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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로 U턴해요"…늘어나는 '청년 농부'들

28세 신연중씨는 '딸기 스마트팜' 운영을 준비 중이다.

신씨는 '청년창업농'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청년창업농 육성 사업 대상자로 뽑힌 후 실내외 환경을 자동 측정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정밀 농업이 가능한 스마트팜을 만든 후 필드(현장) 경험이 풍부한 후배들을 양성하는, 이른바 '6차 산업'을 현실화하는 것이 신씨의 꿈이다.

신씨뿐만 아니라 많은 청년이 경쟁으로 가득한 도시에서 벗어나 시골로 발걸음을 돌리고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유튜브에도 '청년 귀농'과 관련한 콘텐츠가 인기를 끈다.

국가차원에서도 밀집한 도시 인구를 농촌으로 분산시키는 '인구 U턴'을 위한 다양한 지원책을 내놓고 있다. "시골에서 농사나 짓겠다"는 말이 더이상 우스갯소리가 아니게 된 셈이다.

(사진=이미지투데이)


 

국가가 적극 지원하는 '청년 농부' 육성

청년창업농 육성 사업은 농림축산식품부 주관 사업으로 기존의 후계농업경영인 사업처럼 농지나 영농 시설 및 장비를 구입할 수 있도록 최대 3억원의 융자를 지원한다. 금리도 연 2%대다. 여기에 영농정착금으로 3년간 월 최대 100만원을 추가로 지원받을 수 있다.

청년창업농에 대한 관심은 점점 높아지는 추세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2018년 사업을 시작한 이후 지원자 수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올해도 1800명 선발에 3500명이 넘는 청년들이 청년창업농 육성사업에 지원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매해 경쟁률은 꾸준히 2대1 수준을 보이고 있다”며 “취업난에 좌절한 청년들과 미개척 분야로 눈을 돌리는 청년들이 모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농식품부 산하 준정부기관인 귀농귀촌종합센터에서 진행하는 ‘농촌에서 살아보기 프로그램’에 대한 관심도 뜨겁다.

올해 처음 도입한 이 프로그램은 귀농·귀촌을 성공적으로 정착시키려는 목적을 갖는데, 도시민이나 해당 농촌 인근 주민들이 최대 6개월까지 해당 지역에 거주하며 농촌 생활을 체험할 수 있다.

프로그램 참가자들은 이 기간 중에 작물 재배 기술을 배우거나 영농 실습, 지역민 교류 등에 참여한다. 또 참가자들에겐 임시 주거비와 월 30만원의 연수비를 지원한다.

귀농귀촌종합센터 관계자는 “현재 체험 인원을 모집 중인 마을의 약 90%가 모집 마감된 상태”라며 “프로그램 참여 평균 경쟁률은 약 3.5대1 정도”라고 밝혔다.

 

'몸빼'는 NO…일상에서도 입을 수 있는 작업복 원해요

귀농청년이 늘어나면서 이들을 타깃으로 한 사업 아이템도 부상하고 있다.

청년 농부들을 위한 워크웨어 브랜드 '앳농' 강성하 대표는 자신의 생각보다 훨씬 많은 청년 농부들이 존재하지만, 그들의 니즈를 반영한 작업복은 없다는 생각에 앳농 브랜드를 기획했다고 전했다.

강 대표는 청년 농부들이 기존 고착화된 이미지의 농부와는 조금 달랐다고 말했다.

그는 "청년 농부들의 피부는 햇빛에 그을려 검지도 않았고 손도 거칠지 않고 매우 고왔다"며 "내가 생각한 농부의 이미지는 고정관념이었음을 깨달았다"고 전했다. 이어 "그들은 뜨거운 뙤약볕 아래서 피부를 보호하고 싶어 했고 해충의 공격을 필히 피하고자 했다"고 덧붙였다.

청년 농부들을 위한 워크웨어 브랜드 '앳농'이 출시한 작업복 (사진=앳농 제공)


앳농은 이런 청년 농부들의 고충을 고려해 '실제 작업 현장'을 고려한 워크웨어를 만들고 싶었다고 한다.

