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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김경수 "해외 선진국은 중앙정부가 메가시티를 주도했다"

지난달 23일 김경수 경남 도지사는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를 통해 "광역단위 행정을 위해서는 기존 지방 정부 예산만으로는 불가능하다"며 "정부의 특별한 지원이 필요하다. 이는 우리만 그런 것이 아니고 해외만 보더라도 비슷하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해외 선진국들 보면 영국 같은 경우가 우리보다 수도권 집중이 훨씬 덜한데도 2005년부터 8개 대도시권 중심으로 메가시티를 구성해왔다"며 "독일이나 프랑스 같은 경우도 중앙정부 주도 하에 메가시티를 구축해 왔다"고 말했다.

김 지사는 지난해 12월 KNN 지역 대포럼에서도 부산·울산·경남을 통합한 '동남권 메가시티' 구축을 주장하며 "동남권 메가시티는 선택의 문제가 아닌 살아남기 위해 필수적인 길"이라 말한 바 있다.

관련하여 김 지사의 발언처럼 '해외 선진국의 경우 이전부터 메가시티를 주도해왔는지' 사실을 확인해봤다.

지난해 10월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청와대에서 열린 제2차 한국판 뉴딜 전략회의에서 사례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 도지사가 주장하는 '메가시티'란?

경상남도에 따르면 메가시티란 '생활·경제 등 기능적으로 연결돼 있는 인구 1000만명 이상의 거대 도시'를 의미한다.

'또 하나의 수도권'을 슬로건으로 하는 부·울·경(부산·울산·경남) 메가시티는 수도권 과밀화를 막고 균형발전을 위해 제 2의 수도권을 구축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메가시티의 필요성은 청년층 수도권 밀집 현상과 지방 일자리 부족 현상에서 시작한다.

지난해 12월 KNN 지역 대포럼에서 김 지사는 "수도권 인구가 한국 전체 인구의 절반을 넘어섰다"며 "100억 원 이상의 투자유치를 한 스타트업(창업초기기업)의 92.5%가 수도권에 소재한다"며 현 상황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지난달 23일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는 "수도권에는 2019~2020년에 매해 8만명 이상의 인구가 비수도권으로부터 유입됐다"며 "그 중에서도 20~30대가 10만 명 이상이다"고 밝혔다. 또한 "수도권은 과밀로 폐해가 생기고 지방은 이렇게 가다간 소멸되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이 있다"면서 메가시티 도입 필요성을 적극 주장했다.

김 도지사는 메가시티를 통해 생활·경제·문화·행정 공동체를 설립하고 스마트 산업단지, 물류 R&D 센터를 구축하는 등 일자리 창출과 생활 인프라를 동시에 활성화한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메가시티는 기존의 단순한 지방자치단체간 행정통합과는 결이 다르다.

경남도 관계자는 "메가시티는 부산, 울산, 경남 등 현재 지방자치체제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일부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특별지방자치단체'를 새롭게 설립·운영코자 하는 것"이라며 "특별지자체는 중앙정부로부터 예산을 지원받은 뒤 법적으로 부여 받은 권한을 행사한다"고 설명했다.

'또 하나의 수도권'을 슬로건으로 하는 부울경 메가시티 (출처=경상남도청 홈페이지 갈무리)


 

해외 선진국의 경우 이전부터 메가시티를 주도해왔다→ '대체로 사실' 

김 지사는 '영국, 프랑스, 독일' 등의 국가에서 이전부터 중앙정부 주도 하에 메가시티 정책을 추진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경남도청 홈페이지는 '주요 국가 메가시티 정책'으로 영국, 프랑스, 일본 등을 제시하고 있다.

사실 확인을 위해 가장 먼저 전문가에게 자문을 구했다.

김갑성 연세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선진국에서는 오래 전부터 지자체간 협력 모델을 강조했다"며 "국가(중앙정부)는 제도를 만들고 예산을 지원해 이를 장려해왔다"고 설명했다.

또한 김 교수는 "국가 예산을 도시 계획 정책에 투입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해외 사례들도 이를 뒷받침한다"고 말했다. 기본적으로 영국이나 프랑스는 지자체들이 연합해 합의한 계획이나 투자에 대해 중앙 정부가 우선적으로 지원하고 있다는 것.

김 교수에 따르면 부울경 메가시티 정책은 광역지자체 세 곳이 연합해 추진하는 정책으로 프랑스나 일본의 정책과 유사하다. 다만 영국의 경우, 대도시를 중심으로 주변의 지방 정부가 하나의 경제 권역으로 묶인다는 점에서 국내 메가시티 정책과는 조금 차이가 있다.

이를 기반으로 해외 선진국의 실제 운영 현황을 살펴보았다.

프랑스의 경우 2009년 말부터 '국토 2040, 계획 변경(Territories 2040, Planning Change)'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이 중 김 지사가 주장하는 메가시티와 비슷한 정책은 '메트로폴(Métropole)' 정책이다.

