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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집콕’ 생활...“요리는 힐링입니다”

직장인 김모(24·여)씨는 요즘 하루 중에 식사준비 시간이 가장 기다려진다. 요리를 하는 동안에는 잡생각이 사라져서다. 김씨에게 요리는 식사를 위한 준비과정이 아닌 복잡한 사회생활을 벗어나 자신만을 위해 투자하는 ‘회복의 시간’이다.

지난해부터 이어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반강제적(?)인 '집콕 생활'이 길어지고 있다. 장기화하는 코로나 시대에 MZ 세대들은 요리를 취미나 힐링의 방법으로 택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요리는 '힐링'…지친 일상 속 작은 취미생활

김씨는 최근 뇨끼(감자나 이탈리아식 세몰리나 밀가루 반죽으로 덩어리를 빚은 후 버터와 치즈에 버무려 먹는 파스타의 일종)을 만들어 먹었다.

김씨는 “반죽의 촉감이 좋아서 기분이 덩달아 좋아졌다”며 “무언가를 만든다는 것 자체가 생산적인 느낌이 들어 뿌듯한데 맛까지 있으니 행복이 더 커진다”고 전했다.

취업준비생 김모(30·남)씨는 매일 대부분의 끼니를 직접 요리한다. 김씨에게 요리는 취준생활 중 즐기는 잠깐의 취미 활동이다.

그는 “매번 무엇을 해 먹을까 유튜브나 포털사이트에 검색한 뒤 재료구입을 위해 마트나 시장에 간다”며 “메뉴 선정부터 재료 준비, 조리 시간 등 모든 과정 자체가 내겐 ‘힐링’”이라고 말했다.

피로가 가득한 일상생활 속 요리는 현대인들에게 일종의 '스트레스 돌파구'가 되는 셈이다.

임성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요리를 하면서 만족을 하는 이유는 우선 자기 주도적 행동을 꼽을 수 있다"며 "사람들은 보통 자신이 생산에 참여한 물건이나 결과물에 대한 가치를 더 높이 매기곤 한다"고 전했다. 이어 "의식주 중에서도 인간 생활에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바로 먹는 것이 아닐까 싶다"며 "음식을 먹는 것은 단순한 행위로 보이지만 가장 원초적인 즐거움을 준다"고 설명했다.

임 교수는 그러면서 "요리는 일상적인 행위 중 하나라 크게 특별해 보이지 않지만 앞서 설명한 요소들이 소위 말하는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가져다 준다"고 덧붙였다.

(사진=이미지투데이)


 

따라 하기 쉬운 '간단 레시피'가 인기 끈다

자취 중인 김씨는 유튜브와 블로그의 도움을 톡톡히 받는다. 요리를 배운 적이 없는 그는 유튜브 콘텐츠가 여느 요리 선생님 못지않다고 전했다.

김씨는 “세 끼 모두 만들어 먹다 보니 간단하면서도 맛있는 메뉴의 레시피가 필요한데 유튜브엔 모든 게 다 있다”라고 설명했다.

박모(24·여)씨 역시 유튜브 레시피를 참고한다.

박씨는 "배달 음식을 시켜 먹으면 식비 지출이 많아져 최소 한 끼는 만들어 먹으려 한다"며 "아무리 혼자 챙겨 먹는다지만 어느 정도는 건강한 음식을 먹고 싶다. 그럴 때마다 유튜브 영상을 본다"고 전했다.

유튜브를 따라 하면 요리 과정이 간단하면서도 '집밥'을 먹을 수 있는 것이 큰 장점이라고 덧붙였다.

(사진=유튜브 채널 'hongsi 홍시' 영상 캡처)


 

간단해도 정성 듬뿍, '나를 위한' 한 끼 식사

구독자 14만명 규모의 '자취 브이로그' 유튜브 채널 'hongsi 홍시'를 운영하고 있는 유튜버 홍시는 매 끼니를 챙겨 먹는 과정과 일상생활 속 소소한 모습들을 영상에 담아 유튜브 채널에 업로드한다.

주요 구독자는 같은 자취생이나 자취에 로망을 가진 사람들이다.

홍시는 "레시피는 유튜브나 포털사이트 검색한 후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재료에 맞게 현실적으로 변형하고 있다"며 "새 요리를 할 때마다 재료를 살 수 없으니 없는 재료를 과감히 생략하거나 있던 것으로 대체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그도 자취생활을 하다보니 가끔 우울해질 때가 있는데 '인생 뭐 별거 있나? 그냥 맛있는 거나 해먹어 보자'라고 생각하면서 자신을 달랜다고 했다.

홍시가 요리를 할 때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은 ‘냉장고 속 재료를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가’이다.

그는 “양배추가 냉장고에 있다면 그날은 양배추 요리를, 이전에 먹은 돼지고기가 남았으면 돼지고기 요리를 해먹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 말처럼 홍시의 대부분 콘텐츠는 주로 ‘냉털(냉장고 털이)’ 요리 레시피 및 식사가 주를 이룬다.

하지만 레시피가 간단하다고 해서 끼니를 대충 챙기는 것은 아니다.

홍시는 “(음식을) 대단하게 꾸미는 건 아니지만 좋아하는 그릇에 정성 들인 요리를 담고 파슬리를 듬뿍 뿌리거나 치즈를 갈아 올린다거나 한다”라며 “매번 반복되는 식사에 이렇게 작은 것들만 더해줘도 내가 나를 대접하는 기분이 난다”고 덧붙였다.

함지윤 대학내일20대연구소 연구원은 "MZ 세대들에게 요리는 단순히 '식사 목적'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며 "직접 끼니를 챙기면서 나의 건강을 가꾸고 스스로를 대접하는 데 큰 가치를 느끼는 것"이라 설명했다.

그는 이어 "MZ 세대들은 기존 레시피에 자신만의 감성을 더해 꾸민 후 결과물을 SNS에 올린다"며 MZ 세대하면 빼놓을 수 없는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인증' 역시 요리의 일부분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실용적이고 따라 하기 간편한 레시피가 유행 중인 것은 사실이지만 요리의 '감성'도 놓치지 않는다. 또 유행 중인 레시피를 타인과 공유하면서 공감대를 형성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스냅타임 김세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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