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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토링도 힐링도 랜선으로"

최근 MZ세대들이 유명 유튜버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상의 인플루언서들을 멘토로 삼아 온라인 고민상담을 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76만명의 구독자(3월 25일 기준)를 보유한 유튜버 '밀라논나'는 유튜브 채널 '논나의 아.지.트'에서 구독자들의 고민을 상담해준다. 밀라논나는 본래 패션전문가이지만 고민상담까지 영역을 확장한 것.

131만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브 채널 ‘박막례 할머니 Korea Grandma'의 운영자인 박막례 할머니도 수많은 구독자의 고민을 듣고 자신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풀어놓는다.

유튜브뿐 아니라 SNS상에서도 고민 상담 콘텐츠 행렬은 이어진다. SNS에서는 ‘무엇이든지 물어보세요’의 줄임말 ‘무물’이라는 인터넷 신조어도 생겼다.

 

(사진=밀라논나 유튜브 캡처)


 

'공감·소통·취향'...인기 멘토 공통점 보니 

소위 랜선 멘토들은 20대부터 70대까지 연령대의 폭이 매우 넓다.

이중 2030 인플루언서들은 '공감'을 앞세워 누리꾼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다이어트나 운동 등의 관심사를 공유하며 팔로워와 유대감을 쌓은 후 지인에게 고민을 털어놓듯 고민 상담을 하는 것이다.

이들의 '랜선 멘토링'은 격식 있는 상담과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친한 형, 누나, 언니, 오빠' 한테 고민을 털어 놓는  방식이다.

다이어트와 운동 관련 피드를 게재하는 안채린 인플루언서는 ‘소통’과 ‘공감능력’을 성공 비결로 꼽았다. 안 씨는 “수 많은 사람들과 연락을 주고 받았다”며 “실제 경험한 부분을 진솔하게 이야기하기 때문에 더 공감할 수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운동, 옷 관련 피드를 업로드하는 양승진 인플루언서 또한 “공통분모가 중요하다”며 “또래라서 다가가기도 쉽고 공감대가 있다”고 설명했다.

박기수 한양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과거의 멘토는 '권위'에 기반했지만 현재의 '랜선 멘토'는 진정성 있는 소통에서 나온다"고 설명했다. 과거의 일방적인 멘토링이 아니라 수평적 소통에 기반한 멘토링인 것이다.

MZ 세대는 또한 밀라논나, 박막례 할머니, 스타강사 김미경 씨등과 같은 시니어 멘토들에게 조언을 구한다. 이들은 모두 특정 분야에서 굵직한 성과를 보였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보인다.

밀라논나는 패션 전문가고 유튜버 김미경 씨는 스타 강사로서 두터운 팬층을 쌓아왔다. 이렇게 각자의 분야에서 큰 성과를 쌓아온 후 MZ 세대들의 고민을 들어주는 '랜선 멘토'가 된다.

박 교수는 "최근의 랜선 멘토는 각자의 취향과 맞는 사람 중에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을 삼고 있다"고 말했다.

광범위한 대중으로부터 지지를 얻어 과거에 주요 멘토였다면 현재는 세분화된 취향 공동체 안에서 명성을 얻은 사람들이 '랜선 멘토'로 변모하는 경향을 보이는 셈이다.

 

(사진=밀라논나 유튜브 캡처)


 

"고민은 많은데 보고 배울 어른이 없어요"

이른바 'N포세대'로 불리는 MZ세대들은 학업, 취업, 진로, 연애 등 셀 수 없이 많은 고민을 안고 산다. 하지만 늘어나는 고민만큼 이를 털어놓을 '어른'이 주위에 없다는 게 공통적인 반응이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과거보다 요즘 세상이 훨씬 복잡하다”며 “다양한 삶의 형태가 존재하다보니 그만큼 고민도 늘어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요즘 MZ 세대는 타인과의 비교를 많이 하는 행태를 보인다“며 ”비교를 많이 하면 상대적 박탈감이 심해져 고민이 많아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고민이 많지만 정작 주위에서 신뢰할 수 있는 멘토를 찾기는 어렵다는 게 MZ 세대의 공통된 반응이다.

