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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화하는 대학 학점 인플레…“평가 목적·기능 고민해야”

지난해 4년제 대학생 절반 이상 A학점 취득
절대평가 전환으로 성적 부여 기준 완화
대학생 “성적 부담 덜고 학습 의욕 늘었다”
변별력 낮아진 평가 기준 재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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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대학가에 나타난 변화 중 하나는 학생 평가방식을 기존 상대평가에서 절대평가로 바꾼 것이다. 이후 ‘학점 인플레이션(inflation)’ 현상이 두드러지면서 대학생들의 학업과 취업 준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들은 경쟁 구도가 해소되고 학습 의욕을 고취하는 등 긍정적인 기능이 있지만 대학별 A학점 부여 비율에 편차가 크고 역차별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지난달 30일 교육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195개 4년제 대학에서 절반이 넘는 학생(54.7%)이 과목별 A학점 이상을 취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년대비 21%포인트 높아진 수치다. 비대면 수업 속 기존 상대평가 방식의 성적 부여 기준이 완화되거나 절대평가로 바뀌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는 이를 두고 학점 인플레 현상 자체보다 교육의 목적과 평가의 기능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조언을 건넸다.

 

2020년 B학점 이상 취득 재학생 비율. (자료=교육부)

 

꿀 빨았다? 오히려 높은 학점 목표로 더 노력

학점 인플레 현상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대학생들은 “좋은 성적에 대한 기대감으로 학업 의욕이 오히려 커졌다”고 말하며 노력 대비 과도한 보상을 챙긴다는 일각의 비판을 반박했다.

서울 소재 4년제 사립대에 다니는 임소영(25·여)씨는 “절대평가를 적용하니 ‘나도 열심히 노력하면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오히려 의욕이 더 생겼다”며 “일부 학생들이 ‘꿀 빨았다’며 (상향된 학점을) 자랑한 게 대학생들이 학점 인플레로 공부를 소홀히 한다는 오해를 낳은 것 같다”고 말했다.

경희대 물리학과에 재학 중인 정재성(22·남)씨 또한 “학점 인플레를 실감하지만 공부를 아예 하지 않아도 좋은 성적을 받는 건 아니다”라며 “노력하면 높은 학점이 보장된다는 기대감에 공부량이 이전보다 늘었다”고 전했다.

경쟁 구도가 해소돼 정보 교류가 활발해졌다는 의견도 나왔다.

서울시립대 공과대학에 다니는 이현우(26·남)씨는 “일정 비율에 맞춰 학점을 부여했을 땐 적극적인 정보 공유를 피하는 분위기가 있었다”며 “다 같이 높은 학점을 얻으니 폐쇄적인 분위기가 어느 정도 해소됐다”고 설명했다.

정씨도 “시험 ‘족보’ 구매나 지엽적인 암기 등 학습의 본질과 거리가 먼 무분별한 경쟁이 줄어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사진=이미지투데이)

 

학점 변별력 낮아져 스펙 쌓기치중도휴학생은 역차별우려

학점 인플레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작지 않다. 학점의 변별력이 낮아지며 ‘학교 수업과 평가는 취업 준비 과정에서 중요하지 않다’는 잘못된 인식이 퍼져나간다는 것.

이씨는 “인플레 현상 때문에 기업이 채용 과정에서 학점을 덜 중요하게 고려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학교 공부를 소홀히 한 채 대외활동·영어 성적 만들기에 집중하는 모습도 보인다”며 “다양한 스펙을 쌓는 것도 공과대학 특성 상 (학업을 경시한다면) 취업 이후 전문성이 부족해지지 않을까 싶다”고 우려했다.

기업에서 학점 인플레를 인지하고 있다고 해도 학교·학번 간 ‘역차별’ 우려를 지울 수 없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실제 지난해 A학점 부여 비율은 대학별로 최대 30%포인트나 차이났다. 앞서 졸업한 ‘비(非)코로나 학번’이나 입대·휴학을 선택한 학생들 역시 학점 인플레를 두고 ‘억울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 4년제 사립대에 재학 중인 권민경(23·여)씨는 “이번 학기에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성적을 부여하겠다는 학교의 공지에 큰 반발이 있다”며 “다른 학교에서는 아직 A학점 비율이 높은데, (성적 부여 기준을 되돌리면) 취업 경쟁에서 밀리게 된다는 게 그 이유”라고 말했다. 이어 “성적 부여 기준을 결정하는 권한은 각 학교에 있다는 걸 알지만, 코로나19로 혼란한 상황에서 대학 간 협의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전문가 “단순 줄세우기 아닌 역량 강화 목적의 평가 이뤄져야

전문가는 학점 상향을 ‘인플레이션’으로 규정하는 것 자체가 평가 수단의 선발적 기능에만 집중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교육 및 평가에 대한 개념 전환이 이뤄지고 있다며 이에 발맞춰 평가의 교육적 기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지은림 경희대 교육대학원 교수는 대학 입시 등을 예로 들며 “지금까지 평가는 (주로) 선발을 목적으로 이뤄졌다”며 “(평가 결과를) 점수·등수 같은 객관적인 숫자로 나타내 비교하기 쉽게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라는 전 인류적 비상사태가 닥쳤고, 사회 현상과 당면 과제가 (과거에 비해) 복잡하기 때문에 문제 해결 능력이 중요해지고 있다”며 “문제 해결 능력 강화와 개인별 맞춤 교육이 최근 화두”라고 전했다. 대학 내 평가도 이같은 추세에 맞춰 선발보다 교육 목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것.

지 교수는 “점수로 서열화하는 데 집착하지 말고 학생들이 (문제 해결에 필요한) 역량을 기를 수 있도록, 더 많은 걸 습득할 수 있도록 하는 게 가르치는 사람이 해야 할 일”이라며 “평가도 그런 목적에 맞춰 기능할 수 있도록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스냅타임 윤민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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