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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오스크 접근성 제고? 비용 아닌 투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 속 도입이 늘어난 키오스크(kiosk·무인단말기)의 접근성을 제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각양각색의 화면 구성과 불친절한 조작 방법으로 연령대를 막론하고 크고 작은 불편을 겪고 있어서다.

이에 대해 “인간을 돕기 위한 기술이 오히려 인간을 소외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기 이용에 실패한 이들이 느끼는 좌절감 또한 추가적인 피해로 꼽힌다.

특히 장애인·고령층 등 사회적 약자의 접근성에 대한 고려가 부족했다는 비판이 나오면서 최근 정부는 시민 의견을 수렴하는 등 개선 작업에 나섰다.

 

(사진=뉴시스)


 

자전거 대여소·셀프주유소·음식점 등 일상 곳곳서 불편함 발생

키오스크를 이용하며 불편함을 겪은 경험은 전 국민적 공감대가 됐다.

최저임금 인상과 비대면 결제 서비스 확대로 인해 주문 및 결제가 가능한 키오스크를 도입한 매장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경기 고양시에 거주하는 김도형(26·남)씨는 "공공자전거 대여에 어려움을 겪는 노인들을 도운 경험이 있다"며 "휴대전화 번호를 키오스크에 입력하고 소액결제에 동의하는 등 일련의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고령층이 혼자 이용하기는 힘들어 보였다"고 전했다.

충북 괴산군에 거주하는 장모(53·여)씨는 "키오스크가 설치된 셀프주유소를 처음 이용할 때 유종과 주유량을 선택하는 과정이 다소 복잡하게 느껴졌다"며 "직원이 상주하고 있다곤 하지만 즉각적인 도움을 받기 어려워 소외감이 들었다"고 말했다.

전자기기 사용에 익숙한 청년층도 키오스크가 마냥 편하지만은 않다고 전했다. 화면 구성이 불편하고 반응속도가 느리다는 것.

서울 서대문구에 사는 이왕근(25·남)씨는 "한 일식집을 방문했는데 크지 않은 키오스크 화면에 메뉴가 20개가량 빽빽하게 나와 있어 알아보기 힘들었다"며 "음료수를 변경할 때 한 번, 결제 수단을 잘못 선택했을 때 또 한 번 초기 화면으로 되돌아가 (이용이) 굉장히 불편하다고 느꼈다"며 답답한 심정을 드러냈다.

사용자 인터페이스(UI)를 연구하는 최종훈 이화여대 디자인학부 교수는 "키오스크는 하나의 화면에서 수많은 메뉴를 검색해야 하므로 여러 페이지로 구성된 다층적 UI 구성을 보인다"며 "(선택을 위해) 수차례 화면을 전환하다 보면 앞 페이지에서 봤던 메뉴를 기억하지 못하거나 전체 구조 속에서 현재 위치를 잃어버리는 등 어려움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과기정통부, 불편사례 수집 위해 시민참여 온라인 운동 진행

최근 정부는 국민들의 불편을 인지하고 이를 해소하기 위한 노력에 나섰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는 오는 30일까지 시민 참여형 온라인 캠페인을 진행한다. 무인단말기 정보접근성을 개선하기 위한 아이디어를 모으기 위해서다. 정보접근성을 보장한 무인단말기에 붙일 새 이름도 함께 공모한다. 지난 16일에는 학계 전문가·장애인 및 고령층 사용자·무인단말기 개발업체가 참여한 학술회의를 열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우선구매 제도 시행과 정보문화의 달(6월)이 겹치며 (키오스크 접근성 개선 논의의) 물꼬를 터 보자는 의미에서 여러 활동을 추진하고 있다”며 “시민 참여를 기반으로 아이디어를 모은 후 전문가·관계부처 등과 협력하며 정책을 구체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우선구매 제도'란 정보접근성을 보장한 키오스크 등 지능정보제품을 국가기관이 우선적으로 구매하도록 촉진하는 제도를 말한다. 이같은 내용을 담은 '지능정보화기본법' 시행령 개정안은 지난 8일 국무회의를 통과해 10일부터 시행됐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전문가 공공뿐만 아니라 민간 설치 키오스크도 접근성 개선해야

전문가들은 법과 제도 개선을 비롯해 UI 연구개발과 정부의 예산 지원 등 다양한 방면에서 동시다발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홍경순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수석연구원은 키오스크 접근성 개선을 위한 과제로 △공공뿐 아니라 민간 분야도 포괄하는 법·제도 마련 △사용자 편의성을 고려한 UI 연구개발 △영세 사업자 및 개발업체 예산 지원 △장애인·고령층에 대한 인식 제고 등 4개 항목을 꼽았다.

지능정보화기본법과 공공 단말기 접근성 가이드라인(국가표준) 등 키오스크 관련 법령과 표준안이 마련돼 있지만 이는 공공기관에 한정된 조치라는 것.

무인화기기 장애인 접근성 제고를 의무로 규정한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장애인차별금지법)’ 개정안이 지난 4월 보건복지위원회 심사를 통과해 본회의 심의를 앞두고 있지만 유예 기간 등을 고려하면 실제 민간에서 장애인 접근성을 높인 키오스크를 볼 수 있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홍 연구원은 특히 “장애인과 고령층도 ‘고객’으로 인식해야 한다”며 “이들을 위해 키오스크 접근성을 개선하는 것을 비용 발생이 아닌 (잠재 고객을 고려한) 투자로 여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종훈 교수는 “키오스크가 설치되기 전 식당에서는 종이 메뉴판을 통해, 카페나 패스트푸드점은 넓은 전광판을 통해 모든 종류의 제품을 한눈에 훑어보고 쉽게 고를 수 있었다”며 “소비자들이 과거부터 해당 종류의 상품을 고르고 구매했던 익숙한 경험을 (키오스크 UI 디자인에) 최대한 반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성일 성균관대 시스템경영공학과 교수는 장애인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장애 유형에 따라 시선의 높이가 달라지므로) 키오스크의 높이 조절 문제와 시각장애인을 위한 음성 안내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스냅타임 윤민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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