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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혹시 ‘고립 청년’?…심리적 단절감 해소책 부족해

"힘들 때 연락할 사람 없어요"…청년 고립 문제 심각
공통된 원인은 '취업', 그보다 큰 '심리적 단절감'
서울시‧청년재단 등 고립청년 지원책 마련
“고립 청년 기준 관계 없이 도움 요청할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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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한 시사교양 방송프로그램을 통해 청년 고독사의 적나라한 현실을 접했다는 백지원 씨. 1인 가구인 백씨도 자신이 집 안에서 다치거나 무슨 일을 당해도 아무도 모를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단순히 혼자 지내서가 아니다”라며 “신체적으로든 심리적으로든 힘들 때 연락할 사람이 없으면 극심한 외로움을 느낀다”고 전했다.

청년층의 사회적 고립 문제가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고립 청년’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겼다.

사회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극단적으로 고립된 채 집안에만 있는 사람들. 흔히 ‘히키코모리’라 불리던 이들 외에도 ‘고립감’을 호소하는 청년들이 증가하는 것.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고립 청년을 위한 여러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본질적인 고립감을 해소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사진=이미지투데이)

 

1인 가구 및 개인주의 문화 확산·코로나19 등 원인 다양

고립 청년에 대한 구체적인 정의는 아직 없다. 다만 짧게는 3개월에서 길게는 6개월 이상 타인과 접촉을 하지 않는 청년들을 고립 청년이라고 일컫는다.

두 달 넘게 친구나 지인과의 교류가 없었다는 한 커뮤니티 이용자 A씨.

대학교 4학년에 재학 중인 그는 “아무도 나에게 관심이 없는 것 같아 너무나 외롭고 우울하다”며 “이전엔 동네 문화센터로 운동도 다니고 취미를 만들려는 노력도 했지만 결국 사람을 만나지 않다보니 (우울감이) 나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A씨는 “앞으로도 사람들과 교류가 쉽지 않을 걸 생각하면 내 자신이 바닥으로 한없이 꺼지는 느낌이 든다”며 “모든 것이 재미없다”고 했다.

고립의 원인은 개인별로 다양하다. 1인 가구의 증가뿐만 아니라 심화하는 취업난도 무관치 않다는 게 대체적인 해석이다.

절망적인 소식만 가득한 취업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거나 혹은 이조차 꿈꾸지 못한 채 당장의 생존을 위해 생존 노동을 하게 되면 타인과의 접촉 지점이 자연스럽게 사라지는 것.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의 유행으로 ‘비대면’이 뉴노멀로 자리 잡은 상황도 청년 고립을 심화시킨 데에 한 몫했다.

일각에서는 개인주의 문화가 확산하고 가치관이 맞지 않는 사람들과는 애써 교류하지 않으려고 하는 등의 풍토를 고립 확산의 주된 원인으로 여긴다.

현재 고립 청년 현황을 명확히 파악할 수 있는 통계조사는 존재하지 않는다.  청년관련 지원방안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청년재단에서는 한국의 고립 청년을 약 13만에서 30만 명 정도로 추정하고 있다.

 

‘취업’한다고 해결 안 돼…심리적 단절감은 해소 못 해

청년층의 고립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많은 지방자치단체는 고립 청년을 구제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 중이다.

지원책의 대다수는 고립 청년에게 취업을 알선해 그들을 집 밖으로 끌어내는 것. 그러나 가장 청년들이 호소하는 가장 심각한 문제는 ‘심리적 우울감과 단절감’으로 현재 마련된 대책들이 현실과는 다소 동떨어져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1월 서울시 청년활동지원센터가 발간한 ‘2020 고립 청년 발굴 및 지원을 위한 미취업 청년 고립 실태 분석 연구’에 따르면 고립 청년은 타인과의 접촉이 없거나 매우 드문 ‘사회적 고립’과 외출이나 식사 등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일상생활 취약 집단’, 그리고 조기정신증을 앓거나 자살위험이 높은 ‘심리·정서적 위기군’으로 유형화할 수 있다.

