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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차별금지법, 외국에 유례없는 금지 내용까지 담고 있다?

차별금지법, 외국에 유례없는 금지 내용까지 담고 있다? '절반의 사실'
英·美 등 해외 선진국에는 '학력 및 고용형태' 사안 없는 것 사실
다만 해외 법안의 경우 포괄적으로 다루는 경향 有, 문화적 차이 고려해야
'대졸 공채' 등 차별시비 붙을 것이라는 내용에는 전문가들 의견 분분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성소수자차별연대 무지개행동 소속 회원들이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0.7.30/뉴스1

지난달 22일 “국회 국민동의청원에서 10만 명 동의를 얻어 법제사법위원회에 자동 회부된 두 건의 이른바 ‘차별금지법’이 모두 외국에는 유례가 없는 광범위한 차별금지 내용을 담고 있다”며 “실제 입법이 될 경우 적잖은 혼란과 마찰을 야기할 것으로 보인다”는 한 언론보도가 나왔다.

기사에서는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각각 대표 발의한 법안에는 성별, 종교 등 외에 학력이나 고용형태로 인한 차별금지 규정까지 포함되어 있다”며 “차별금지법을 도입한 나라들이 적지 않지만 성별·종교 등 제한적 영역에서 차별을 금지할 뿐, 이처럼 광범위한 차별금지를 하는 경우는 없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차별금지법이 통과되면 채용·승진·임금 등에서 학력에 따른 차등화가 불가능해진다”며 “대졸 공채 시 학사 학위 소지자로 제한하는 것, 학사와 석·박사 간 연봉 차이 등도 차별 시비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소위 포괄적 차별금지법과 관련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현재 진행중인 입법을 예고하는 국회입법예고 홈페이지에는 이러한 차별금지법이 ‘역차별법’이라며 반대한다는 글이 하루에도 수백건씩 올라오는 상황이다.

이에 실제로 ‘우리나라의 차별금지법이 외국에 유례없는 금지 내용까지 담고 있다’는 것이 사실인지 확인해보았다. 또한 기사 내용처럼 ‘차별금지법이 시행되면 대졸 공채 등에서 차별 시비가 이루어질 것인지’ 팩트체크 해보았다.

지난해 7월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성소수자차별연대 무지개행동 소속 회원들이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차별금지법, 외국에 유례없는 금지 내용까지 담고 있다?→ ‘절반의 사실’

우선 차별금지법이란 지난해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차별금지법안’과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평등에 관한 법률안’ 두 가지를 이야기할 수 있다.

두 개의 법안 모두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종교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헌법 11조제1항을 바탕으로 한다.

이에 ‘성별, 장애, 나이, 언어, 출신국가, 출신민족, 인종, 피부색, 병력, 혼인여부, 임신 또는 출산, 종교, 정치 의견 등’에 의한 차별을 금지한다.

이때 몇 언론이 지적하는 부분은 ‘학력, 고용형태’ 등의 지나치게 포괄적인 부분까지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미 시행 중인 해외 사례를 살펴보았을 때 이러한 부분까지 포함된 사례는 없다는 것.

우리나라 이전에 해외에서 이른바 ‘차별금지법’을 운영하고 있는 나라는 영국, 미국, 유럽연합(EU), 캐나다, 뉴질랜드 등이 있다. 이에 대표적으로 위 5가지 나라의 차별금지법에서 ‘학력, 고용형태’ 등의 조항이 포함되어 있는지를 확인해보았다.

우선 영국은 지난 2010년부터 평등법(Equality Act)을 시행하고 있다.

평등법은 이전에 존재하던 ‘인종관계법'(Race Relations Act), ‘성차별법'(Sex Discrimination Act), ‘장애인차별법'(Disability Discrimination Act) 등을 통합한 것이다. 이때 이 법에서는 ‘연령, 장애, 성전환, 혼인과 생활동반(동거 등) 여부, 임신과 출산, 인종, 종교와 신념, 성별, 성적 지향’의 9가지 특성을 차별로부터 보호받는 특성으로 규정한다. 이에 따라 일과 교육 등에서의 차별을 금지한다.

미국은 주(州)에 따라 다르지만 연방법인 1964년 민권법 제7장(Title VII of the Civil Rights Act of 1964)을 통해 ‘인종, 피부색, 종교, 성별 및 국적’에 따른 고용 차별로부터 직원과 구직자를 보호하고 있다.

이에 따라 채용·선발·해고 과정에서 이러한 차별을 겪으면 안된다. 또한 1866년 시민권리법(Civil Rights Act)을 제정한 이래로 교육수정법 제9장(Title IX of Education Amendments), 연령차별법(Age Discrimination Act), 장애인법(Americans with Disabilities Act) 등을 통해 ‘연령, 장애’ 등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고 있다.

반면 바이든 정부는 선거 공약에 따라 평등법(Equality Act) 제정을 추진 중이다.

