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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 마음도 못읽는 노동자 대표...최저임금 어쩌나?

“물가에 비해 최저임금이 너무 낮다고 생각해요. 요즘은 최저임금으로 영화 한 편을 못 봐요.", "주휴수당을 주지 않으려고 14시간 이하로 고용하는 일자리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지난 20일 청년 노동조합인 '청년유니온'이 발표한 '2021년 아르바이트 최저임금 실태조사'에 나온 의견이다.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최저임금 협의를 진행중인 가운데 최저임금의 효과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 특히 최저임금과 고용의 상관관계에 대해 시각이 엇갈릴뿐만 아니라 최저임금 인상을 주장하는 근로자 위원들조차도 노동현장의 의견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는지에 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최저임금위원회 근로자위원인 이동호 한국노총 사무총장이 24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제5차 전원회의를 앞두고 열린 2022년 적용 최저임금 노동계 최초요구 발표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최저임금 인상시 일자리 감소" vs "최저 생계 보장해야"

학교에서 소개해준 일자리에서 최저임금 이하의 임금을 받으며 일한 류효정(27·여)씨는 "돈을 받는 것보다 경력을 쌓으려는 이유도 있었다"며 "최저임금보다 적게 지급하는 걸 인지한 상태에서 지원했기 때문에 (법을 위반했다고) 따질 수도 없었다"고 말했다. 류씨는 주말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며 부족한 생활비를 충당했다.

그는 최저임금 인상에 찬성한다며 "최저임금만 받고서는 생계를 유지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류씨는 최저임금과 고용의 관계에 대해 "고용이 줄어든 것은 최저임금 인상 뿐만 아니라 여러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역시 최저임금 이하의 급여를 받으며 아르바이트를 한 최혜영(26·여)씨는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웠기 때문에 최저임금보다 적은 시급이어도 일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류씨와 비슷한 일을 겪었지만 최씨는 최저임금 인상에 반대했다.

그는 본인이 일을 그만둔 뒤로 해당 아르바이트 자리에서 다른 직원을 고용하지 않았다면서 "가게를 늦게 열더라도 사장님 혼자서 일을 하고 있다고 들었다"며 "최저임금이 오르면 일자리도 줄어들고 실업률과 물가 상승에도 연쇄 반응을 미칠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그래픽=이데일리DB)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을 줄인다?...명확한 결론 없어 이견 분분

노동자 사이에서도 최저임금과 고용에 관한 의견이 나뉜 가운데 노동자 단체와 사용자 단체의 의견도 차이를 보였다.

김영민 청년유니온 사무처장은 “코로나19로 인해 저임금 노동자들의 생계도 위험에 처했고 양극화 문제도 커졌다”며 “이 문제를 해소하려면  최저임금을 인상하는 게 필요하다”고 밝혔다.

최저임금과 고용의 상관관계에 대해 김 사무처장은 “최저임금과 고용률을 바로 연결짓는 것은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고용 시장이 안 좋으니 최저임금의 영향을 더 크게 느끼는 것 같다”며 “최저임금을 동결한다고 해결될 문제라고 보기는 어려우며 고용을 늘리기 위한 여러 대책을 병행해야 한다 ”고 설명했다.

노동집약적 산업의 기업이나 저임금 근로자의 고용 비중이 높은 중기업계, 소상공인 단체는 최저임금 인상 주장에 난색을 표했다.

중소기업중앙회와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최저임금 수준의 근로자를 고용하고 있는 중소기업 60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중소기업 고용애로 실태 및 최저임금 의견조사' 결과를 지난달 발표했다.

조사에 따르면 최저임금 인상시 대응 방법으로 41%가 ‘고용 감축’으로 응답해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감소로 이어질 우려를 시사했다.

지난 1일 소상공인연합회가 발표한 실태조사도 비슷한 결과를 보였다. 2021년도 최저임금 체감도에 부담을 느끼는 소상공인이 74.1%로 조사됐으며 사업체 경영상황에 영향을 미치느냐는 질문에도 75.3%가 그렇다고 답했다.

신규 고용 포기를 고려하는 2022년도 최저임금 인상 수준을 묻는 물음에 75.6%가 ‘현재도 신규 고용 여력 없음’이라고 답했다. 현재도 최저임금과 고용 관련 한계를 느끼고 있는 상황이라는 뜻이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업종별 차등 정책...“특정 직군 낙인효과” vs “생산성 차이 따른 합리적 구분”

업종별 최저임금을 차등해서 적용해야 하는 주장도 매년 나온다.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는 “지난해 코로나19 등 경기 충격에 대한 회복세가 업종별, 규모별로 차별화되는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다”며 업종별 최저임금 차등이 필요한 이유를 설명했다.

반면 김영민 청년유니온 사무처장은 업종별 임금 차등 정책에 대해 “실제 적용할 경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일축했다.

김 사무처장은 “업종 내 형평성 문제가 있고, 특정 업종에 낙인효과도 생길 것”이라 밝혔다. 업종 내 형평성 문제로는 편의점과 대형마트를 예로 들며 “두 사업장 다 ‘판매업’으로 묶일텐데 이 둘에 같은 기준을 적용하는게 맞는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근로자들 사이에서도 최저임금 인상에 관한 입장이 나뉘는 것에 대해 “정부가 일괄적으로 최저임금 1만 원이라는 목표를 제시하며 생긴 문제”라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저숙련 노동자들이 근무하는 사업장의 경우, 최저임금을 급격히 올리면 오히려 고용을 줄이기 쉽다”며 편의점과 주유소를 예로 들었다. 김 교수는 산업별, 업종별 상황을 세부적으로 고려해 최저임금을 차등적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정부가) 임시일용직을 두텁게 보호하고자 했으면 특정 직군의 최저임금을 올리는 등의 차등 정책이 필요했는데 그런 점을 고려하지 않았다"며 “노동시장에 관한 면밀한 분석이 따라야만 최저임금과 고용의 상관관계도 이야기할 수 있는데 정부가 그렇게 접근하지 못해서 생긴 문제”라고 강조했다.

 

/스냅타임 이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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