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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세대 목소리 듣자”…발 벗고 나선 기업들

상향식 의견 표출·사내문화 혁신 가능
주니어 보드·역 멘토링 도입 기업 늘어나
코로나로 빨라진 디지털 전환도 기업문화 변화 가속화
전문가 "‘보여주기’식 아닌 도입 취지 살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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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내 임원진과 MZ세대(1980년대 초반 이후 출생)의 소통을 위한 창구가 늘어나고 있다.

‘주니어 보드·역(逆)멘토링 제도’가 대표 사례다. 세대 간 교류를 늘려 서로에 대한 이해를 더하고 유연한 기업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다.

전문가는 기업의 이같은 움직임을 두고 시장 내 MZ세대 영향력이 확대됐다는 점과 ‘디지털 전환’ 등 혁신 물결을 원인으로 꼽았다. 다만 제도의 취지를 잃어버릴 경우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며 우려했다.

 

“역(逆)멘토링 제도로 부자관계도 개선됐어요”

기업 현장에서는 40·50대와 MZ세대 간 다리를 놓아 참신한 아이디어를 적극 받아들이려는 노력을 다양화하고 있다. 이는 경직된 기업 문화를 누그러뜨리는 역할도 한다.

정보기술(IT) 기업과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도입한 주니어 보드·역 멘토링 제도가 대표적 사례다. 이는 경직된 조직문화로 대표되는 건설·금융·공공기관 등 다양한 업종으로 확장하는 모양새다.

주로 과장급 이하 젊은 실무자들로 구성되는 주니어 보드는 기업 방향성과 전략을 두고 자신들의 관점을 적극적으로 드러낸다. 상향식 의견 표출이 가능해진 것. 사내 문화 혁신에 나서거나 최고 의사결정권자에게 의견을 직접 개진하기도 한다.

롯데건설은 지난 3월 MZ세대 직원 20명으로 구성된 ‘엘 주니어 보드(L-junior Board)’를 신설하고 ‘함께해요 징검다리 톡(TALK)’ 행사를 개최했다.

주니어 보드는 대표이사와 함께 회사 비전과 기업문화 개선 등을 자유 토론식으로 논의했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주니어 보드와 CEO가 직접 소통하는 자리를 앞으로 매달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태광산업은 지난 2017년부터 20명 내외의 사원·대리급으로 구성한 주니어 보드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구성한 4기 주니어 보드는 출·퇴근시간을 앞뒤로 1~2시간씩 조정할 수 있는 ‘스마트출근제’를 제안해 임직원 및 경영진의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다.

태광산업 관계자는 “경영진과 주니어 직급 간 소통을 통한 조직문화 개선이 목적”이라며 “현재 조직 활성화와 사회공헌, 스마트워크, 정보경영 등 네 가지 테마를 가지고 주니어 보드진이 직접 추진 과제를 기획·실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경영진이 실제 전 직원을 만나서 고충을 듣기 어려운 게 사실”이라며 “주니어 보드가 직원의 목소리를 경영진에 전달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구성원의 목소리를 하나로 모아 (특정 과제를) 해결했을 때 주니어 보드진의 성취감과 즐거움이 크다”고 설명했다.

 

(사진=2020년 태광산업 주니어 보드 4기 발대식)

젊은 직원이 멘토를 맡아 멘티인 경영진에게 조언을 건네는 역 멘토링 제도도 있다. 포스코인터네셔널·현대오일뱅크·교보생명·LIG넥스원 등이  지난해 하반기 이후 새로 도입했다.

역 멘토링은 선임자가 멘토가 되는 기존 방식을 뒤집은 발상으로 △디지털 기계 사용법 배우기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체험하기 △MZ세대 이해하기 등 세대 간 거리를 좁히려는 활동이 주를 이룬다.

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참가 직원이 평소 집에서 아버지와 대화하는 게 어색했는데 역 멘토링으로 아버지뻘인 임원들과 많은 대화를 나눈 후 부자관계도 개선했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말했다.

 

(자료=인크루트)

 

디지털 대전환 가운데 기업과 소비자 모두 젊어진 결과

전문가는 MZ세대가 기업과 소비층의 주요 구성원으로 자리매김하면서 기업문화가 조금씩 변화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앞당긴 디지털 전환(디지털 기술을 사회 전반에 적용하여 전통적인 사회 구조를 혁신시키는 것)에 기업이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고 설명했다.

윤지환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최근 기업 내 MZ세대 구성원이 차지하는 비율이 늘어나고 있다”며 “기업이 조직을 한뜻으로 이끌기 위해서 다수가 된 그들의 목소리를 듣고자 (주니어 보드 같은 기구를) 설치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교수는 기업 구성원뿐만 아니라 소비자도 젊어졌다고 전했다. 그는 “기업의 상품·서비스 소비층에서도 MZ세대의 비율이 커졌다”며 “아무래도 비슷한 관심사와 생활양식을 가진 기업 내 젊은 세대가 (또래 소비자들을) 조금 더 직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니어 보드의 역할을 설명했다.

4차 산업혁명 등 디지털 전환에 직면한 기업들이 위기의식 끝에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기존 관료적·위계적이던 조직 운영구조를 깨고 MZ세대의 목소리를 더 잘 듣기 위한 노력이라는 것.

양혁승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는 “디지털 전환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사업 모델, 즉 모든 것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바뀌는 파괴적 혁신이 일어나고 있다”고 운을 뗐다.

양 교수는 “시장과 교감하고 혁신을 주도할 세력은 디지털 기반에 익숙한 MZ세대인 반면, 의사 결정권은 기성세대가 쥐고 있는 역설적인 상황”이라며 “기업들로선 종전의 성공 공식을 가지고 조직을 운영해서는 더 이상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렵다고 인식하는 것”이라고 새로운 소통 창구가 등장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위기의식을 느끼는 기업일수록 MZ세대를 전략적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시켜 MZ세대가 갖고 있는 지식을 활용하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제도 자체만으로는 효과 보장 안 돼기존 임원진 역할 전환이뤄야

하지만 주니어 보드·역 멘토링 제도가 소통이 아닌 일방적 의사 전달의 창구로 사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또 MZ세대에게 또 다른 ‘과제’가 돼 업무량이 오히려 가중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보여주기식으로 설치한 후 외부 홍보에만 치중할 경우 구성원의 신뢰를 잃을 가능성도 있다는 것.

윤 교수는 “실제 조직 문화에서 젊은 세대의 목소리를 경영에 반영하려는 행동이 뒷받침되지 않고 ‘보여주기’에 그친다면 조직 구성원들이 (제도를) 추가적인 업무로 인식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 교수는 “어떤 제도든 그 자체가 성공적인 효과를 보장해주진 않는다”며 “제도가 지향하는 본래 취지에 맞게 의사 결정권자들이 사고의 틀을 바꿀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임원들이 새로운 환경에 익숙한 세대에게 배우겠다는 마음으로 경청해야 한다”며 “이해가 어렵더라도 (MZ세대들이) 실험적으로 해 나갈 수 있도록 사고·역할 전환을 이뤄야 이같은 제도가 실질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LG경제원구원은 2019년 ‘기업을 젊고 활력 있게 만드는 리버스 멘토링’ 보고서에서 역 멘토링의 성공 요건으로 △도입 목적과 영역을 분명하게 정의할 것 △목적에 맞는 방식을 단계적으로 시행할 것 △젊은 세대의 목소리를 존중하고 이를 경영에 적극 반영할 것을 꼽았다.

 

/스냅타임 윤민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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