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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세권 청년주택정책 권한 서울시→자치구... 청년들 우려↑

서울시가 역세권 청년주택의 초기 업무 권한을 각 자치구로 보낸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청년들 사이에서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동안 역세권 청년주택은 지역 주민들의 반발에 건립 이후에도 난항을 겪어왔는데 업무 권한이 구청으로 넘어가면 사실상 중단이나 다름없다는 우려에서다.

임만균 서울시의원(더불어민주당)은 지난 22일 열린 제301회 정례회 주택건축본부 안건심사 및 업무보고에서 "서울시가 일정 규모 이하의 역세권 청년주택의 초기 검토 권한을 자치구에 이양하는 것은 스스로 청년 주거사다리를 걷어차는 무책임한 행동”이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나아가 일각에서는 애초에 역세권 청년주택의 실효성이 없다는 회의적인 시각도 내비치고 있다.

지난 2월 입주를 시작한 서울시 청년주택 제1호 사업인 용산구 한강로2가 용산 베르디움 프렌즈아파트. 베르디움 프렌즈는 역대 최대규모의 역세권 청년주택으로 건축 규모는 지하 7층, 지상 35∼37층(2개동), 용적률은 961.97%에 달하며 공동주택 1086세대와 커뮤니티시설, 구립 어린이집, 작은 도서관이 함께 조성됐다.(사진=이데일리 김태형 기자)


지난 20일 매일경제는 서울시가 최근 역세권 청년주택 사업 제안서를 자치구에서 사전 검토하는 방향으로 업무 방침을 정했다고 보도했다. 현재 시가 쥐고 있는 행정권을 각 구청으로 넘기는 것이다.

서울시가 이 같은 검토를 시작한 건 그간 관련 민원에 시달려왔던 자치구에서 해당 권한을 넘겨 달라고 요청하면서다.

올해 초 서울시구청장협의회는 역세권 청년주택 건립시 주민설명회를 의무화하고 시의원이 참여하도록 하는 등 관련 기준을 개정해달라고 건의하기도 했다.

 

가뜩이나 집값 비싼데”...청년들 비판 목소리

역세권 청년주택은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청년 주거난 해소를 위해 2016년 도입한 대표적인 박원순표 청년정책 중 하나다. 주요 지하철역 출구 주변에 청년 세대를 위한 주거 공간을 조성, 청년들의 최소한의 주거 안정을 도모한다는 취지로 시작됐다.

입주 대상자는 만 19~39세 대학생·청년·신혼부부다. 역세권 청년주택에 입주할 경우 주변 시세보다 저렴한 임대료에 양질의 주거환경을 누릴 수 있다.

그러나 최근 역세권 청년주택 사업에 차질이 생길 것이란 소식이 전해지면서 청년들은 불만의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역세권 인근에 집을 구하려면 주거비 부담이 상당한데 해당 사업이 중단되면 청년들은 또다시 열악한 주거환경으로 밀려날 뿐만 아니라 결국 내 집 마련도 요원해진다는 게 이들 불만의 요지다.

박진수(28·남)씨는 “주민들은 집값이 떨어질까 봐 청년주택이 들어오는 걸 싫어하는데 초기 업무를 구청에서 보면 민원 때문에 진행이 될 수 있겠느냐”며 “가뜩이나 힘든 저축이 더 힘들어질 것 같다. 앞으로 청년들이 자력으로 위치 좋고 깔끔한 집을 구하는 건 더 어려워질 것 같다”고 토로했다.

즉 주민들의 민원에 직접적으로 노출되는 구청이 주민들의 반대 의견을 무릅쓰고 청년주택 건립을 추진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 같다는 의견이다.

실제로 역세권 청년주택을 둘러싼 인근 주민들의 시선은 곱지 않은 상황이다.

일례로 지난 4월 동작구청 홈페이지 민원게시판에는 청년주택을 비판하는 글이 올라와 논란이 일기도 했다. 해당 민원인은 “수십 년간 (개발을) 참아온 지역 주민들이 누려야 할 혜택을 왜 알 수 없는 청년들이 로또 맞듯이 서울 한복판 초역세권에 사는 혜택을 누려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이 밖에도 △조망권 침해 △일조권 침해 △사생활 침해 △주차난 가중 등에 대한 문제는 청년주택이 건립될 때마다 종종 불거지는 논란이다.

1000여 가구에 달하는 서울 최대 규모의 청년주택 '용산 베르디움 프렌즈아파트' 입주가 시작된 지난 2월 15일 오전 한 시민이 아파트 앞을 지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대학가의 대면수업이 확대되면서 역세권 청년주택 신청을 고려하고 있었다는 김수민(24·여)씨도 이번 소식이 반갑지 않은 건 마찬가지다.

김씨는 “수중에 있는 돈에 맞춰 학교와 가까운 곳에 집을 구하려면 아무래도 치안도 좀 좋지 않고 공간도 열악한 곳으로 갈 수밖에 없다”며 “이 때문에 휴학 전에는 보증금이나 월세가 비교적 높은 곳에서 살았었는데 아르바이트를 많이 하다 보니 학업에 집중할 수 없어 한 학기 만에 방을 뺐다. 복학할 땐 역세권 청년주택에 신청하려고 했는데 당황스럽다”고 하소연했다.

 

잘못된 것 바로잡는 일이란 의견도

반대로 애초에 이 같은 사업을 주민들의 의견 반영 없이 막무가내로 밀어붙인 게 문제라는 의견도 나왔다.

이현준(30대·남)씨는 “청년주택이 들어오면 소음이나 교통 문제 등으로 가장 영향을 받는 건 인근 지역 주민들인데 이걸 시에서 강제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며 “구청에서 충분히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사업을 진행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그런가 하면 애초에 청년주택은 청년 주거난을 해결하기 위한 마땅한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다. 청년주택이 주변 시세에 비해 저렴하지도 않을뿐더러 공간이 크지도 않다는 것이다.

노량진 인근 청년주택 입주를 알아봤다가 비싼 임대료에 신청을 포기했다는 민모(24·여)씨는 "보증금이 약 6000만원 정도에 월세가 40만~50만원정도 했는데 민간주택과 비교해봐도 부담스러운 가격이었다"며 "이름만 청년주택이라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이때문에 등촌동 청년주택과 서교동 청년주택 등 일부 청년주택들은 '금수저 주택'이란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한편 이번 논란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원점에서 재검토 중"이라며 "조만간 확정된 내용에 대해서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스냅타임 심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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