메트로폴 정책은 지자체가 국가로부터 권한의 일부를 위임 받아 주거·도시 정책 등을 담당한다는 점에서 국내 정책과 유사하다. 특히나 여러 지역을 모은 상호공동체적 도시를 구성, 고용·투자·혁신 등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취지 역시 일자리 창출을 위한 경제 생활권을 만들어 내겠다는 부울경 메가시티의 목적과 유사한 면이 있다.

그 중에서도 '메트로폴 뒤 그랑 파리(Métropole du Grand Paris)'는 프랑스에서 가장 잘 운영되고 있는 메트로폴이다. 그랑 파리는 프랑스의 수도인 파리와 우리나라의 경기도에 해당하는 일드프랑스(Île-de-France)를 통합하여 대도시로 발전시키고자 한다.

프랑스의 메트로폴 뒤 그랑 파리(Métropole du Grand Paris)는 파리의 여러 지역을 모은 상호공동체적 도시를 의미한다. (출처=메트로폴 뒤 그랑 파리 홈페이지 갈무리)


아시아에서는 일본이 메가시티를 운영 중이다.

일본은 2010년 간사이 광역 연합을 구성해 간사이 지역 전체의 광역 행정을 처리했다.

간사이 광역 연합은 '교토부, 오사카부, 시가현, 효고현, 와카야마현, 돗토리현, 도쿠시마현'의 2부·5현이 참여했으며, 광역 방재·관광·문화·의료 등을 국제적 차원에서 공동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특별지방공공단체를 설립, 여러 자치단체에 걸친 광역 행정 사무를 한 곳에서 처리할 수 있도록 한 점이 국내 메가시티 정책과 유사한 점이다.

또한 일본은 2013년 가을부터 '국토의 그랜드디자인 2050(国土のグランドデザイン2050)'을 추진 중이다. 2014년 7월 일본 국토교통성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중앙 신칸센(고속열차)을 정비하여 도쿄의 국제 기능, 나고야의 제조업, 오사카의 문화·역사·상업을 활성화하면서도 이들을 연결할 수 있는 메가 시티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반면 영국은 현재 '도시 지역(City Regions)' 및 '통합 기관(Combined Authority)' 정책을 운영 중이다.

영국 지자체 홈페이지에 따르면 'CA'라고도 불리는 통합 기관은 두 개 이상의 협의회 그룹이 지자체간 경계를 넘어 공동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설정된 법적 기관을 의미한다. 이는 합동 위원회보다 강력하며, 각 지방 정부는 중앙 정부에서 위임한 권한과 자원을 적극 활용할 수 있다.

대표적인 예로는 'GMCA'라 불리는 그레이터 맨체스터 연합 기관(Greater Manchester Combined Authority)이 있다. GMCA는 대중 교통을 비롯하여 기술·주택·탄소 중립성 및 계획 허가에 대한 독자적 권한을 갖고 주변 지역과 협력하여 도시 지역을 개선한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프랑스의 경우 마크롱 정부 주도 하에 지역 통합이 이뤄졌다.

반면 일본의 경우 간사이 지역이 자발적으로 광역 연합을 구성한 점에서 중앙 정부 주도 하에 개발을 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다만 간사이 광역 연합의 경우 기존 자치단체를 유지하고 별도의 특별자치단체를 설립하여 운영한다는 점에서 부울경 메가시티 정책과 유사한 점이 있다.

행안부 관계자는 "앞서 제시한 모든 해외 사례들의 경우 지역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한 목적을 갖는다는 점에서 비슷하다"며 "수도권 집중 현상은 세계적으로 일어나다보니 이를 방지하기 위해 지방 권역 연합이 필요하다는 점을 많은 나라들이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정책을 중앙정부가 주도한다고 해서 모두 효과가 좋은 것은 아니다"라며 "지역사회의 공감대를 얻어 성공적인 지역 연합을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국가가 마음대로 통합을 주도하는 것은 자치분권을 강조하는 시대 흐름에 맞지 않는다는 것. 이에 따라 "국가는 지원자의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 말했다.

 

부울경 메가시티, 기대 효과와 문제점은?

부울경 메가시티의 기대효과에 대해 김 교수는 "우리나라처럼 국토가 좁은 지역에서는 17개 광역자치단체별로 경제, 산업, 교육 등의 계획을 세우는 것이 비효율적이다"라며 "부울경 메가시티를 통해 수도권에 버금가는 경제권역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부울경이 하나의 경제권역으로 묶여 경쟁이 아닌 보완과 협력을 통해 관리가 이어지면 교통시설 등  사회 간접 자본(SOC) 투자 효율화와 산업의 업종 간 분업화, 협력 등이 획기적으로 개선될 것"이라 말했다.

반면 메가시티의 문제점에 대해 그는 "'3개 광역자치단체장의 기술적·행정적 협치가 가능할까'라는 것"이라며 "우리는 아직까지 협력체계의 경험이 없기 때문에 법적·제도적으로 정비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실제로 국내에서도 메가시티를 지원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지원 조직이 준비 중이다. 지난 27일 정부서울청사에서는 '메가시티 지원 범부처 태스크포스(TF)' 출범 회의를 열고 '메가시티' 논의에 정부가 체계적으로 대응하고 맞춤형 지원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다.

 

/ 양지혜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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