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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가 쓰레기 분리수거 몸살 여전…"시설 자체가 없어요"

쓰레기 분리수거가 일상화로 자리매김했지만 일반 주택가의 분리수거 문제는 여전히 골칫거리다. 특히 날씨가 따뜻해지고 배달음식 이용이 늘어나면서 주민들은 음식물 쓰레기로 고통받는 것.

서울 송파구에 거주 중인 김소라 씨는 "근처에는 분리수거를 할 수 있는 공간이 따로 마련돼있지 않다"며 "최근에는 배달 음식을 시켜 먹은 후 용기와 함께 버리는 사례도 빈번하다"고 전했다.

각종 쓰레기를 뒤섞어 배출하다 보니 미관뿐만 아니라 악취로 인한 지역 주민의 불편만 커지고 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분리수거 시설 부재…폐기물 한 데 뒤섞여

분리수거 시설을 갖춰 폐기물 관리가 원활한 아파트완 달리 주택가는 쓰레기를 버리는 곳이 따로 지정돼있지 않다. 일반 쓰레기와 음식물 쓰레기는 각 종량제 봉투에 담고 재활용의 경우 소재별로 분리해 모은 후 오후 7시부터 자정 이내에 거주지 앞에 내놓아야 한다.

김씨는 "우리 빌라뿐만 아니라 어느 곳도 쓰레기를 분리배출토록 한 곳은 없었다"며 "한 사람만 분리배출을 잘못해도 모든 쓰레기가 한 데 뒤섞인다"고 덧붙였다.

서울 중구에 살고 있는 대학생 백지원 씨 역시 "배달음식으로 인한 음식물과 플라스틱 용기의 문제가 제일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백씨는 "잔여 음식물을 분리하지 않고 버리면 밤새 고양이들이 폐기물 봉투를 물어뜯어 치킨 뼈 등을 발라먹는다"며 "건물 주인분께서 목격하지 않는 이상 뜯어진 봉투를 아무도 치우지 않는다"고 말했다.

7년째 동대문구에 거주 중인 김정현 씨도 "개별 분리수거 시설이 있던 곳은 예전에 거주하던 빌라뿐"이라며 "종량제 봉투에 분리수거 해야 할 물품들을 넣는 건 기본이고 분리수거를 한다고 해도 페트병의 라벨을 제고하지 않거나 음식물이 묻은 용기를 씻지 않고 그대로 버리는 등의 사례가 매우 빈번하다"고 했다.

 

분리수거 시설 필요하지만…"우리 집 앞은 싫어"

빌라나 다가구주택의 일부 건물주들 역시 자체 분리수거 시설을 설치하기도 한다. 바로 재활용 정거장 제도를 이용하는 것. 재활용 정거장은 재활용품 혼합 배출 실태를 개선하고자 특정 시간, 특정 장소에 분리 수거대를 설치하고 자원관리사를 배치해 분리배출을 돕는 시설이다.

서울시의 경우 정거장 설치 기준은 각 자치구에서 결정하는데 거주 인구가 많은 곳과 재활용품 혼합 배출 문제가 심각한 대학가 자취촌과 1인 가구가 밀집한 주택가에 주로 설치한다.

현재 종로구는 219곳, 서대문구는 140여 곳의 재활용 정거장을 보유 중이다. 종로구 관계자에 따르면 먼저 재활용 정거장 사업 공모 공고를 낸 후 참가 희망자들의 신청을 받는고 한다. 이중 분리수거대를 설치할 수 있는 입지 등 최소한의 요건을 갖춘 경우 사업 지원의 대상자가 된다.

서울 시내 한 대학가의 자취방 임대인 정노라 씨는 "3년 전 자치구에서 분리수거대 설치 사업을 벌이며 신청자를 받았다"며 "우리 건물은 설치 공간이 충분할 것 같아 사업에 신청했다"고 전했다.

