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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후 19일된 망아지도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주왕산 인근 국립공원 앞에서 운영 중인 꽃마차의 사진이 공개되면서 동물 학대 논란이 일었다.

SNS에 공개된 사진 속에는 ‘당나귀 꽃마차’ 체험 요금표와 함께 말과 당나귀 3마리가 묶여있다. 그중 작은 안내판에는 ‘애기말’이란 글과 함께 나이가 불과 생후 19일이란 설명이 써 있다.

말의 이름과 나이, 고향을 적어 둔 화이트보드에는 '애기말'이란 글과 함께 나이가 19일이란 설명이 적혀 있다.(사진=독자제공)


꽃마차는 그간 동물 학대 논란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점차 운행이 줄어드는 추세지만 일부 해수욕장 등 관광지 인근에서는 여전히 운행되고 있다.

사진을 공개한 한이수씨는 “점점 더워지는 날씨에 어린 말까지 나와서 있는 것을 보면 너무 마음이 아프다”며 “꽃마차만 사라진다면 정말 바랄 게 없겠다”고 전했다.

해당 사진을 접한 누리꾼들 또한 “지금이 어느 때인데 마차 체험이 있냐”, “튼튼한 다리 두고 왜 동물학대를 하냐”, “저놈의 마차 지긋지긋하다” 등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2000원의 비용을 받는 ‘미니말·당나귀 얼굴 만져보기’ 체험에 대해선 '변태스럽기까지 하다'는 원색적인 표현도 나왔다.

누리꾼들은 주왕산 국립공원과 청송군청 등에 관련 민원을 쏟아내며 마차 운행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당나귀 꽃마차 체험 요금표에는 미니말 승마 체험과 얼굴 만져보기 등에 대한 요금이 안내돼 있다.(사진=독자제공)


 

"전형적 동물학대" vs "말은 원래 마차 끄는 동물"

마차에 대한 동물 학대 논란은 작금의 일만은 아니다.

지난 2006년부터 관광객들에게 인기를 끌었던 서울 청계천 관광마차는 학대 논란에 2012년 운행을 중단했다. 한국마사회의 ’마차 보급 사업‘도 동물 학대 등의 논란에 도입 2년 만인 2018년 중단됐다.

그런가 하면 2014년 경주에선 실제로 마부가 말을 심하게 학대해 입건되기도 했다.

동물 애호가 전재원(27)씨는 마차 운행을 두고 “동물을 앵벌이로 내세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 또한 지난해 여름 낙산해수욕장을 방문했다가 운행 중인 꽃마차를 보고 눈살을 찌푸린 경험이 있다.

전씨는 “지금은 이동 수단도 잘 발달돼 있는데 굳이 말을 타고 다녀야 하는 이유가 무엇이냐”며 “동물을 단순 돈벌이 수단과 유희 수단으로 쓰는 것 아닌가. 그 자체로 학대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평소 동물 체험 사업 중단에 목소리를 높여왔던 이윤지(28)씨는 “수요가 있으니 공급이 있는 것”이라며 “제발 마차 이용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이씨는 “일부 부모들이 말이 불쌍하지만 아이가 원해 마차를 이용했다고 말하는 이들을 보는데 과연 그게 좋은 교육법인지 의문이 든다"며 "아이에게 즐거움을 위해 한 생명을 이용하는 것은 잘못됐다는 걸 알려주는 게 옳은 부모의 자세 아니냐”고 꼬집었다.

반면 "말은 원래 마차를 끄는 동물이니 학대는 어불성설"이라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여기에 말의 쓸모가 사라지면 결국 도태되어 도축되는데 그보단 나은 방법이라는 의견도 있다.

이에 대해 동물권단체 '하이'의 조영수 대표는 “철저히 인간 중심적인 시각”이라고 일갈했다.

조 대표는 “해외 같은 경우엔 퇴역한 경주마는 요양을 보내거나 하는데 우리나라에는 말들이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이 없기 때문에 이들의 종착지는 결국 도축”이라며 “그 사이 최대한 이윤을 남기겠단 생각으로 노동을 더 시키는 건데 노동을 더 하고 도축되는 것이 더욱 고통스러운 것 아니냐. 이때문에 마차 산업이 유지되어야 한다는 건 말이 안된다”고 강조했다.

