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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메르스 사태 잊었나? 장애인 인권 더욱 악화”

김도현 노들장애학궁리소 연구활동가 인터뷰
'코로나 블랙' 상태에 놓인 장애인...제도적·인식적 노력 필요
제도적 차원의 해결책은?...기본소득‧공공시민노동‧탈시설
인식적 차원의 해결책은?...진정한 ‘연립’ 개념의 필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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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와 과거부터 이어지던 차별이 겹치면서 장애인 인권문제가 더욱 악화했습니다.”

지난 12일 서울 종로구에 있는 노들장애학궁리소 사무실에서 만난 김도현 연구활동가는 과거부터 산적한  장애인 인권 문제가 코로나19 때문에 더욱 악화됐다며 제도적·인식적 개선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노들장애학궁리소는 장애와 관련된 다양한 주제들을 함께 연구하고 토론하는 공간이다. 김 연구활동가와 ‘코로나19와 장애 인권의 현주소’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휩쓸고 간 자리는 평등하지 않았다. 특히 장애인들에게는 더 혹독했던 2020년이었다. 작년 광주와 제주에서 발달장애인 부모가 자녀를 살해하고 자살한 사건이 연달아 벌어졌다. 집단 시설에 거주하는 장애인들은 속수무책으로 코로나19에 휩쓸렸고, 돌봄 공백으로 인한 어려움을 호소했다.

(사진= 본인 제공)

“장애인 자가격리 대책 메르스 때부터 요구했지만 지지부진”

2020년 12월 9일 기준 코로나19 사망자 중 장애인이 차지하는 비율은 21%였다. 대한민국 인구에서 장애인 비율이 약 5% 임을 감안할 때, 장애인의 코로나19 사망률이 굉장히 높은 것이다.

김 활동가는 이에 대한 원인으로 두 가지를 꼽았다.

우선 장애인들이 병원접근성의 차원에서 취약하다는 것이다. 김 활동가는 “장애인들은 병원에 자유로이 드나들 수 없기 때문에 건강권을 제대로 행사할 수 없다”고 말했다.

둘째는 집단 거주 시설의 문제다. 국제장기돌봄정책네트워크(International Long Term Care Policy Network)가 발표한 ‘케어홈 코로나19 관련 사망률’에 따르면, 전세계 21개국 코로나19 사망자 중 집단시설 거주자가 46%를 차지했다. 그만큼 집단 거주 시설이 방역에 취약하다는 증거다.

김 활동가는 ”일상생활 지원이 필요한 장애인이 자가격리에 들어갔을 때 지원 매뉴얼 및 대책이 부재했다“고 말했다.

이 문제는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부터 줄곧 제기되어왔던 이슈다. 김 활동가는 “그때 장애 활동가들은 돌봄 공백을 메우기 위해 보건복지부에 대책을 요구해왔으나 보건복지부의 대응은 지지부진했다”고 회고했다. 보건복지부는 법원으로부터 강제조정명령을 받았으나, 이의 제기를 하며 재판을 끄는 와중에 코로나가 터졌다.

김 활동가는 “(코로나19는) 메르스 때보다 훨씬 규모가 큰 전염병”이라며 “보건복지부가 급박하게 매뉴얼을 만들기는 했지만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비경제활동인구가 경제활동인구보다 압도적으로 많다.(사진=통계청)

 

‘코로나 블랙’…박탈당한 노동권

코로나19 국면에서 장애인들은 정신적인 고통을 호소했다. 장애인들은 코로나19로 인한 우울감을 뜻하는 ‘코로나 블루(blue)’를 넘어 ’코로나 블랙(black)’의 상태에 놓였다.

김 활동가는 ”코로나에 감염되었을 경우 장애인들에 대한 대책은 거의 전무한 상황이다“라며 ”그것으로 인한 공포감과 두려움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한 김 활동가는 ”돌봄 공백으로 인한 정신적 암흑상태에 빠졌다“고 설명했다. 김 활동가에 따르면 대부분 장애인 돌봄은 가족에게 전가되어 있고, 집단시설이나 교육기관에서는 약간의 돌봄을 제공한다.

