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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버 대신 캐릭터랑 겸상해요"

둥글둥글 귀여운 캐릭터가 달걀 프라이 3개를 순식간에 해치운다. 연이어 집어 든 커다란 스팸 덩어리는 몇 번 씹지도 않고 꿀떡 삼켜버린다. 세번의 젓가락질로 파김치와 짜장라면까지 해치운 그는 연신 땀을 흘리며 만족스러운 듯 윙크를 지어보인다.

먹방계에 새바람이 불고 있다. 기존 유튜버들이 보여주는 먹방 영상과 달리 캐릭터가 선보이는 먹방이 인기다. 일명 ‘애니메이션 먹방’이다.

유튜브 '애니먹' 채널에 게시된 애니메이션 먹방 중 일부.(사진=독자제공)


 

모든 게 가짜인 점이 오히려 매력

애니메이션 먹방(애니 먹방)은 음식도, 등장인물도 모두 가짜다. 과거에도 '하울의 움직이는 성'이나 '검정 고무신' 등 유명 애니메이션 속 등장인물들의 식사 장면만 편집해 클립 형태의 영상은 종종 올라왔다. 애니메이션으로 유명한 일본의 스튜디오 '지브리'는 아예 애니메이션 속 먹방 장면만 모은 특별 전시회를 열기도 했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애니 먹방도 크게 다르지 않다. 단 실제 먹방 못지 않은 리얼한 소리와 캐릭터의 행동 등으로 보다 생생함을 더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간혹 ‘태양계 행성’ ‘드래곤 볼’처럼 실제로 먹을 수 없는 것들도 쉽게 메뉴로 등장한다. 유튜브 영상 조회수는 많게는 1000만회에 육박한다.

자기 전 애니 먹방을 습관적으로 시청한다는 대학생 이예진(23·여)씨는 “실제 먹방이 아닌데도 리얼한 소리 때문에 (애니 먹방을 볼때마다) 군침을 흘린다”며 “캐릭터가 어떤 음식을 먹을지 고민하는 부분까지 디테일하게 표현해 가끔은 살아 있는 생명체를 보는 것 같다”고 즐거워했다.

20대의 김은정 씨는 “음식을 먹을때도 한 입에 시원시원하게 넣고 삼켜서 쾌감이 느껴진다”며 "(애니 먹방에서는) 현실에서는 먹을 수 없는 것까지 메뉴로 등장해 상상하는 재미가 있다"고 전했다.

실제 먹방과 달리 낭비되는 음식이 생기지 않고 깔끔한 먹방을 볼 수 있어 애니 먹방을 선호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다이어트 때문에 애니 먹방을 보게 됐다는 박지은(24·여)씨는 “요즘 유튜버들은 대부분 한 상 가득 차려두고 먹는 경우가 많은데 가끔은 도저히 1인분이라고 생각되지 않는 음식양을 볼 때마다 쓰레기가 생기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며 “애니 먹방에서는 쓰레기가 생길 일도 없고 유튜버가 논란을 일으킬 일도 없어 찾게 된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캐릭터 자체가 귀여워서 입가에 묻은 양념도 더럽게 느껴지지 않는다”며 “실제 먹방이었다면 굉장히 신경쓰였을 부분인데 애니 먹방에서는 오히려 재미있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유튜브 '푸니 Fooni' 채널에 올라온 '태양계 행성 애니먹방'.(사진=독자제공)


 

애니메이션에서만 볼 수 있는 특징 살리려 해

애니 먹방은 보통 1분 남짓한 길이로 제작되지만 작업 기간은 최소 1주일이 소요된다. 특히 영상 제작자들은 애니메이션에서만 볼 수 있는 특징을 영상 속에 실으려 노력한다고 입을 모았다.

유튜브 채널 ‘애니먹’을 운영하고 있는 30대 후반의 신모 씨는 평소 유튜버들의 먹방 영상을 즐겨 보며 영상 제작에 필요한 부분을 따로 기억해둔다.

신씨는 “음식을 선정하고 영상에 대한 몇 가지 아이디어를 기획한 후 영상 제작을 완료하는데 1주일 정도 걸린다”며 “실제 먹방과 비슷하게 만들려 노력하지만 중간중간 애니메이션 캐릭터만이 할 수 있는 표현 등을 가미해 차별화를 두려 한다”고 설명했다.

약 한 달 전 국내 애니 부문 구독자 급상승 1위를 한 유튜버 '푸니'도 영상 한 편을 위해 1주일의 공을 들여야 하는 건 마찬가지다. 그는 기획과 드로잉, 영상 편집, 녹음, 사운드 삽입 등을 모두 자체적으로 소화한다. 특히 녹음의 경우엔 직접 해당 음식을 먹으며 그 소리를 담는다.

그는 “성우들도 음식을 먹는 장면에서는 연기를 하며 녹음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실제 먹방에서는 할 수 없는 경쟁성 있는 콘텐츠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태양계 먹방’처럼 주제 자체가 차별화된 영상들을 고민한다”며 “그렇지 않더라도 음료 캔을 사과처럼 베어 먹는다거나 그릇을 초콜릿처럼 뜯어먹는 것처럼 반전이 있는 먹방을 통해 애니메이션만의 장점을 살리려 노력한다”고 설명했다.

 

"부캐 유행과 연결된 놀이 문화"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이 같은 현상의 시작을 최근 화제를 모은 '부캐 열풍'에서 찾았다.

임 교수는 "최근 젊은층들 사이에서 동물이나 캐릭터를 내세워 본인 대신 표현하는 게 유행인 듯 하다"며 "MZ세대는 개성적인 세대로, 다양해지고 싶은 열망이 반영돼 이런 영상을 제작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임 교수는 이어 "MZ세대는 애니메이션이 익숙한 세대일뿐만 아니라 캐릭터 특성 상 (시청자들에게) 친근감 있게 다가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앞으로도 이런 영상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자연스럽게 생각을 확장한는 것이다보니 긍정적인 놀이 문화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스냅타임 심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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