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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 이름은 다른데 메뉴‧가격은 모두 똑같은 이유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배달의민족'(이하 배민)과 '요기요'에 서울 강남구 역삼동 지역 ‘OO식당’이라는 이름으로 업체 수십 개가 신규 입점했다"며 "스크롤을 내려도 똑같은 메뉴 파는 곳들뿐“이라는 내용의 게시글이 올라왔다.

모든 식당의 최소주문금액은 7900원. 식당의 이름은 모두 달랐지만 판매 중인 메뉴는 대부분 동일했다. 김치찌개나 보리밥 등 한식 가정식을 전문으로 판매 중인 곳이었다. 

이를 본 누리꾼들은 공분했다. 이름만 다를 뿐 수십개의 식당이 모두 하나의 업체가 운영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이같은 운영방식이 불법은 아니지만 소비자 선택권을 제한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배달앱 내 같은 가격과 같은 이름으로 등록된 메뉴들. 하지만 식당은 각각 다른 업장으로 등록돼있다. (사진=배달의민족 갈무리, 김세은 기자)


 

한 주소지에 등록된 식당 90개?

실제로 배달 앱에서 서울시 강남구 역삼동과 삼성동 일대로 주소를 설정한 후 논란이 된 식당들을 앱에 검색해봤다. 빠른 배달이 가능한 음식점 목록을 '기본순'으로 정리한 결과다.

모두 사업자 정보에 등록된 대표명이 같은 것으로 확인됐다. 적시된 사업자주소 역시 역삼동 내 위치한 오피스텔 지하층으로 모두 동일했다.

식당들의 '상호명'은 실제 앱에 등록된 업체명 'OO식당'이 아닌 ‘A사 N호점’ 형태로 표기됐다. 2호점부터 34호점, 74호점까지 다양했다. 그러나 각 식당의 사업자 번호는 모두 달랐다. 결국 모든 식당이 개별 사업자로 등록한 것.

한 취업포털사이트의 기업 정보에 따르면 A사는 직원 30여명 규모의 '간이음식 포장판매 전문점'으로 분류된 중소기업이다. A사는 취업포털사이트를 통해 조리원과 사무직원 등을 구인 중이었다.

인력모집공고에는 A사의 주소뿐만 아니라 면접 장소로 활용할 B 사업장의 주소도 표기돼있었다. B 사업장 역시 역삼동 내 있었다.

취업포털사이트는 B 사업장을 ‘한식 일반 음식점업’으로 표기했다. B 사업장 인근 업장에 문의한 결과 "B 업장은 평소 손님이 드나들지 않는 배달 전문 식당"이라는 답변을 받을 수 있었다.

A사 대표 이모씨는 "현재 공유주방을 통해 90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모든 식당의 메뉴가 100% 똑같은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불법 아니지만"...경쟁 막을까 우려

A사와 같은 형태의 운영방식은 법적인 문제는 없다.

역삼세무서 관계자는 "법인이든 개인이든 사업자 한 명이 할 수 있는 사업자 등록 개수에 제한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사실 사업자 역량만 된다면 업장 몇 개를 소유하든 관계가 없다"며 "불법으로 사업자 등록을 한 게 아니라면 사업자 입장에선 (업장이 많이 소유할 수록) 다다익선일 수 있다"고 전했다.

사업자등록번호가 다른 여러 개의 업장이 같은 주소에 등록된 것도 위법이 아니다.

실제로 월세 부담을 줄이는 등의 장점이 있는 ‘샵인샵(shop in shop)’ 형태의 사업방식이 자영업자들 내에서 인기를 끌기도 했다. 샵인샵이란 직역한 그대로 ‘매장 내 매장’이라는 뜻이다. 하나의 매장에서 한 가지의 품목만이 아니라 여러 가지 품목을 취급할 수 있는 것.

실제로 창업자와 자영업자들이 경영 관련 정보를 주고받는 한 포털사이트의 카페 ‘아프니까 사장이다’에는 올해에만 약 640건의 ‘샵인샵’ 관련 게시물이 게재됐다.

샵인샵 운영은 기존 상점을 운영하던 주인이 매장 일부를 임차 내주어 타인과 함께 사업을 하거나 주인 한 명이 여러 사업을 운영하는 경우로 나눌 수 있다. 편의점 내 운영되는 세탁소나 동물병원과 함께 운영되는 애견미용실 등이 대표적인 예다.

다만 세무당국에서도 서 관계자는 등록된 업체가 80개에 달하는 것은 매우 특이하다며 의문을 표했다. 그는 "현재 표면상 위법행위로 추정되진 않는다"며 "공유주방 형태로 운영할 가능성이 크지만 모든 업장의 메뉴가 같은 점은 의아하다"고 전했다.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도 "(A사와 같은 운영방식은) 오픈마켓 등에도 빈번하게 등장하는 영업 방식"이라며 "(한 사업자가) 등록한 업체 모두 등록비를 내고 운영상 탈세의 정황이 없다면 공정위 차원에서는 해당 업체에 제재를 가할 방법은 따로 없다"고 전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소비자의 '선택'의 권리 침해해선 안 돼

다만 소비자들은 한 회사가 같은 메뉴를 판매하는 여러 개의 식당을 운영하는 게 소비자 선택권을 제한할 수 있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배달 앱 등에서 업체 리스트를 정렬하면 동일 회사가 운영하는 식당만 줄지어 있어서다.

평소 배달음식앱을 즐겨 사용한다는 박태호(25세, 남) 씨는 "음식의 질과 맛 등에 대한 평가는 소비자가 언제든 내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아무리 양(식당의 개수)로 승부를 보는 곳이라 해도 언젠가는 소비자들의 평가가 반영되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한 업체가 하나의 메뉴의 가격을 동일하게 책정할 때 발생할 '가격 담합'에 대한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그는 "가격 담합은 온전히 소비자의 피해"라며 "지역 내 맛 경쟁에 따른 선순환도 힘들어질 수 있다. 개인 단위의 신규 음식점은 입점한다고 하더라도 피해를 볼 수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소비자의 권리 중에는 '선택의 권리'와 '알 권리'가 있다. 특히 선택의 권리가 살아있는 시장이 가장 좋은 형태"라고 지적했다"며 "공정위의 존재도 소비자의 선택의 권리를 충족시키기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소비자가 배달앱을 켜서 주문할 식당을 선택하는 것은 긴 시간이 소요되진 않는다"면서 "그 시간 내에 소비자가 시장 내 어떤 사업자가 있는지 충분히 볼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같은 메뉴를 판매하고 이름만 다른 식당 여러개가 타 업장들로 하여금 소비자들에게 노출되는 것을 막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 경우  A사의 운영방식은 소비자 선택의 권리를 침해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이 교수 주장이다.

그는 플랫폼사업자인 배달 앱 회사의 올바른 역할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 교수는 "플랫폼사업, 특히 배달앱 같은 경우 소비자 권리와 관련한 문제 외에도 독·과점이 발생하기 쉬운 시장이기도 하다"며 "플랫폼 사업자가 플랫폼 내에서의 활동을 제대로 감시하고 제재할 필요가 있다. 플랫폼 사업자는 소비자에게 다양한 선택지를 보여주는 제공자이자 소비자 권리 침해 행위를 막는 중재자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냅타임 김세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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