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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답’ 젠더 갈등… 댓글창은 소리 없는 전쟁터

웹툰 '바른연애길잡이'…남혐 논란에 별점·댓글 테러당해
유튜브, 카카오톡도 '머리채 잡혔다'…좌표 찍히면 피해가지 못해
전문가 "젠더 문제에서 중요한 건 갈등 자체보다 해결방안 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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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인기 웹툰 ‘바른연애길잡이'(이하 바연길)가 최근 화제다. 작품의 인기를 넘어 젠더갈등의 전쟁터가 되면서 더욱 이목을 끌고 있다.

웹툰 속 남자주인공의 이름뿐만 아니라 웹툰 장면 속 등장인물의 동작, 대사로 누리꾼들간의 설전이 벌어진 것. 특히 설전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소위 남혐(남성혐오), 여혐(여성혐오) 등 젠더갈등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

젠더 갈등이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이전부터 지속돼 온 온라인 내 젠더 갈등은 최근 들어 갈등 조짐이 보이는 ‘특정 게시물에 좌표를 찍은 후 성별 화력을 대결’하는 형태로 변모했다. 뚜렷한 문제 해결방안 없이 일명 ‘남성혐오(남혐)’ 혹은 ‘여성혐오(여혐)’ 표현을 둘러싼 맹목적인 싸움이 계속되는 것.

 

(사진=이미지투데이)

 

‘토론의 장? NO’…혐오로 가득한 댓글 창

논란이 된 표현은 남자주인공 ‘하남’이 “조금”이라는 말과 함께 엄지와 검지를 사용해 보인 손동작이다. 이 손동작이 ‘메갈리아(메갈)’의 공식 로고와 같다는 것. 메갈리아는 래디컬 페미니즘을 대표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였지만 현재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와 함께 남자 주인공 이름인 ‘하남’이 한국 남성을 낮춰 표현하는 ‘한남’과 ‘니은(ㄴ)’ 받침 하나만 다르다는 의혹을 샀다.

143화에 등장한 ‘허버’라는 대사도 함께 화두에 올랐다.

허버(허버허버)는 음식을 허겁지겁 먹는 모습을 표현한 신조어다. 이를 두고 한 여성 커뮤니티에서는 남자친구가 음식을 급하게 먹는 모습을 헐뜯으려는 맥락에서 사용하면서 남혐을 상징하는 단어로 쓰이고 있다.

온라인 남초 커뮤니티(남성 이용자 비율이 월등하게 높은 커뮤니티)에서는 웹툰에서 남혐 표현을 사용했다는 사실을 공유했다. 이와 함께  작가가 피드백할 것을 요청하는 ‘총공’을 계획했다. 총공에 참여하는 방법은 간단했다. 댓글로 의견을 표출하고 별점을 낮게 주는 것이었다.

하지만 댓글 창은 맥락 없는 여혐 표현으로 가득했다. 이에 분노한 여성 커뮤니티 이용자들이 ‘댓글 정화 총공’으로 대응하자 바연길 댓글 창은 아수라장이 된 것.

최근 회차로 갈 수록 별점이 낮은 네이버 웹툰 ‘바른연애길잡이’ (사진=네이버 웹툰 바른연애길잡이 페이지 갈무리)

 

실제로 (26일 오후 4시 기준) 웹툰 바른연애길잡이의 무료버전 최신 회차인 146회에는 약 29만개의 댓글이 달렸다. 성별 간 화력 겨루기는 현재도 진행 중이다.

문제는 갈수록 심각해졌다. 일부 남초커뮤니티 이용자들이 ‘피싸개’ 등 여성과 여성의 신체를 폄하하는 표현을 사용했고 심지어는 여성인 척 위장해 남성을 폄하하는 댓글을 남겨 비난의 화살을 여성들에게 돌리기도 했다.

바연길의 애독자 김미정 씨는 “(혐오 표현 도배 및 댓글 작성은) 그야말로 ‘테러’ 였다”며 “댓글은 작가와 독자의 소통의 창이다. 웹툰 내용에 이의를 제기하고 싶으면 해당 부분만 댓글 등을 이용해서 작가의 설명을 요구하면 된다”고 했다.

하지만 남초 커뮤니티 이용자들이 남긴 댓글은 단순히 여성 비방이 목적인 것이 대다수였다고 전했다.

김씨는 “근본적인 젠더 갈등이 사라지길 바란다면 남성들은 ‘테러’를, 특히나 모든 연령층에게 열린 웹툰 댓글창의 물을 흐리는 짓은 그만해야한다”며 “그곳은 어린 학생들도 많은 곳이다. 혐오 표현이 난무하는 곳에서 상대 성별에 대한 잘못된 고정관념이 생길까 두렵다”고 전했다.