실제 활동 중인 청년 농부들의 의견을 수렴해 △자외선과 벌레를 잘 막아줄 것 △거추장스럽지 않을 것 △작업 외의 상황에서도 입을 수 있을 것 등 기능과 패션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작업복을 완성할 수 있었다.

의견 수렴 과정에서는 '청년' 농부들만의 특징도 잘 드러났다.

강 대표는 "(청년 농부들은)일이 끝나면 여느 직장인들처럼 친구를 만나거나 약속이 있기 마련"이라며 "그때 입기에도 어색하지 않은 워크웨어를 원했다"고 했다. 이어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중요시하는 청년층의 특징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앳농 브랜드 기획을 통해 청년 농부들에 대한 편견이 깨졌다고도 덧붙였다.

그는 "농부라는 이미지가 강했지만 결국 여느 도시 청년들과 다를 것 없었다"며 "단지 회사원과 농업 중 농업을 선택한 것이며 그만큼 농업에 대한 자긍심이 매우 높았다"고 전했다.

 

귀농, 얕봤다간 큰코다쳐…마음 단단히 먹어야

정기윤씨는 방울토마토 농장을 경영하면서 구독자 1만6000명을 보유한 유튜브 채널 '농사왕 재배맨'을 운영중이다.

고등학교에 입학할 무렵부터 농업인이 되기로 마음먹은 정씨는 스물 세 살이  되던 해 부모님과 함께 살던 서울을 뒤로하고 경기도 연천에 자리 잡았다.

방울토마토를 재배 중인 정씨는 기존 농업 종사자들과 달리 개인으로 움직이는 '초보' 농부였다.

그는 "수많은 선배 농부들 사이에서 농사를 처음 시작하는 내가 살아남으려면 재배 난이도가 어렵지 않아야 했다"고 말했다. 그런 의미에서 방울토마토는 다른 작물들보다 재배 환경 조성이 쉽고 상품성도 좋았던 것.

정씨는 농업의 가장 큰 장점은 일이 지루하지 않다는 것이라며 "(농사일은) 워낙 손 가는 곳이 많아 지루할 틈이 없다"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씨앗을 뿌리는 것부터 작물 수확까지 전 과정을 지켜보며 얻는 뿌듯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농사일을 쉽게만 봤다간 ‘큰 코를 다칠 수 있다’며 우려를 내비치기도 했다. 특히 농업에 아예 연고가 없는 청년의 경우 귀농을 더 신중히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후계농업인경영제도로 초기 자금을 마련한 그는 "대출일로부터 3년이 지나면 원금 상환이 시작되는데(현재는 기간 확대로  5년 거치, 10년 상환), 거치기간 내 빨리 자리를 잡고 수익을 창출해야 한다는 압박이 상당하다"며 "내 또래 농부들 역시 이부분에 대한 고민이 컸다"고 밝혔다.

이어 예상치 못한 변수가 많다며 방울토마토 재배에 실패한 경험을 들려주기도 했다.

정씨는 "방울토마토는 상대적으로 재배난이도가 어렵지 않은 작물"이라면서도 "지난해 애써 키운 방울토마토를 적기에 수확하지 못해 겨울에 모두 얼어버려 폐기해야 했다"고 말했다. 이어 "날씨가 갑자기 추워지는 건 예상치 못했던 상황이었다"며 "농사를 시작하고 가장 절망적인 순간이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씨앗을 뿌렸다고 해서 모두 성공적인 재배로 이어지진 않는다는 것.

그는 청년 귀농을 꿈꾸는 이들에게 “농사도 일종의 사업이다. 공장을 운영하는 것과 똑같은 시스템으로 생각하면 된다”며 “인력이나 규모, 금전적인 부분까지 계획을 매우 촘촘히 짜고 실행에 옮겨야 한다. 마음 단단히 먹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스냅타임 김세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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