그는 ”장애인의 가족들은 집단 시설이나 기관의 돌봄 제공으로 인해 숨통을 트일 수 있었는데, 그것마저 차단되니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경제적인 문제도 장애인들의 삶을 파고들었다. 하지만 비장애인의 경제적인 어려움과는 결이 달랐다. 장애인 활동가 내부에서는 “코로나로 인한 경제적 공백이 있었지만, 사실 과거부터 이어져 온 문제라서 아주 심한 타격은 없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이에 대해 김 활동가는 “이 이야기는 장애인들에게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인 타격이 적었다는 의미가 아니다”라며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이어 “그 이전부터 장애인들은 노동으로부터 배제되어 왔다는 뜻이다”라고 말했다.

김 활동가에 따르면 대다수의 장애인들은 취업자도 실업자도 아닌 비경제활동인구다. 비경제활동인구는 만 15세가 넘은 인구 가운데  일할 수 있는 능력은 있으나 일할 의사가 없거나, 전혀 일할 능력이 없어 노동공급에 기여하지 못하는 사람을 이르는 말을 뜻한다.

작년 정부 공식 통계자료에 따르면 장애인의 실업률은 6.3%에 불과하다. 장애인들의 실업률이 낮은 이유는 대다수의 장애인들이 애초에 경제활동인구로 간주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어서 김 활동가는 ”일부 장애인 노동자들도 대부분 일용직 노동자나 임시직 노동자로, 불안정한 노동 활동을 이어온다“고 덧붙였다. 노동 시장에 편입된 소수의 장애인들도 불안정 노동 활동에 종사하기 때문에 코로나19의 여파가 컸다.

 

제도적 차원의 해결책은?…기본소득‧공공시민노동‧탈시설

김 활동가는 해결책으로 ‘기본소득’과 ‘공공시민노동’을 꼽았다.

기본소득은 국가가 국민들에게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누리도록 조건 없이, 즉 노동 없이 지급하는 소득을 말한다. 장애인 또한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삶을 누리기 위한 기본소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공공시민노동은 김 활동가가 창안한 개념이다.

그는 “공공시민노동이라는 개념은 시민의 권리인 노동을 공공영역에서 보장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노동이 하나의 권리이자 의무로 확립되기 위해서는 노동 역시 시장이 아닌 공공 영역에 존재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공공시민노동은 시장 논리로는 포섭되지 않지만 공적으로 의미 있는 일을 한다면 소득을 보장해주는 제도이다.

서울시는 지난해 공공시민노동의 첫 걸음을 뗐다. ‘서울시 권리중심 중증장애인 맞춤형 공공일자리’로 공공기관과 연계해 취업 취약계층인 중증장애인에게 적합한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한 취지로 시작했다.

방역과 관련해 김 활동가는 ‘탈시설’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김 활동가는 “전 세계적으로 봐도 코로나19 사망자의 40~50%가 집단시설에 나왔다”며 “앞으로 계속적으로 요구되어 왔던 탈시설이 체계적으로 진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김윤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 또한 “감염 측면에선 잠재된 화약고가 전국에 수만 곳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한 바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집단 거주 시설을 폐쇄하는 것은 장애인 인권 신장 뿐 아니라 방역에도 큰 도움이 된다.

(사진=알라딘 캡처)

 

인식적 차원의 해결책은?…진정한 ‘연립’ 개념의 필요성

김 활동가는 근본적인 인식 변화의 필요성을 역설하며 ‘연립’ 개념을 주장했다.

‘연립’은 2019년 출판된 김 활동가의 저서 ‘장애학의 도전’에서도 강조한 개념이다. 책 ‘장애학의 도전’에서는 ”의존적인 존재라는 낙인과 억압에 대해서도 ‘장애인은 자립적인 존재’라고 맞서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자립/의존의 이분법 자체를 해체하는 것이 운동의 목표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라고 질문을 던진다.

이러한 자립과 의존의 대립적인 이분법을 해체하고 ‘진정한 자립’을 설명하기 위한 개념이 ‘연립’이다. 김 활동가에 따르면  ‘연립’은 무조건적으로 홀로 우뚝 서는 ‘자립’이 아니라 타인과 더불어 살아가는 ‘자립’을 의미한다. 따라서 장애인 자립생활운동의 가장 일상적인 슬로건은 “지역에서 ‘함께’ 살자”는 것을 의미한다.

김 활동가는 ”자립과 의존은 대립되는 개념이 아니다“라며 ”모든 사람은 의존을 통해 자립한다“고 말했다. 김 활동가 든 예시는 대중교통수단과 이동권이다. 비장애인들은 대중교통수단에 의존하여 자유로이 자립적으로 이동할 수 있는 권리를 누린다는 것이다.

 

/스냅타임 안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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