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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 외치는 MZ세대... 차별금지법 반대하는 이유는

최근 한 대학의 온라인 커뮤니티에 '차별금지법의 실체'를 이라는 제목의 글이 게시됐다. 이 글에는 박사와 대졸자(학사)의 연봉에 차이를 두면 불법이 될 수 있다는 기사내용을 캡처·첨부했다. 이 글에는 ‘나 대학 왜 왔냐’, ‘이러려고 동성애 팔았냐’ 등의 비난댓글이 이어졌다.

일부 청년층은 현재 정치권이 추진하고 있는 차별금지법과 평등법 제정에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과거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를 겪으면서 공정을 최우선 가치 중 하나로 주장했던 모습을 고려하면 의외라는 반응이다.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면서 MZ 세대 사이에서 차별금지법 또는 평등법에 대한 논란이 거세다. 하지만 법조계와 전문가들은 MZ세대 사이에서 퍼지는 차별금지법에 대한 오해가 사회분란을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면서 차별금지법 등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필요하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5월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더불어민주당·정의당·차별금지법제정연대가 기자회견을 열고 차별금지 평등법의 조속한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20대 "학력 차이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 공정은 아냐"

논란은 지난달 16일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평등에 관한 법률안’(평등법)이다.

정의당 장혜영 의원 등 10인이 제안한 차별금지법안이 나온 지 1년 만에 등장한 ‘민주당표’ 차별금지법이다.

공동발의 명단에 대선주자 박용진 의원이 이름을 올렸고, 이재명 경기지사 역시 차별금지법에 원칙적으로 찬성한다는 서면 입장을 표했다. 유력 대선주자들까지 이를 긍정적으로 언급하며 차별금지법은 14년 만에 최대 입법 동력을 얻었다.

더욱이 같은 달 22일 한 여론조사에서 차별금지법 제정에 찬성한다는 의견이 과반을 넘긴 66.5%를 기록하면서 입법에 탄력이 붙는 듯 했다.

하지만 해당 법 제정에 전폭적인 지지를 보낼 것 같았던 MZ세대의 반대에 부딪힌 것.

이는 MZ세대가 강조하는 ‘공정’의 가치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MZ세대에게 공정이란 능력주의에 기반한다.

MZ세대는 △학력 △고용 형태 △출신 국가 △전과 등 항목에 부당함을 느낀다. 차별금지법의 영역 역시 이들에게는 공정을 해칠 수 있는 요소다.

서울소재 대학에 재학중인 박지원(가명·24)씨는 "이 법안이 통과되면, 고용의 영역에서 학력 차이를 두지 않는 사회가 될 것 같다"라고 말했다. 차별금지법에서 정의하는 학력은 특정 교육기관의 졸업 및 이수여부로 소위 '학벌'을 포함한다.

교육부도 차별금지법과 관련해 차별의 종류 중 '학력'을 제외할 것을 검토해달라는 의견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와 법무부에 제출했다. 학력은 개인의 선택과 노력에 따라 상당 부분 성취의 정도가 달라진다는 점에서 합리적 차별 요소로 보는 경향이 강해서다.

'왜 차별금지법인가'의 저자 이주민 변호사는 "학력을 직무 수행을 위해 꼭 필요한 능력을 측정하기 위한 기준으로 사용하는 것과 직무 수행 능력과 무관함에도 학력을 기준으로 차별하는 것을 명확히 분리해서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변호사는 "전자는 교육부 주장대로 일정 부분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우리 사회에 후자에 해당하는 현상이 굉장히 폭넓게 존재한다는 것 역시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라며 "이런 이유때문에 차별금지법에서 학력에 관한 내용이 빠질 수는 없다고 본다"고 전했다.

법안을 발의한 이상민 의원 역시 본지와의 전화 통화에서 "(평등법은) 사회상규와 보편규칙에 따를 것"이라면서 "법률안의 중심은 모든 차별을 단선적으로 금지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존엄성을 해할 정도의 불합리하고 부당한 차별을 금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연구직 채용의 예시를 들면서 "박사학위를 필요로 하는 것이 업무 특성상 당연한 상식적이다"라며 사회 보편기준이 허용하는 차별을 금지하는 법률안이 아니라는 것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사진=이상민 의원실)


"결국 옥상옥.. 대체 법안 이미 있어" vs "일반법 역할 필요"

평등법은 생활의 모든 영역에서 성별·장애·출신 국가·성적지향·학력 등 21가지 사유에 따른 차별을 금지하고 있다.

