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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 희망 초봉 4363만원 돌파... 현실은 ‘글쎄’

대졸신입 구직자들의 희망 초봉이 4000만원을 넘었다. 개인의 능력을 공정하게 평가받고 싶어하는 MZ세대의 심리와 최근 IT·게임업계 중심으로 연봉인상 바람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고임금을 기대하는 취업준비생의 높아진 ‘눈높이’가 최근 악화하는 청년 취업률과 중소기업 취업난과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사진=인크루트)


 

구직자 희망초봉 4363만원...오름세 보이나 현실과는 괴리

지난 15일 취업포털 인크루트는 올해 취업을 준비하는 대학생 1036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실시한 결과 대졸신입 구직자의 희망 초봉이 평균 4363만원이라고 발표했다. △공학계열 △상경계열 △사회계열 △자연계열 △전자계열 등 다양한 전공자를 대상으로 삼았다. 이중 공학계열 전공자가 평균 4447만원으로 가장 높은 초봉을 희망했다.

이같은 결과는 2011년 같은 조사를 시작한 이래 가장 높은 수치다. 신입 희망 초봉은 2011년 2183만원을 시작으로 2015년 3320만원, 2019년에는 3456만원으로 꾸준히 오름세를 보이다 올해 처음으로 4000만원을 돌파했다.

그러나  기업의 실제 지급액은 구직자들의 희망 초봉과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기획재정부 등이 진행한 ‘2021 공공기관 채용정보박람회’에 따르면 올해 공공기관 초임 평균연봉은 3847만원으로 알려졌다. 인크루트가 지난해 신입 채용의사를 지닌 기업 831곳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 결과 예상 초임연봉은 3382만원 수준이었다. 신입 희망 초봉과 최대 1000만원까지 차이가 나는 셈.

30인 미만 중소기업의 신입 초봉은 더 낮았다. 고용노동부 임금직무정보시스템을 통해 지난해 기준 근속연수 1년 미만의 신입사원의 초임을 분석했을 때 평균 2772만원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성세대는 온라인을 중심으로 청년들의 희망 초봉이 너무 과하다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임금에 비해 능력이 부족하고 기업 입장에서 인건비가 큰 부담이라는 것.

한 누리꾼은 ‘신입이 할 줄 아는 게 뭐가 있다고 4300만원(을 원하냐), 겸손하지 못하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저러니 취업을 못하지’라며 최근 낮아진 청년 취업률과 높은 기대수준을 연관짓는 댓글도 달았다.

통계청이 지난 17일 발표한 ‘2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청년층(15~29세) 취업자는 전년 대비 14만 2000명 감소했으며 실업자는 31만 6000명으로 3만 5000명 증가했다. 청년층 고용률은 42%로 0.9%포인트 하락했다.

 

전문가 기성세대와 환경 달라 기대수준 높을 수밖에

전문가는 대졸 구직자가 높은 수준의 초임을 희망하는 현상을 두고 △임금 개념에 대한 인식 차이 △불확실한 구직·직업 환경 △취업에 투입하는 노력과 비용 상승을 원인으로 꼽았다.

중소벤처기업정책학회 회장을 맡고 있는 송창석 숭실대 경영학부 교수는 젊은 세대가 개인의 역량을 공정하게 평가받길 원하기 때문에 임금에 대한 시각도 기성세대와 다르다고 설명했다.

송 교수는 “과거엔 같은 나이대의 모든 직장인들이 특히 같은 회사일 경우 동일한 월급을 받는 것을 당연시했다”며 “지금의 대학생들은 ‘자신이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했을 때’라는 전제를 바탕으로 노동에 대한 대가를 (상대적으로) 고려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의 구직자들은 같은 대학을 졸업해 같은 회사에 취업하더라도 공정성이 보장된다면 월급이 80만원에서 1억원까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인다”고 덧붙였다.

코로나19 등 과거와 비교해 불확실성이 높아진 구직·직업 환경도 언급했다.

송 교수는 “지금 대학생들은 과거와 같은 평생고용신화, 장기고용신화는 기대하지 않는다”며 “미래 불확실성이 크고 커리어 설계가 어렵기 때문에 기성세대가 40년 동안 벌었던 돈을 20년 만에 벌어야 한다. 희망초봉에 대한 기대수준이 높을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또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4년 내내 취업을 준비하고 인턴·해외연수·휴학 등 (취업에) 투입하는 노력과 비용이 엄청나다”며 높은 임금을 희망하는 청년 구직자들의 심리를 설명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20높은 초봉 원하지만 현 상황 만만치 않다

20대들은 조사 결과를 수긍하면서도 얼어붙은 취업 시장을 우려하고 있다.

취업준비생 이 모(25·여)씨는 “개인적으로 구직 과정에서 임금을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인크루트 조사 결과에 공감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요즘 (취업 시장) 분위기상 지원할 기업을 살필 때 초봉을 우선순위에서 미뤄둘 수밖에 없다”고 호소했다. 일자리 수 자체가 크게 줄었기 때문에 희망 초봉 수준을 맞추려면 지원할 수 있는 곳이 거의 없다는 것.

신 모(26·여)씨는 “조사 결과만 놓고 보면 젊은 세대가 눈이 높아서 취업을 하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 수 있을 것 같다”며 “하지만 높은 초봉만 바라보기에는 그만큼 취업 시장이 녹록치 않다는 걸 알아줬으면 한다”고 전했다. 신씨는 “주변을 둘러보면 유망 스타트업이나 문화재단 등 임금이 낮더라도 상대적으로 복지가 좋은 직장을 희망하는 20대도 많다”고 덧붙였다.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 때문에 중소기업 지원을 꺼리는 것은 맞지만 더 큰 이유는 기업 문화라는 의견도 전했다.

이씨는 “최근 물가 상승세와 중소기업 임금수준을 비교하면 중소기업 지원이 망설여지는 것은 사실”이라며 “‘이러려고 4년제 대학 나왔나’ 싶은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임금 문제도 있지만 중소기업은 잡일만 시키고 구성원의 성장을 도외시한다는 인식이 있다. 차라리 성장 가능성이 있는 스타트업을 가겠다”고 밝혔다. 신씨 또한 “초봉보다는 복지 문제가 가장 크다”고 구직자가 중소기업을 기피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국가적 차원 문제...정부가 취업시장 불확실성 줄여야

이같은 상황을 두고 정부가 취업 시장의 불확실성을 줄이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송 교수는 희망 초봉과 취업 시장 사이 괴리에 대해 “직업윤리 교육, 사회가치 확산 등 보다 고차원적이고 국가적인 문제와 관련돼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어 “기업이 공정한 평가와 보상, 사람을 중시하는 경영을 펼친다면 높은 기대연봉 수준을 반드시 충족시킬 필요는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 정책에 대해서도 송 교수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또 직종 간 임금 격차가 앞으로도 더욱 벌어질 것임을 염두에 두고 불확실성을 줄여줄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특히 중소벤처기업이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스마트한 정책설계 및 지원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스냅타임 윤민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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