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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꾸' 전성시대...“필터 훼손은 주의하세요”

임예진(22·여)씨는 지난달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둘러보다 ‘마꾸(마스크 꾸미기)’를 접했다.

마꾸를 위해 이틀 동안 편의점을 돌아다닌 끝에 인기 캐릭터의 판박이 스티커를 구할 수 있었다. 스티커를 붙인 마스크를 쓰고 한강을 방문한 임씨는 “확실히 더 발랄해보이고 개인적으로도 기분 전환이 됐다”고 전했다.

‘마꾸 전성시대’가 열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일상의 필수품이 된 마스크가 형형색색 옷을 갈아입고 있다. 날마다 착용하는 마스크를 꾸며 갑갑함을 덜어내고 나름의 개성을 뽐내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문화를 감염병 유행 속에서도 소소한 행복감을 찾아내려는 젊은 MZ세대(1980년대~2000년대 초 출생)의 특성과 연결해 해석했다. 다만 마스크를 꾸미는 과정에서 “필터 훼손과 오염을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판박이 스티커와 자수로 마스크를 꾸민 모습. (사진=정다정 , 박한경 씨 제공)


 

스티커를 붙여 마스크를 꾸민 모습. (사진=임예진 씨 제공)


 

피할 수 없으면 즐기자마스크 꾸며 개성 드러내는 2030

마스크를 꾸미는 방법은 다양하다. 다채로운 디자인의 마스크 목걸이(스트랩)가 먼저 인기를 끌었다. 은하수 마스크·그라데이션 마스크 등 화려한 색감을 가진 마스크도 나왔다. 이어 판박이 스티커나 자수, 펜 등으로 마스크 겉면을 직접 꾸미는 ‘마꾸족’들이 등장했다.

이들은 마꾸가 감염병 유행 속 새로움과 개성을 표현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전했다. 얼굴 절반을 가리는 마스크를 옷이나 신발처럼 액세서리 중 하나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

판박이 스티커와 바느질로 직접 마스크를 꾸민 정다정(22·여)씨는 “날마다 똑같은 (단색) 마스크를 하는 게 지겨웠다”며 “코로나19 상황에서도 편함과 새로움, 개성을 뽐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이어 “따라하기 쉽고 큰돈이 들어가지 않아 주변에서 많이들 마스크를 꾸미는 것 같다”고 말했다.

차명환(34·남)씨는 부모님과 직장 동료들에게 마꾸 스티커를 선물로 건넸다. 차씨는 “스티커가 저렴한 편이라 주위에 많이 선물했다. 인증 사진을 보내는 등 대부분 흡족한 반응을 보였다”며 “마꾸가 외양에 (특별한) 포인트를 줄 수 있는 요소이기 때문에 젊은 층을 중심으로 유행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황이슬(29·여)씨는 마스크 꾸미기 유행에 대해 "부모님이 아이들과 함께 놀며 (마스크에) 애착을 갖게 하려는 시도가 시작이 아닐까 싶다"고 의견을 전했다. 황씨는 "판박이 스티커는 저렴한 가격으로 날마다 디자인을 바꿀 수 있다는 게 장점"이라며 "자신의 개성을 드러내려는 욕구와 여럿이 모일 때 마스크가 섞이지 않도록 표시할 수 있다는 점이 마스크를 꾸미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하객에게 제공할 '하트 마스크 스티커'를 안내하는 모습. (사진=김지원 씨 제공)


 

하트 스티커 붙인 결혼식 하객들...전문가 젊은 세대 슬기로운 문화

결혼식·스승의 날 등 행사나 기념일에 마음을 전달하기 위해 마스크를 꾸미기도 한다. 마스크에 글귀를 적어 표현 수단으로 삼거나, 행사에 참석한 인원이 같은 디자인으로 마스크를 꾸며 발랄한 통일감을 연출하는 식이다.

 

‘선생님, 감사합니다.’ 김수경(35·여)씨는 지난달 스승의 날 라벨 스티커와 네임펜을 활용해 유치원생 자녀의 마스크에 짧은 글귀와 그림을 덧붙였다. 마스크를 작은 편지지처럼 활용해 메시지를 전달한 것. 김씨는 “선생님도 무척 기뻐해주셔서 보람차고 즐거웠다”고 후기를 전했다.

결혼식장에서도 ‘마꾸’는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 4월 식을 올린 박미리(31·여)씨도 하객들이 마스크에 하트 스티커를 붙일 수 있도록 안내했다. 박씨는 “다들 선뜻 스티커를 붙이며 ‘이색적’이라는 반응을 보였다”며 “신부 대기실에서 지인들과 함께 촬영한 사진을 보면 확실히 분위기가 발랄해 보여 좋았다”고 말했다.

이달 결혼을 앞둔 예비 신부 김지원(31·여) 씨는 마스크에 붙일 수 있는 ‘빨간 하트 스티커’를 하객에게 제공키로 했다. 방역 수칙을 준수하면서 동시에 예식 분위기를 밝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찾은 것.

김씨는 “하트 스티커를 붙인 하객들을 바라보면 모두 한 마음으로 축복해주는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마꾸 열풍’에 대해 “코로나19로 인한 우울함을 극복하기 위해 젊은 세대가 주도하는 슬기로운 문화”라고 설명했다.

임 교수는 “마스크는 이제 옷을 입고 벗는 것처럼 아주 친근한 소재가 됐다”며 “개인 취향이 뚜렷한 젊은 세대가 작고 소소한 일상의 소재에서도 즐거움을 찾아내는 능력을 발휘한 것”이라고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구멍 날 경우 마스크 효능 떨어져...바늘 사용은 자제해야

한편 의학계 전문가들은 마스크 겉면에 스티커를 부착하는 정도는 가능하나 마스크를 꾸미는 과정에서 필터 훼손과 오염을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실과 바늘은 사용해 자수를 놓을 경우 마스크 겉면에 구멍이 생겨 바이러스가 들어갈 수 있다는 것.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조그만 스티커를 (마스크 겉면에) 붙이는 건 무방할 것 같다”면서도 “바늘을 사용해 꾸밀 경우 (마스크에) 구멍이 난다”고 설명했다. 이어 “구멍을 통해 바이러스가 들어갈 수 있어 마스크의 주 기능인 보호 작용이 어려워지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마스크를 쓰는 목적 중 하나는 혹시 갖고 있을지 모르는 바이러스를 남에게 옮기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며 “마스크 겉을 꾸민다고 해서 바이러스가 바깥으로 나가진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정 교수는 “필터가 훼손될 정도로 꾸민다면 (마스크의) 기능이 떨어진다”는 우려와 함께 “마스크를 얼굴에 밀착시켜 올바르게 착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스냅타임 윤민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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