바이든 정부의 평등법은 성적 지향 및 성 정체성에 따라 고용·주택·공공 편의시설·교육 등의 측면에서 차별 받지 않도록 하는 법안이라 할 수 있다. 이때 LGBT(성소수자) 차별에 대한 보호를 연방 민권법에 포함시켜 성별, 성적 지향, 성 정체성 등에 따른 차별을 금지하고자 한다.

평등법 제정뿐만 아니라 유색 인종, 여성, 장애인을 위한 주요 시민권법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이는 지난 2월 데이비드 시실린(David Cicilline) 하원 의원이 발의해 하원을 통과하는 등 평등 관련 법 보완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백악관 홈페이지에는 ‘평등법은 성소수자를 포함하여 유색인종, 여성 등을 위한 공공시설 편의를 확대하고 시민권 보호를 강화하고자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출처=미국 백악관 홈페이지 갈무리)

EU에서는 유럽 연합 기본권 헌장(Charter of Fundamental Rights of the European Union)을 통해 유럽연합 및 시민, 거주민의 정치·경제·사회적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특히 EU는 가입 조건으로 차별금지법 제정을 요구해 ‘성별, 성적 지향, 장애’ 등에 따른 기본적인 인권을 보호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EU 기본권 헌장은 7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때 제2장 자유에서는 ‘혼인과 가족구성권, 사상 및 표현의 자유’ 등을 보장하고 있다. 또한 제3장 평등에서는 법 앞에서의 평등과 차별금지에 더불어 ‘성평등, 아동 및 노인의 권리’ 등을 보장하고 있다. 이외에도 다수의 장에서 ‘노동권, 환경권, 선거권과 피선거권’ 등을 보장하고 있지만 ‘학력 및 고용형태’에 대한 차별금지 법안은 살펴보기 어려웠다.

캐나다의 경우 차별금지법이 모범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국가 중 하나로 손꼽힌다.

캐나다의 인권법(Human Rights Act)은 “모든 개인이 다른 개인과 동등하게 자신의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기회를 가져야한다”는 원칙에 의거, ‘인종, 국적 또는 민족적 출신, 피부색, 종교, 성적 취향, 결혼 여부, 가족 상태, 유전적 특성, 사면이 승인되었거나 기록 정지 명령이 내려진 범죄에 대한 유죄 판결, 장애’ 등에 대한 차별을 금지한다. 이에 고용·숙박·취업 등에서의 차별을 금지하며 동등한 임금 등을 보장한다.

뉴질랜드의 경우 ‘나이, 피부색, 윤리적 신념, 민족 또는 국적, 가족 상태, 결혼 여부, 정치적 견해, 종교적 신념, 성별, 성적 취향’ 등에서의 차별을 금지하는데 우리나라처럼 ‘고용 형태(Employment status)’에 대한 차별 금지가 포함된다.  이러한 ‘고용 형태’란 ‘근로 및 소득 등 사회 복지 혜택을 받고 있는 상태, 실업, 사고 보상’ 등에 해당하는 사람을 의미하며, 이에 따라 공적 생활 영역에서 고용 상태를 이유로 차별하는 것은 금지된다.

 

‘학력, 고용형태’ 포함한다 하여 ‘광범위한 입법’이라 보기 어려워

확인 결과 영국, 미국, 유럽연합(EU), 캐나다의 사례를 살펴보았을 때 대부분 ‘인종, 성별, 종교’ 등에 대한 차별을 규정할 뿐, ‘학력 및 고용형태’에 대한 사례는 찾기 어려웠다.

다만 우리나라의 차별금지법이 ‘학력, 고용형태’를 포함한다 하더라도 이를 광범위한 입법이라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 국가인권위원회의 설명이다.

국가인권위원회는 홈페이지를 통해 ‘차별의 사유가 외국의 입법례에 비해 과도하지 않나’는 질문에 대해 “외국의 주요입법례를 보면 차별 사유가 대략 5~14개 정도이지만 권고법안에서 구체적으로 열거한 사유를 포괄적으로 다루는 경향이 있다“고 답하고 있다. 예를 들어 성별에는 임신 및 출산을, 장애에는 병력을 포괄하고 있다는 것. 따라서 이러한 점을 고려하면 권고법안이 외국 입법례에 비해 과도하게 넓다기보다는 외국 입법례의 사유를 보다 구체화했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또한 국가인권위는 “차별은 특정한 사유나 영역에 한정되어 있지 않고 광범위하게 발생하고 있다”며 “이들이 연속선상에 놓여 복합적인 형태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이를 포괄적으로 다룰 필요가 있다“고 명시했다. 예를 들어 임신한 여성 장애인에게는 성별, 장애, 혼인 여부, 임신 및 출산 등의 사유가 연결되어 다양한 종류의 차별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 이에 따라 새롭게 가시화되고 있는 차별에 대해서도 보다 적극적인 대응이 요구된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각 국가 간 존재하는 문화적 차이 역시 고려해야 하는 부분 중 하나이다.

