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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인 블루’ 넘어 ‘코인 레드’…규제 일변도에 뿔난 2030

극심한 변동성에 중독·대박 사례 보며 박탈감
정부 경고에 투자자 “보호 원한 적 없다”
전문가 “과세 당장 어렵지만 언젠가는 가야 할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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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황인재(24세·남)씨는 최근 가상화폐 투자로 자취방 보증금 100만원을 모두 잃었다. 잠시 맛본 수익에 휘둘려 무리한 ‘영끌’ 투자를 한 게 화근이었다. 황씨는 “하루에 네 시간밖에 못자면서 차트만 들여다봤다. 정상적인 일상생활이 불가능해지자 ‘내가 도박을 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가상화폐 투자에 뛰어든 2030세대가 ‘코인 블루(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다. 가격 변동이 극심한 시장 성격 때문에 심리적 불안감을 갖게 되면서다. 큰돈을 벌었다는 ‘대박 사례’가 끊임없이 들려와 상대적 박탈감을 경험한다는 증언도 나오고 있다.

여기에 최근 은성수 금융위원장의 발언까지 더해져 2030세대는 불안을 넘어 분노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나만 못 버나싶어 시작벌어도 잃어도 초조해

청년층 코인 투자 광풍은 ‘포모(FOMO·Fear Of Missing Out) 증후군’으로 설명할 수 있다. ‘나만 뒤처지고 있는 게 아닐까’ 싶은 불안감이 투자 심리를 자극하는 것.

실제 2030세대는 올해 1분기 국내 4대 가상화폐거래소(빗썸·업비트·코빗·코인원) 신규 실명계좌 설립자 249만 5289명 중 63.5%(158만 4814명)를 차지했다. 같은 기간 20대의 예치금 증가율(154.7%)도 두드러졌다.

그러나 초조함으로 시작한 코인 투자에 중독돼 심리적 안정을 잃어버리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청년들은 학업·업무 등 일상에 지장을 받고 우울감이 강해진다고 전했다.

원금을 잃고 투자를 그만 둔 황씨는 “지인들이 너도나도 투자하는 걸 보며 코인을 시작했다”며 “주식과 달리 24시간 열려 있는 시장 특성상 눈을 뗄 수 없었다”고 회상했다.

역시 “안 하는 게 손해”라는 주변의 권유로 투자를 시작한 취업준비생 김현수(26세·남)씨는 수익과 관계없이 마음이 불안하다고 말했다. 김씨는 “수익률이 플러스(+)여도 기쁘지 않고 ‘종자돈을 어떻게 더 모을까’라는 생각이 들어 오히려 조급해진다”고 설명했다.

코인 열풍은 청년층의 근로·구직 의욕도 떨어뜨리고 있다.

김씨는 “코인 투자를 시작한 후 가만히 앉아서 클릭 몇 번 하면 들어오는 돈을 보고 취업을 준비할 동력을 잃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쉽게 버는 만큼 쉽게 잃을 때도 많은데 그럴 땐 우울감이 두 배”라고 말했다.

이같은 사례를 접하고 투자를 하지 않기로 결심한 경우도 있다.

직장인 박상혁(25세·남)씨는 “시세가 오를 때 진입해 큰 이득을 본 사람들이 솔직히 부럽다”면서도 “현업을 포기하다시피 하고 투자에 몰두하거나 도박처럼 중독되는 모습을 보고 (코인 투자를) 하지 말아야겠다는 마음을 굳혔다”고 전했다.

 

전문가 현실감각 가지고 투기 아닌 투자해야

전문가들은 청년층 코인 광풍의 원인으로 근로소득 대신 큰돈을 노리는 ‘한탕주의’와 악화한 경제 상황을 꼽았다. 그러나 취업이 어렵다고 해서 젊은 세대가 코인 투자에 열광하는 현상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가상화폐를 도피처로 삼을 수는 없다는 것.

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최근 청년층 가상화폐 열풍은 2000년대 초 주식 재테크 열풍에서 비롯했다고 설명했다.

신 교수는 “불로소득을 추구하는 사회 풍조가 팽배해 있다”며 “(가상화폐 시장은) 장기적 투자가 아니라 한탕을 노리는 단기적 투기”라고 비판했다.

청년들이 ‘코인판’으로 눈을 돌리게 만든 사회·경제적 배경을 지적하기도 했다.

이동귀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취업 대란과 집값 상승으로 젊은 세대는 (계층 이동을 위한) 사다리 접근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느낀다”며 “다른 방법이 없다는 좌절감에 빚을 내서라도 코인을 시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누군가 돈을 벌었다는 이야기는 누군가 그만큼 잃었다는 것”이라며 “‘코인 리딩방’ 등 청년층의 불안한 마음을 일종의 마케팅 대상으로 삼는 과장·거짓된 정보를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홍기훈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는 “20대는 평생 가질 커리어의 기반을 쌓아야 하는 시기”라며 “가상화폐 투자에만 시간과 노력을 쏟다 보면 그만큼 경력이 1년씩 줄어드는 것”이라고 부작용이 발생함을 지적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86회국회(임시회) 제1차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가뜩이나 우울한데…분노로 바뀐 불안감 

이런 가운데 최근 은 위원장의 발언이 2030대 투자자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은 위원장의 거래소 폐쇄 같은 경고성 발언에 가상화폐 가격이 폭락하면서 분노는 들불처럼 번지는 추세다.