이중 ‘심리·정서 위기군’에 속하거나 다른 유형에 중복되는 이는 응답 전체 인원의 약 96%에 해당했다.

하지만 청년들의 심리적 단절감을 해소할만한 프로그램은 매우 적다. 그나마 있는 프로그램들도 지자체별 편차가 심한 편이다.

청년재단 고립 청년 지원 프로그램 관계자는 “사회적 고립에 대한 문제는 이전부터 계속 존재하고 있지만 정부차원에서 대책을 마련하긴 쉽지 않다”며 “결국 취업으로 연결시켜 사회적으로 타인과 호흡을 함께 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어찌보면 최선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 이유로 고립 청년의 범위가 매우 넓고 개인이 처한 상황 역시 다양하다는 점을 꼽았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고립 청년이라는 단어와 개념은 등장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며 청년의 사회적 고립 문제를 다룬 선례로 독일의 경우를 들었다.

정 교수는 “독일의 고용센터도 청년에게 취업을 알선하고 있다”면서도 “단순히 여기서 그치지 않고 일종의 상담 서비스인 심리 케어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우리나라도 취업 등 구직활동 이외에 청년들이 사회적으로 어떤 서비스를 필요로하는지 면밀히 살필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그는 “1인 가구의 증가로 개인이 느끼는 외로움 등 심리적 문제는 점점 커진다”며 “서울시 25개 자치구  가운데 1인 가구 지원센터를 운영 중인 곳은 19곳이다.  다른 지자체는 (1인 가구 전담 센터가) 없거나 미흡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이어 “전국적으로 1인 가구 지원 센터 설립을 확대하고 심리·정서 차원의 지원책도 모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사진=이미지투데이)

 

‘고립 청년’ 정의에 연연 마세요…누구든 도움 청할 수 있어

청년재단 관계자는 “고립 청년의 정의로 청년들의 고립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것은 절대 아니다”라며 “전문가들과 프로그램 담당 관계자들도 누구를 고립 청년으로 봐야할까 헷갈려 한다”고 전했다.

그는 “단순히 취업여부나 소득수준으로 따질 수 있는 개념이 아니다. (타인과 심리적으로 단절된 기간)은 더더욱 중요하지 않다”며 “개인이 스스로 심각한 상황임을 인지하고 호소한다면 충분히 고립 청년으로 봐야한다”고 말했다.

고립 청년들 중에는 지식수준이 높거나 부모님의 재산수준이 높은 사람들도 많다고 한다. 뿐만아니라 취업에 성공한 사람일지라도 타인과의 교류가 없으면 충분히 스스로 고립됐다고 여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고립 청년임을 결정짓는 것은 ‘개인의 호소’라는 것.

청년재단은 올해 처음으로 ‘고립 청년 자립경험 프로젝트’를 실시할 예정이다. 일 경험 현장 제공뿐만 아니라 사회 적응 교육을 실시해 고립 청년들이 사회 구성원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다.

청년재단 관계자는 “프로그램 정원보다 지원한 인원이 더 많은 상황”이라며 “현재 지원자 심사를 거쳐 일터와 1대1 매칭 중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 전국 단위로 진행되는 사업이고 현재는 일터(일경험처) 모집 중에 있다”며 “예상보다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중”이라 전했다.

고립 청년 지원사업을 진행 중인 서울시 관계자도 “사업 구상을 위해 고립 청년을 정의하는 최소한의 기준은 마련했지만 이 기준으로 지원 대상에 제한을 두는 것은 아니다”라며 “극심한 외로움을 겪을 때 도움을 요청하는 것으로도 고립을 사전예방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기 자신이 사회적으로 고립됐다고 생각하거나 이로 인해 일상생활에 불편함을 겪고 있다면 누구든 사업에 지원할 수 있다”며 “추후 대상자 심사 시 신청자가 (고립 청년 지원사업의) 취지와 안 맞다고 판단하더라도 심리상담 서비스 등 타 프로그램에 매칭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스냅타임 김세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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