빌라 바로 앞에 분리수거대가 마련된 이후 입주자도, 관리인도 모두 편리해졌다는 입장이다. 그는 "설치 전과 달리 입주자들도 분리수거를 꽤 철저하게 한다"며 "간혹 음식물 쓰레기 배출과 관련해 문제가 생기긴 하지만 이 정도는 해당 입주자에게 개별 안내를 하면 금방 시정된다"고 전했다.

쓰레기 배출 시간인 오후 10시에 음식점과 거주지가 혼재하는 지역의 길거리를 촬영한 모습. 이 모습은 주택가 내 분리수거 현황 중 양호한 편에 속한다. (사진=김세은 기자)


하지만 빌라 등 아파트를 제외한 모든 주택이 분리수거소를 갖추기는 어렵다. 시설 설치는 온전히 건물주(또는 관리인)의 재량이기 때문.

뿐만 아니라 지방자치단체가 분리수거 시설을 마련해야 할 의무도 조례상 존재하지 않는다. 사업은 그저 행정상 편의를 위한 것일 뿐이다.

서울 시내 한 대학가의 자취방 임대인 정노라 씨는 3년 전 재활용 정거장 사업에 지원했다. 정씨에 따르면 당시 사업에 참가 신청을 한 사람은 동(洞)내 정씨네 빌라 단 한 군데였다고 한다.

그는 "당시 분리수거대 설치 사업에 참여하려면 관리를 엄격하게 하겠다는 서약을 해야 했다"며 "건물주(또는 관리인) 입장에서는 꽤 까다로운 요건들이었다. 워낙 신청률이 저조하다 보니 이후 자치구에서도 사업을 접더라"고 전했다.

이어 “뿐만 아니라 (분리수거대를 설치하려면) 어느 정도의 공간도 확보돼야 하는데 건물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이곳 건물들이 요건을 충족하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라 덧붙였다.

분리수거대 설치 이전, 정씨네 동네에는 공공 분리수거대가 한 군데 뿐이었다. 때문에 쓰레기 수거차가 매일 다녀감에도 불구하고 공간이 늘 부족해 분리수거대는 쓰레기로 미어터진다는 것.

그러나 건물별 시설 외 공공시설 설치 역시 쉽지 않다.  서울특별시 중구청 청소행정과 재활용관리팀 관계자는 "(쓰레기 배출 및 분리수거 시설을) 설치해보려 꾸준히 시도해왔다"며 "주민들도 공동시설의 필요성을 절감한다. 그러나 자기 거주지 앞에 만드는 것은 극구 반대한다"며 주민들과의 타협점을 찾는 게 어렵다고 호소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인력 한계'와 '잡아떼기'…단속 역시 쉽지 않아

최근 쓰레기 이슈가 심각한 환경·기후 문제로 떠오르자 정부는 배출 관련 단속 방침을 강화했다. 하지만 실질적인 단속에는 여전히 한계가 있다.

서울 중구청 관계자는 "쓰레기를 무단 투기하거나 분리수거를 마구잡이로 하는 순간을 포착하지 않는 이상 단속이 어렵다"며 "현장 단속이 이뤄진다 해도 당사자가 잡아떼거나 구청에 진정을 내면 그만이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단속된 이들은 "제발 한 번만 봐달라"며 호소하거나 "왜 나만 잡냐", "증거가 있냐"며 적반하장의 태도를 보이는 경우가 대다수다.

더욱 확실한 단속을 위해 두 명 이상이 함께 현장 단속에 나서기도 하지만 그 영향력이 미치는 지리적 범위에는 한계가 있다. 때문에 단속 후 실제 형 집행에 다다르는 경우가 매우 한정적이라는 것.

가장 확실한 단속 방법은 폐기물에 부착된 인적사항이나 종량제 봉투 속에 담긴 영수증 등을 확인하는 것이다. 관계자는 "간혹  쓰레기를 다 파헤쳐서 불법 폐기 당사자를 찾아내기도 한다"며 "하지만 현실적으로 모든 폐기물과 종량제 봉투를 하나하나 파헤치는 건 불가능하지 않은가"라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로선 주민들의 양심에 맡기는 게 답이다"라며 "하지만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 방안을 모색하려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스냅타임 김세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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