다른 나라와 달리 ‘학력’을 차별금지법에 규정한 것에는 우리나라의 학력주의가 그만큼 외국보다 심하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실제로 지난 2014년 이루어진 설문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10명 중 8명은 “학력이 인생을 결정한다”고 여기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학력은 좋은 일자리, 좋은 임금, 행복한 결혼 생활 등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

특히나 ‘우리 사회에서 대학을 나오지 않아도 충분히 성공할 수 있는지’에 대한 물음에는 ‘그렇지 않다’고 답한 이들이 64.4%였고, ‘우리 사회에서 사람대접 받으려면 대학을 나와야 한다’는 물음에는 85.7%가 긍정적으로 답했다.

지난 2019년 고용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고졸자와 대졸자의 월 평균 임금차이는 141만원이다. 또한 중소기업에서의 대졸 이상 노동자 평균 임금을 100으로 보았을 때 고졸 이하 노동자 임금 수준은 59.2로 절반 수준을 기록했다. 500인 이상 사업체에서는 70.2%로 큰 격차를 보였다.

 

차별금지법 시행되면 ‘대졸 공채’ 등 차별 시비가 이루어질 것이다? → ‘절반의 사실’

앞서 언론 보도에서는 차별금지법이 시행되면 대졸 공채나 학사와 석박사 간 연봉 차이도 차별 시비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에 실제로 차별 시비가 붙을 가능성이 있는지 전문가에게 자문을 구했다.

우선 법률사무소 마에스트로 김보겸 변호사는 “현재 차별금지법과 평등법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 생활 등 모든 영역에서의 학력상 차별을 금지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고 있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특히나 두 법안 모두 정의조항에서 차별의 금지 대상이 되는 ‘학력’에 대해 고등교육법에서 정한 교육기관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대학’에서 취득한 학위로 인한 차별은 규제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

또한 차별금지법과 평등법 모두 차별 금지 사항들에 대해 ‘합리적인 이유 없는 차별을 금지’하거나 ‘정당한 이유 없는 차별을 금지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김 변호사는 “(대졸 공채 등) 전공과 관련없는 업무 수행자들을 학력에 의해 차등적으로 연봉을 지급하는 것은 ‘합리적인(혹은 정당한) 이유’에 해당된다는 증명이 쉽지 않아 많은 분쟁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러한 증명은 법 체계상 고용의 의무가 존재하는 대학 및 기업체에 증명의 책임이 있어 보이기에 논란의 여지가 있을 것이라는 점. 이에 따라 “차등(혹은 차별)을 당하게 된 자가 자신이 받은 대우가 차별금지법에서 규정하는 차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는 경우 당연하게도 많은 사회적 논란이 있을 수 있다”고 답했다.

다만 앞서 기사에서 언급한 것처럼 ‘학사와 석·박사 간 존재하는 연봉 차이에 대해서도 차별 시비가 붙을 수 있다’는 것에 대해서는 “박사 학위취득 여부와 관련한 채용 및 연봉체계의 차등이 과연 위 ‘합리적인 이유’에 해당할 수 있는지에 대해 사회적 합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평등법 제5조에서는 차별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를 ‘특정 직무나 사업 수행의 성질상 불가피한 경우’ 등으로 규정하고 있다”며 “이에 따르면 박사 학위 소지자만을 교수로 임명하는 것은 대학 교육의 특성 상 불가피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단될 여지가 높아 이를 차별이라고 쉽게 단정지을 수는 없을 것이라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이동찬 더프렌즈 법률사무소 변호사도 “차별금지법은 굉장히 민감한 사안이기에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다”면서도 “우선 사회적 합의를 선행했는지가 중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우리 사회에서 서울대와 지방대 간 존재하는 ‘학벌’에서 오는 차별은 극복해야한다는 합의는 이미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사실 기회비용 측면 등에서 고졸과 대졸의 임금차를 ‘차별’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는 아직 부족한 편”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사회적 혼란이 있을 수 있다는 것.

또한 이 변호사는 ‘채용’ 측면에서는 “현재 블라인드 채용 등을 진행하면서 학력보다는 전문성으로 평가하는 경향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에 차별금지법이 시행되어 ‘학력’에 대한 제한이 없어지더라도 사회적 혼란이 크지는 않을 것”이라 답했다. 즉 차별금지법이 시행된다 하더라도 현재 입사 관행과 큰 차이가 없을 것이라는 예측이다.

반면 국제사회는 국내에서 ‘차별’을 규정할 수 있는 법안이 없는 것에 대해 염려를 표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 2007년 유엔(United Nations) 인종차별철폐위원회의 권고부터 2011년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 권고, 2015년 유엔 자유권위원회 권고 등 차별금지법을 제정토록 지속적인 권고를 받았다.

유엔 아동권리위원회는 지난 2019년 “2007년 이래 차별금지법안 제정이 진전을 보이지 않는 것을 우려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 양지혜 인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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