또는 내용’ 혹은 ‘인권침해·차별을 받기 쉬운 조건’ 등의 통계가 검색될 뿐이었다. ‘트랜스젠더, 동성애’로 다시 검색했을 때도 결과는 비슷했다.

 

경찰청 홈페이지에 ‘성소수자’를 검색한 결과 총 0건의 검색결과가 나왔다. (사진=경찰청 홈페이지 갈무리)

 

통계청, 국가인권위원회 등에 직접 문의하였을 때도 ‘성소수자 관련 통계’는 찾을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통계청 관계자에 따르면 사망률 등의 통계에 사용하는 사망 원인은 동사무소 신고 혹은 담당 의사가 발급한 사망확인서 등을 통한다. 예컨대 ‘교통사고, 질병, 자살’ 등이 사망 원인이 될 수 있다.

각 사망 원인을 신고할 때 사망자의 성별을 함께 적는데, 남자 혹은 여자의 이분법적 분류로 인해 트랜스젠더의 사망률은 알 수 없다.

반면 바이든 정부는 모든 정부 문서에 성별 표시를 ‘M(남성)’, ‘F(여성)’ 또는 ‘X’로 변경할 수 있는 옵션을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모든 트랜스젠더 개인이 자신의 성 정체성을 정확히 반영하는 신분 확인 문서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

세계적으로 성소수자를 바라보는 시선이 변화하고 있는만큼 우리나라도 정책적 변화를 검토할 시기가 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  양지혜 인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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