조 대표는 마차 운행이 동물 학대인 이유에 대해서도 조목조목 설명했다.

그는 "과거 운반 등 말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한 시기가 있었지만 지금은 즐거움과 쾌락을 위해 이용하는 것"이라며 "단순히 때리는 것만이 학대가 아니라 말에게 불필요한 고통을 주는 것이 학대"라고 밝혔다.

그는 “동물을 돈벌이로 이용하니 최소 비용을 들여 최대 효과를 내려 한다. 그러니 학대를 안 한다고 해도 인식하지 못할 뿐 학대는 필연적일 수밖에 없다”며 “마차 운행에 이용되는 말들은 보통 퇴역한 경주마인 경우가 많은데 노쇄한 말이 시멘트 바닥을 밟고 달리니 관절에 무리가 많이 가 퇴행성 관절염 등에 시달린다”고 말했다.

이어 "마차 무게만 해도 700~1000kg인데 사람까지 싣고 달린다. 여기에 비싼 편자(말굽에 대어 붙이는 ‘U’ 자 모양의 쇳조각) 관리는 제대로 해주지 않아 그 충격이 더 심하다”며 “시청각이 예민한 말들이 도로 소음 등을 통해 받는 정신적인 스트레스는 물론 매연 등으로 인해 호흡기 질환에도 시달린다. 여기에 노동 시간은 연중무휴”라고 덧붙였다.

조 대표는 또 “말들의 배변 때문에 도로에서 냄새가 난다는 민원이 잦아 기본적인 물과 음식도 주지 않는 경우도 많다”며 “현장에 가봐도 건초더미를 발견한 적은 없다. 유일한 먹이라곤 영리목적인 당근뿐인데 이마저도 시민들의 동정심을 유발하는 수단”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며칠 전 일산에서 마차 운행을 목격했다는 조가비씨는 “마차 두 대에 말은 두 마리였는데 말들이 매우 말라 있었다”며 “(마부가) 먹이를 주는 것은 따로 보지 못했고 주변에도 (건초더미는 없고) 먹이 주는 체험에 사용되는 당근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일산에서 운행 중인 꽃마차.(사진=독자제공)


 

관련 규정 미비...해외선 전기차 운행으로 대체

이처럼 논란이 지속되고 있지만 현행법상 꽃마차 사업을 제지할 법적 근거는 없다.

꽃마차는 도로교통법 제2조(정의)에 따라 ’우마‘로 분류되어 운영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즉 꽃마차 영업은 인허가 사항이 아니라 영업 자체를 제한하는 것은 어려운 것.

주왕산 국립공원 관계자는 "현재 민원이 제기되고 있는 마차 운행은 공원 외에서 하는 거라 공원측에서 직접적으로 할 수 있는 조치는 없다"며 "이에 지자체측에 관련 내용을 통보하고 요청은 했다. 다만 지자체측에서도 마차 영업은 허가 사항이 아니라 현재 규제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 세금 체납 등 쪽으로 살펴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국민신문고에도 마차 체험과 관련한 민원이 다수 올라와 있지만 이 같은 내용만 반복적으로 안내하고 있다.

이에 대해 조 대표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현재 해외에서는 마차 운행이 사양산업으로 접어들고 있다.

조 대표는 “해외에서는 도시 자체에서 마차 산업을 내걸고 운행하는 곳이 많았는데 미국 시카고와 미시시피, 뉴저지, 플로리다는 물론 캐나다 몬트리올시 등 많은 도시에서 말 산업을 금지하고 있다”며 “대신 전기차를 운행하고 마부들이 전기차 운전자로 직업을 바꿀 수 있게 돕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관련법이 없다보니 사실상 무법지대에서 운영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해외사례를 참고한 뒤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정부의 의지가 시민의식만큼만 따라와 줬으면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조 대표는 “시민의식도 중요하다”며 “최근 동물학대 가해자 연령층도 청소년들로 낮아졌는데 적어도 내가 하는 행동이 누군가에게 고통을 준다는 것을 되새기고 행동해야 한다. 전반적으로 생명존중에 대한 교육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무엇보다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마차 운행은 근절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대표는 "말이 스트레스를 받고 몸이 고통스러우면 돌발 상황이 있을 수 있다"며 "마차 운행은 교통안전에도 좋지 않다"고 언급했다.

 

/스냅타임 심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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