지난 22일 은 위원장은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가상화폐 열풍에 대한 투자자 보호 방안을 묻는 의원들의 질문에 ”가상화폐는 내재가치가 없는, 인정할 수 없는 화폐“라며 ”가상자산 투자자들을 정부가 보호할 수는 없다”고 했다. 여기에 “(젊은이들이) 잘못된 길로 가면 어른들이 얘기해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은 위원장의 이 같은 발언에 청년들은 자진사퇴를 요구하는 등 거세게 비판하고 있다.

3년간 가상화폐 투자 시장에 참여한 오상헌(24·남)씨는 “기득권을 갖고 있는 어른들이 2030대가 돈 버는 게 배 아픈 것 아니냐”며 “법적으로 보호는 해주기 싫지만 핑계를 대 세금은 걷고 싶어 하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김록영(28·남)씨는 “현재 코인거래소에서도 중개 수수료 등이 붙는데 여기에 세금까지 더해진다면 득보다 실이 더 클 것 같다”며 “소득이 있어 세금을 부과하는 거면 반대로 돈을 잃었을 때도 그만큼 보상을 해 줄 것인지 궁금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은성수 금융위원장의 자진사퇴를 촉구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글도 올라와 있다. 해당 청원에 동의한 사람의 수는 28일 오전 14만명을 넘어섰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의 자진 사퇴를 촉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보호 원한 적 없어투자자들 한목소리

일각에서는 투자자들의 이번 반발이 이해 되질 않는다는 목소리도 있다. 비트코인 자체가 실체가 없기 때문에 보호해주지 않는 것은 당연할 뿐만 아니라 소득이 있으면 세금은 내는 것이 맞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투자자들은 “보호는 원한 적도 없다”고 입을 모았다.

오씨는 “보호는 해주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한다”며 “투자를 해서 돈을 잃고, 얻는 건 투자시장에서 당연한 이치 아닌가”라고 강조했다.

가상화폐 투자자 박재정(26세·남)씨는 “(가상화폐 투자는) 개인이 자산을 운용하는 것”이라며 “각자의 선택이기 때문에 보호라는 개념 자체가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가상화폐 과세에 대해서도 과세 자체에 대한 반대보다 그 시기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다.

또 다른 투자자 김태운(24세·남)씨는 “가상화폐 가치를 인정하지 않으면서 세금을 걷는다는 것은 모순”이라며 “둘 중 하나만 하라”고 꼬집었다. 이어 김씨는 “투자자 보호는 없고 세금만 걷겠다는 심보는 괘씸하다”며 “세금을 걷을 거면 주식처럼 제대로 된 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실적으로 과세는 불가피하지만 지금 가상화폐 과세를 결정하는 건 시기적으로 옳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박씨는 “일단 가상화폐가 상용화가 되어서 화폐의 역할을 하게 된다면 과세는 피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코인 시장이 활성화 된 지 몇 년 되지 않았기 때문에 조금 더 시간이 지난 후에 논의를 해도 늦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오씨는 “세금을 부과해도 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다만 세금을 부과할 거면 주식시장처럼 투자자를 위한 법적인 제도를 만들어서 어느 정도 법의 테두리 안에서 거래하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당연한 순서 아니냐”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도대체 어떤 국가가 법적으로는 보호도 해주지 못하면서 세금은 받으려 하냐”며 “누가 젊은이들이 잘못된 길로 가게 만들었는지 (은 위원장에게) 묻고 싶다. 내 돈으로 내가 투자해서 부자가 되고 싶은게 그렇게 큰 잘못이냐”고 반문했다.

 

전문가 과세 당장은 어려워유예가 방법

전문가들은 과세 자체에는 동의하면서도 그 시기를 유예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은 위원장의 말 중 틀린 말은 거의 없다고 본다”며 “가상화폐는 변동성이 굉장히 심하고 내재가치가 없는 등 화폐 정의에 맞지 않는다. 화폐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세금과 규제는 다르다”며 “세금은 소득이 있는 곳에 항상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김 교수는 “다만 과세에 대한 부분이 아직 힘들기 때문에 차라리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시점인 2023년까지 과세는 유예하고 거래세만 내는 방법을 고민해봐야 한다”며 “제도도 정 필요하다면 정부에 (가상화폐거래소를) 등록하는 정도로만 해야 한다. 단 등록 심사를 굉장히 깐깐하게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빈기범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언젠가는 과세를 해야 하는 것이 맞지만 당장 또는 2022년부터 시행하기는 어렵다고 예상된다”며 “무리하게 과세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도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가상화폐거래소를 규율하는 기본적인 법제를 정하고 규제 기관을 어디로 할 것인지 등 논쟁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가상화폐 거래소가 제도권 내로 정착될 것 같다”며 “이후 과세 인프라를 갖추고 과세를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빈 교수는 또 “가상화폐는 엄밀한 의미로 금융자산으로 볼 수 없다”며 “다만 명칭에 ‘화폐’ ‘통화’ 등의 용어가 들어가다 보니 비전문가적 시각으로는 금융자산처럼 보일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하지만 규제의 관점에서는 금융자산이라고 정하면 되는 것”이라며 “어떤 것으로 정하든 정부가 해야 할 일”이라고 덧붙였다.

 

/스냅타임 윤민하, 심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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