댓글 창을 막거나 혐오 표현을 검열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

네이버 홍보실에 따르면 작품과 무관하거나 욕설이 섞인 댓글은 AI(인공지능) 기술을 탑재한 ‘클린봇’이 삭제할 수 있다. 하지만 회사측에서 임의적으로 논란이 일고 있는  회차의 댓글기능을 제한하는 등의 조치는 할 수 없다.

 

웹툰뿐만 아니라 유튜브도 마찬가지…이게 진짜 혐오 표현?

‘좌표를 찍고 몰려가 화력 경쟁’을 보이는 젠더 갈등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화제가 된 바연길 사태 발생 전, 같은 네이버 웹툰인 ‘성경의 역사’도 비슷한 논란을 겪었다.

성경의 역사 속 한 등장인물은 전 남자친구가 인터넷에 사진을 뿌렸다는 친구의 말에  “아 미친… 남자들 제발 죽었으면…”이라고 말했다. 이 부분이 모든 남성을 범죄자로 취급한 것이라며 ‘남성 혐오 웹툰’으로 몰린 것이다. 이후 작가는 “그런 XX들 제발 없어졌으면”으로 수정했다.

이미 갈등이 예고된 곳도 있다. 남초 커뮤니티에는 남혐 표현을 사용한 웹툰 목록을 소개한 게시글이 올라왔다. 이 글이 여초 커뮤니티로 공유되면서 양쪽은 화력전을 준비 중이다.

온라인 상에서 젠더 갈등은 웹툰 외에도 유튜브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정육 전문 유튜브 채널을 운영 중인 ‘고기남자’는 과거 업로드한 영상에서 ‘허버허버’라는 표현을 사용해 논란이 된 후 사과문을 올려야만 했다.

카카오톡도 허버허버라는 문구가 포함된 이모티콘의 판매를 중단했다.

문제는 논란이 되는 표현들이 정말 혐오의 의미를 내포한 것인지 확실치 않다는 데 있다.

유튜브 고기남자의 채널을 구독 중이던 김정우씨는 “고기남자가 허버허버라고 말해 논란이 된 후에야 허버허버라는 표현을 알게 됐다”고 했다. 그는 “허버허버를 떠올리면 겨울철에 호빵을 한입 베어 물고 뜨거워서 ‘후하후하’ 하는 모습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며 왜 남성 혐오 표현인지 모르겠다고 전했다.

‘허버허버’라는 표현으로 논란이 되자 사과 및 자숙 영상을 게재한 유튜버 고기남자 (사진=유튜버 고기남자의 사과 영상 갈무리)

 

“싸움 자체에 집중 말고 본질을 봐야”

박기수 교수는 혐오 표현을 남발하는 현재 상황만이 조명돼선 안된다고 말했다. 갈등의 본질은 따로 있다는 게 박 교수 주장이다.

박 교수는 “맥락없는 살인이 발생한 강남역 살인사건을 시발점으로 여성들의 생각에 변화가 생겼다. 사회 구조에 대한 고민은 늘고 자의식은 점점 더 성장한 것”이라며 “여성들은 계속해서 남성 중심으로 돌아가는 사회 구조를 보고 분노하지만 남성들은 근본적으로 기득권을 놓고싶지 않아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박 교수는 “젠더 갈등은 해결책 마련이 너무나도 어렵다”며 “현재 (혐오 표현을 둘러싼) 갈등은 매우 표면적인 문제에 불과하다. 실체를 봐야한다. 서로의 입장 자체를 이해하려 노력하는 것이 우선”이라 덧붙였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 역시 “젠더갈등은 뚜렷한 해결책을 제시하기 어려운 문제”라면서도 “갈등 양상에 주목하기보다는 갈등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찾는데 주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젠더 갈등은 심각해지는데 말리는 사람은 없고 오히려 문제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길 기다려 이를 이용하려는 사람들이 있다고도 전했다.

임 교수는 특히 극단을 향해가는 상대방 성별을 향한 혐오가 정말 다수의 의견인지 살펴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근래 나타나는 갈등에서도 온라인상에 나타나는 소수의 생각과 행동이 다수를 대표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이를 하나의 성향이라고 받아들이기는 힘들다”고 했다. 이어 “수위가 세거나 표현이 자극적일수록 주목을 많이 받는다”며 “현재 젠더 문제가 극단으로 치닫는 것은 심각하면서도 많이 왜곡되지 않았나 싶다. 중요한 것은 싸움 자체가 아닌 문제 해결”이라 설명했다.

 

/스냅타임 김세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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