박상지(여·38) 씨는 “주변에 보고 배울 어른이 많지 않았다”며 “유튜브에서 귀한 멘토를 얻은 기분이 든다”고 말했다.

또한 MZ 세대는 시니어 멘토의 도전 정신에 감명 받는다.

박막례 할머니 유튜브를 좋아한다는 최석진(남, 25) 씨는 “늙은 나이에도 도전하는 게 멋있어보여서 영상을 시청했다”며 “나이가 들면 보통 안정을 추구하는데 도전의식을 가지고 살아가는 할머니의 태도에 감동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인플루언서 김미경 씨의 유튜브를 구독하고 있는 이세영(여·32) 씨 또한 “김미경 씨는 나이가 많은데도 불구하고 패션 공부를 위해 유학 길에 오르기도 했다”며 “유튜브를 보며 ‘아직 젊은 나 또한 할 수 있다’는 용기를 얻었다”고 말했다.

‘랜선’이라는 고민 상담 방식 또한 인기 요인으로 꼽힌다.

곽 교수는 “온라인의 익명성 덕에 더욱 진솔한 상담이 가능하다”며 “가까운 지인보다 오히려 잘 모르는 ‘랜선 멘토’에게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기 편하다”고 설명했다.

간편하다는 장점도 있다. 적극적으로 상담 요청을 하지 않아도 자신의 상황과 유사한 타인의 사례를 시청할 수 있다.

김민영(여· 24) 씨 또한 “비슷한 상황에 놓인 다른 사람의 사연을 들을 수 있어서 좋다”며 “그러한 사연이 지금 처한 문제 상황에 솔루션이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신개념 힐링 문화‘...’랜선 멘토향후 전망은?

’랜선 멘토‘와 온라인 고민 상담 콘텐츠의 인기는 과거의 ’힐링 문화‘에 비견될 만하다.

2010년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의 저서 ’아프니까 청춘이다‘, 김제동의 토크콘서트 등 ’힐링 열풍‘이 불었다. 치열한 경쟁 사회에서 ’노력하면 된다‘는 희망을 이야기하고 대중들을 ’힐링‘하는 문화가 형성된 것이다. 현재의 ‘랜선 멘토’는 대중들의 아픈 마음을 어루만진다는 점에서 과거에 불었던 힐링 열풍과 유사한 양상을 띤다.

하지만 차이점도 뚜렷하다.

박 교수는 “과거와 달리 현재 랜선 멘토는 개별화 한 상담 내용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과거 힐링 문화는 특정 멘토가 광범위한 대중을 상대로 보편적인 ‘노력’, ‘희망’ 등의 위로를 전했다면, 현재 ‘랜선 멘토’는 유튜브‧SNS 내부의 취향공동체 내부에서 각자에게 맞는 개별화된 위로를 건넨다는 것이다.

‘랜선 멘토’의 향후 전망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렸다.

곽 교수는 “앞으로 굉장히 유행할 것”이라며 “경제가 발전할수록 정신 장애는 굉장히 증가한다”고 설명했다. 경제가 발전하고 있는 만큼 다양한 고민들이 생기고, 이에 따라 온라인 고민상담 콘텐츠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반면 박 교수는 “MZ 세대들이 싫증을 느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랜선 멘토’ 대부분이 1인 크리에이터이거나 개인 인플루언서이기 때문에 멘토링해줄 만한 충분한 자산을 갖고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멘토링이나 상담 전문가들이 아니기 때문에 비슷한 내용이 반복적으로 등장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 MZ 세대들은 싫증을 느낄 공산이 크다.

 

/스냅타임 안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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