고용·교육·재화 및 용역의 공급이나 이용·행정 서비스로 차별 금지 영역을 제한한 정 의원의 차별금지법과는 다르게 이 의원의 평등법은 '인공지능 등 디지털 기술 등에 대한 영역'을 포함한 모든 영역에서의 차별을 금한다.

박씨는 "성 소수자들의 인권과 성 평등은 중요한 사회 이슈"라면서도 "왜 차별금지법에 고용 형태, 사회적 신분 그리고 출신 국가까지 포함하는지, 왜 모든 생활의 영역에 해당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라며 "차이를 둬야 하는 영역은 존재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해당 법안의 '학력에 근거하여 교육에 차별을 두면 안 된다 조항은 반대로 농어촌전형 역시 '차별'이라고 해석할 여지에 대한 우려 또한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퍼지고 있다. 이러한 해석은 오히려 평등법이 추구하는 방향과는 다른 역효과를 일으키는 것은 아닌지를 지적한다.

취업준비생 서지혜(가명·26) 씨는 "(평등법)은 구색 맞추기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현재 양성평등법 등 기존 법안도 잘 지켜지지 않는데 추가로 이런 모호한 법을 만들어서 달라지는 건 없을 것 같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전문가들은 이런 주장이 평등법이 특별법이 아닌 일반법으로 역할을 한다는 것을 간과했다고 평가한다.

고등교육법을 포함한 교육관련법이나 소위 김영란법처럼 지역,사람, 사물, 사항을 특정해서 적용하는 특별법과 달리 일반법은 제한 없이 일반적으로 모두에게 적용한다. 특별법은 일반법 중 특수사항을 골라 특별히 취급하기 때문에 일반법보다 우선해서 적용한다.

이 변호사는 "한국 사회는 차별을 해소하기 위한 우대적인 제도가 이미 폭넓게 존재한다"며 "하기 때문에 차별금지법이 제정된다고 해서 기존의 이런 제도들이 폐기될 일은 없다”라고 말한다.

이 의원 역시 평등법이 일반법으로의 기능을 하기 위해 21가지의 이유 외에도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한 이유 없이’ ‘모든 영역에서‘의 차별을 금했다고 밝혔다. “실질적 평등을 구현하는 역할을 하는 일반법이 차별 사유와 영역을 배제하는 것은 오히려 입법적 차별로 말이 되지 않는다”라고 역설하며 평등법의 포괄성을 강조했다.

다만 이 의원 역시 법률안의 문구와 개념은 다듬을 필요성이 있다고 인정했다.

 

"어디까지가 차별이지?"... 모호한 차별 범위 보완 필요

박 씨는 "차별에 해당하지 않은 경우에 대한 조항 (평등법 제5조)가 너무 부실해서 과연 어떤 기준으로 차별과 차이를 구별 지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청한 A변호사는 "입법 과정 중에서 법안 내에 유추, 확대해석이 가능한 조항은 바뀔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A변호사는 "차별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를 정의하는 ‘특정 직무나 사업 수행의 성질상 불가피한 경우’ (평등법 제5조)는 이전 판례가 없어 상식이라는 모호한 기준에 근거하게 된다"며 "결국 현장에서 해석이 달라져 혼선이 우려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법은 추상적일 수밖에 없지만 ‘다른 법률의 규정에 따라 차별로 보지 아니하는 경우(평등법 제5조)’라는 조항은 명시적인 표현으로 고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시행령 단계에서 사회상규에 따른 구체적인 세칙과 상세조항이 마련될 것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또 심의과정에서 수정 보완 계획이 있다는 것을 밝혔다. 또 이런 구체적인 기준들은 법원 판례들에 의해서 기준이 축적될 것이라고 말했다.

차별금지법 분야 권위자인 홍관표 전남대 법학과 교수는 "해당 법안 자체로도 법 적용에 따른 불안 요소와 위험부담이 해결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하지만 예외 사유 적용범위를 법안에 구체적으로 규정해야 한다"며 "차별금지 적용 범위에 관한 사항을 국가인권위원회와 같은 독립기관에서 사회적 합의를 거쳐 결정토록 하는 근거규정을 마련해 법안을 보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스냅타임 박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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