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 세대를 위한 뉴스

snaptime logo

주요 기업 공채 폐지 '러쉬'…취준시장 대변혁 예고

김모(24·여)씨는 올해 초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을 준비 중이다. 김씨는 여느 취준생들처럼 취업 사이트를 통해 채용 정보를 얻고 기업에 지원한다. 하지만 최근 취업사이트에 올라오는 공고는 대부분 '상시 채용'이다.

지난달 말 롯데그룹도 상시채용으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삼성·현대차·SK·LG·롯데 등 5대 그룹 가운데 삼성을 제외한 4대 그룹이 공개채용 폐지를 확정했다.

주요그룹들이 공채를 폐지함에 따라 취업 시장 전체가 들썩이고 있다. 취업 시장에 큰 변화가 예고되면서 취업준비생과 대학 취업지원센터, 취업지원을 위한 사설학원도 변화하는 환경에 분주하게 대응하는 모습이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상시채용, 경력직과 경쟁 부담되지만 일정 압박은 덜해"

김씨는 한 식품회사의 1차 서류 전형을 통과한 후 2차 면접 전형 응시를 앞두고 있다.

그는 "얼마 전 희망 직무를 뽑는 공고가 떠서 지원했는데 서류에 합격한 상황"이라며 "모든 것이 불확실한 상황이지만 가장 걱정되는 것은 경력직과의 경쟁"이라고 말했다.

상시 채용의 경우 인력이 필요한 직군에 필요한 만큼의 인원만 선발한다. 한 번에 다수를 뽑아 직군별로 인원을 나눠 배치하는 기존의 공채와 대비되는 개념이다.

이렇게 되면 빠른 현장 투입이 가능한 경력직 혹은 중고 신입(이미 취업을 했거나 직장에 다닌 경력이 있지만 신입 채용에 지원하는 사람들)이 절대적으로 채용에 유리할 수밖에 없다. 

김씨는 "경력을 쌓기 위해 지원한 회사마저 경력직과 경쟁하게 됐다"며 "(공채 경쟁과 달리)합격에 대한 자신감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또 다른 취준생 나모(24·여)씨는 "요즘에는 어느 회사든지 중고신입 천지"라며 "인턴채용 과정에서도 이미 다른 회사에서 해당직무의 인턴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지원하는 현실"이라고 한탄했다.

다만 상시채용의 장점도 있다는 입장이다.

김씨는 "사람마다 취업을 준비하고 취업에 필요한 역량을 완성하는 시기도 다른데 공채는 선발 기간이 정해져있다"며 "내가 얼만큼 준비됐는가와 상관없이 채용 일정에 맞춰야만 한다"고 전했다. 반면 상시 채용은 역으로 언제든 새로운 채용 기회를 찾을 수 있어 지원에 대한 압박이 덜하다는 것.

박모(28·남)씨는 "상시 채용은 내가 어떤 직무에 종사할지 확실히 정할 수 있다"며 "입사 후 팀을 랜덤으로 배정받거나 부서를 정하기 위해 또 경쟁해야 한다는 부담은 덜하다"고 말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면접도 시험도 온라인으로…내용은 '실무' 위주

인·적성 평가 방식 역시 기업별로 다양화하고 있다.

지난 7일 롯데그룹은 자체 채용 인적성 진단인 '엘탭(L-TAB)'의 문제 제출 방식을 전면 개편한다고 밝혔다.

기존의 객관식 위주로 구성했던 문제 대신 전자우편·보고서·메신저 등 문제 해결에 필요한 정보와 함께 가상과제를 부여한다. 상황 판단력과 문제 해결능력을 최우선으로 보겠다는 것.

채용 과정이 전면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점 역시 주요 변화 중 하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이 지속되자 많은 기업들은 기존에 오프라인으로 진행하던 인적성 검사와 면접 전형을 온라인으로 진행하기 시작했다.

삼성그룹은 자사 개발 인적성 검사인 GSAT를 온라인으로 진행한다. 온라인 인적성 검사를 시행하기 어려운 경우 인공지능(AI)역량검사를 시행하기도 한다.

종합교육기업 에듀윌의 관계자는 "코로나 상황 이후 취업시장의 가장 큰 트렌드는 '언택트 채용 도입'"이라 설명했다.

그는 "언택트 채용 기조에 맞춰 새로운 강의들을 신설 중"이라며 "변화한 면접 전형에 대비할 수 있는 1대1 랜선 취업 과외 서비스 등이 인기를 끈다"고 전했다. 이어 "비대면 채용은 당분간은 계속될 전망"이라며 "취업 준비생들도 채용시장의 변화에 즉각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빠른 직무 결정이 중요"…문과, 'IT 복전'이 답일 수도

대학가도 취업 시장의 변화를 예민하게 주목 중이다.

덕성여대 취업센터 관계자는 상시채용이 전공에 따라 득이 될 수도, 독이 될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그는 "학생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평소 공채 채용 의존률이 높던 학과의 학생들은 상시채용에 대한 불안감이 크다고 답했다.

동국대 취업센터 관계자는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취업 프로세스가 굉장히 명확했다"며 "학년별로 (취업을 위해) 준비할 사항들이 비교적 뚜렷했고 교내 취업센터 역시 이에 맞춰 학생들을 지원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기업의 정기 공채가 점차 사라지면서 공기업 취업이나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학생들이 증가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문과 계열 학생들의 걱정이 더 커졌다"며 "학생들이 (경력직 혹은 중고신입과 비교할 때) 그나마 경쟁 가능성이 있는 공공기관 취업으로 눈을 돌리는 형국"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이유로 많은 대학에서 문과 계열 학생들의 취업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IT(정보기술)분야 등 디지털 역량을 강화하는 학습 기회를 제공한다.

덕성여대 교무과 관계자 역시 "특수 의약계통을 제외하고는 모든 학생들이 학과 제한 없이 복수 전공이나 2차 전공을 이수할 수 있도록 (이수)제한 조건을 없앴다"고 밝혔다. 이어 "특히나 문과계열 학생들의 이공계열 복수 전공 사례가 많다"며 "학생들이 다재다능한 융·복합형 인재로 거듭날 수 있게 하는 것이 목표"라 전했다.

보다 많은 문과 계열 학생들이 이·공계 복수전공 혹은 부전공할 수 있도록 자격 요건이나 이수 조건을 완화하고 관련 기초 지식을 쌓을 수 있는 교양과목을 개설하기도 한다. 학생들이 '융합형 인재'로 거듭나도록 하겠다는 것.

동국대 취업센터 관계자는 "이공계 역량을 갖추면 경쟁력이나 취업 가능성이 높아지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라며 "하지만 (관련 계통이) 정말 적성에 안 맞는 학생들도 있다"며 강제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님을 설명했다.

그는 취업을 준비 중인 학생들에게 개인적인 조언을 남기기도 했다.

그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에게 맞는 직무를 빠르게 찾는 것"이라 강조하며 "학생들이 안정적이고 큰 규모의 회사에 취업하고 싶어 하는 마음을 누구보다도 잘 이해하지만, 취업 시기를 놓치면 졸업(및 수료) 후 공백기가 길어질 수도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직무를 정했다면 기업 규모와 상관없이 (회사에) 다녀보는 걸 추천한다. 경력을 조금씩 쌓으면 언제든 도약의 가능성은 있다"며 학생들을 응원했다.

 

/스냅타임 김세은 기자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