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 세대를 위한 뉴스

snaptime logo

건설현장 휴게·편의시설도 ‘부익부 빈익빈’

2015년부터 건설현장에서 일용직 노동자로 일을 하고 있는 송민수 씨.

송씨는 “상가나 오피스텔처럼 규모가 크지 않은 건설현장은 노동자 수에 비해 화장실이 협소하다”며 “출퇴근 시간과 식사시간은 말 그대로 전쟁터”라고 말했다. 그는 “반면 신도시 대규모 아파트 건설현장은 화장실이 넓고 쾌적할 뿐만 아니라 화장실을 관리하는 직원을 따로 두기까지 한다”고 전했다.

건설현장 노동자의 휴식과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갖춰야 하는 화장실과 휴게실 등 편의시설이 현장규모에 따라 천차만별인 것으로 나타났다.

소위 ‘1군' 시공사의 대규모 건설 현장은 화장실·식당·탈의실은 물론 휴게실과 샤워실까지 부대시설을 잘 갖추고 있지만 비교적 공사 규모가 작은 중소 시공사의 현장은 그렇지 않다. 비용 문제 등으로 필수로 갖춰야 할 시설마저 제대로 갖추지 못한 곳도 다수다.

그러나 시설 마련 의무만 있을 뿐 관련 기준이나 규정은 따로 없는 상황. 때문에 현장 관리 감독이나 단속 역시 어려운 실정이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중소형 건설현장, 화장실 가려면 작업 중단해야

전국건설노동조합에 따르면 지난해 실시한 건설 현장 편의시설 운영 실태 조사 결과 상 대다수의 현장이 화장실 시설을 구비했다.

건설근로자공제회가 발표한 '2020 건설근로자 종합생활 실태조사' 결과에서도 건설현장 내 화장실 보유율은 약 97.5%로 매우 높은 편이다.

그러나 문제는 중소형 현장의 경우 시설 상태가 매우 열악하다는 것.

송씨는 “규모가 작은 공사현장의 경우 화장실 변기는 몇 개 없고 이용자는 아주 많다”며 “빨리 더러워지고 악취도 심하다”고 했다.

건설 현장 브이로그 유튜브 채널을 운영 중인 ‘노가더HooN’ 역시 “현장 규모가 작을 경우 여건상 시공사 사무실로 사용하는 임시 조립 건물에 설치한다”며 “부득이하게 (사무실과) 먼 곳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은 이용을 잘 못한다”고 전했다.

건설 노조 관계자는 “화장실이 건설현장과 동떨어져 있으면 작업을 중단해야 하는 등 현실적인 문제가 많다”고 했다.

그는 “현장과 가깝더라도 세면대가 없거나 대변기 칸이 적어 ‘무늬만 화장실’인 경우가 많다”며 “개인위생 관리를 더 철저히 해야 하는 시대에 방역 사각지대가 될 수도 있는 지점“이라 전했다.

 

소규모 현장, 편의시설 내 근로자 수용 어려워

반면 대형 시공사의 건설 현장은 편의시설을 비교적 잘 갖추고 있다.

일용직 근로자로 일하며 대형 반도체 공장과 조선소 등 현장을 경험한 권서광 씨는 “중대형 시공사의 현장이나 반도체 현장은 여름철 휴게실에 냉·난방 시설과 얼음 제조기까지 구비하는 등 매우 신경을 쓴다”고 전했다.

이어 “(대규모 건설 현장은) 현장 내 자체 식당을 운영해 식사가 매우 편리하다”며 “시공사 측에서 미리 계약을 맺은 인근 식당을 이용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송씨도 “대형 건설현장에는 곳곳에 휴게실을 마련해 휴식이 필요할 때면 언제든 편하게 휴식을 취할 수 있다”며 “식당이 현장 내부에 있었기에 식사도 편리했고 정수기도 구비돼 식수 조달에도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소규모 현장의 경우 노동자들을 충분히 수용할 수 있을 만한 시설을 갖추지 못한 경우가 다수다.

그는 "소규모 현장의 휴게실은 규모가 작은 편"이라며 "(휴게실에 들어가지 못한 근로자는) 현장 내에서 알아서 쉬거나 업체 사무실에서 쉬어야만 했다"고 전했다.

노가더 HooN도 “편의 시설을 갖췄다고 해도 모든 노동자가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근로자 수나 현장 규모에 비해 시설 수가 너무 적다”고 말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화장실 등 설치 의무만 적시…구체적 지침 없어

이처럼 건설현장 규모별로 현장 노동자를 편의시설 등의 차이가 나타나는 데에는 관련 제도가 허술해서라는 게 현장의 지적이다.

현행 ‘건설근로자의 고용 개선 등에 관한 법률’ 제7조 2에 의하면 공사 예정금액이 1억원 이상인 경우 시공사는 근로자가 화장실·식당·탈의실 등의 시설을 설치하거나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현장 내에 설치할 수 없다면 외부 시설을 이용토록 하는 등 대체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산업안전보건기준법 제567조에서도 ‘사업주는 근로자가 고열ㆍ한랭ㆍ다습 작업을 하는 경우에 근로자들이 휴식시간에 이용할 수 있는 휴게시설을 갖추어야 한다’, ‘사업주는 근로자가 폭염에 직접 노출되는 옥외 장소에서 작업을 하는 경우에 휴식시간에 이용할 수 있는 그늘진 장소를 제공하여야 한다’, ‘사업주는 제1항에 따른 휴게시설을 설치하는 경우에 고열ㆍ한랭 또는 다습작업과 격리된 장소에 설치해야 한다’ 등을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의무만 있을 뿐 구체적인 설치 기준은 따로 없는 게 현실이다. 편의 시설 마련에 대한 중요성은 강조하고 있지만 실질적 운영지침이 없다보니 시공사측의 재량에 따라 건설현장의 모습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대형건설사 A사 관계자는 “공사 현장 내 컨테이너 박스를 설치해 간이형 침대를 구비하는 등 근로자들이 쉴 수 있는 휴게 공간을 마련하고 있다”면서도 “다가오는 여름철을 대비해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내 휴게실 확장을 준비 중이다”라고 전했다.

B건설사 관계자도 “대형 건설사의 경우 회사 자체적인 기준을 마련해 건설현장 노동자를 위한 충분한 휴게시설을 마련하고 있다”며 “하지만 예산이 부족한 중소규모의 시공사가 이렇게까지 하긴 힘들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지침까지 없으니 최소한의 시설만을 마련하려고 할 것이라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건설현장 규모라든가 근로 인원 등에 따라 편의시설 마련 기준을 차등 적용하는 법안은 아직 마련되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고 전했다.

이어 "건설 근로자의 고용 개선 등에 관한 법률과 산업안전보건기준법 모두 실행 지침에 대한 안내가 없다는 것을 인지했다"며 "현재는 안전보험공단과 함께 현장 내 샤워실과 휴게실 등 편의시설 설치 가이드라인을 배포한 상황이다. 관련 지침 마련을 꾸준히 검토하겠다"고 설명했다.

 

/스냅타임 김세은 기자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