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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범죄무대로 변질한 숙박업소... "숙박예약 앱 시스템 개선해야"

지난달 16일 인천시 부평구 한 모텔에서 지적장애 3급의 여고생에게 오물을 뿌리고 폭행한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은 같은달 28일 집단폭행에 가담한 10대 청소년을 구속했다.

이 사건의 가해자들은 여학생 3명과 남학생 2명 등 총 5명이며 경찰은 모텔 주인에 대해서도 미성년 남녀가 함께 모텔에 들어가게 된 경위를 조사 중이다.

최근 숙박업소 내에서 미성년자들의 범죄 행위가 잇따르면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숙박 애플리케이션(앱)을 이용해선 미성년자들도 손쉽게 숙박업소 예약을 할 수 있어 업주들은 숙박예약 앱에 성인인증시스템 도입 등 시스템 개선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현행 청소년보호법 악용하는 청소년들

이번 사건 소식이 전해지면서 숙박업주들은 깊은 한숨을 내쉬고 있다. 미성년자 투숙이 적발될 경우 가장 타격을 입는 건 숙박업주이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에는 숙박업소가 청소년들의 범행 장소로 자주 이용되면서 이들의 고민은 더 커지고 있다.

법적으로 동성 청소년들의 숙박은 문제가 되지 않아 동성 청소년의 투숙은 받아주고 있다. 반면 범죄의경우 성별구분 없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여기에 이성 청소년까지 몰래 합류하는 경우도 있어 시름은 깊어지고 있다.

현행 청소년보호법상 남녀 청소년들의 숙박업소 혼숙은 금지됐다. 다만 동성 숙박은 가능하다.

실제로 업주들은 최근에는 청소년들이 숙박업소를 이용하기 위해 동성끼리 방문했다가 추후 이성이 몰래 합류하는 수법을 쓰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입을 모은다.

인천에서 숙박업소를 운영하고 있는 A씨도 지난달 여성 청소년 2명을 투숙객으로 받았다 봉변을 당한 경험이 있다. 나이가 어려보이긴 했지만 동성끼리는 굳이 신분증을 확인하거나 투숙을 제지할 필요가 없어 그대로 키를 건넨게 화근이었다.

퇴실 시간인 오후 1시까지 나오지 않아 3시까지 여러차례 문을 두드리며 기다렸지만 기척이 없었다. 그 순간 경찰이 들이닥쳤다.

A씨는 "경찰이 '남녀 미성년자 손님을 받지 않았느냐' 물어 '그런 적 없다'고 답했는데 호수까지 이미 파악하고 있더라"며 "그곳은 분명 여학생 2명이 이용하는 객실이었는데 문을 열어보니 (경찰 말대로) 남자 1명에 여자 1명이 있었다"고 허탈해했다.

그는 "나중에 CC(폐쇄회로)TV를 돌려보니 오전 10시쯤에 남학생이 모자와 마스크를 쓴 채로 카운터도 거치지 않고 바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갔다"며 "인근 대학병원이 실습기간이라 워낙 학생들이 많이 투숙 중이어서 기존 투숙객이라고만 생각했다. 밤새 왔다갔다 하는 사람도 많았는데 그 사람들을 일일이 신분증을 확인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니냐"고 답답해 했다.

A씨는 그러면서 "(해당 남학생이) 카운터를 들렸다면 당연히 신원조회를 했을텐데 너무 억울하다"고 토로했다. 이 사건으로 경찰 조사를 두 차례 받은 A씨는 현재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다.

A씨는 "영업을 하지 않아도 1000만원 정도의 고정지출이 있다"며 "업주들은 이런 사건이 한 번 있으면 피해가 엄청 크다"고 하소연했다.

 

성인인증 시스템 도입해 앱 예약부터 걸러야

이 때문에 애초에 청소년은 성별을 막론하고 아예 받지 않는 곳도 있다. 전국의 모텔 운영자 1만 7000여명이 이용 중인 카페 '모텔은 아무나 하나'(모아하)에도 미성년자 손님은 받지 않는 것을 영업 방침으로 하고 있다는 업주들의 이야기를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현재 숙박업소를 운영하며 모아하의 부매니저로 활동하고 있는 김만진씨도 마찬가지다.

김씨는 "처음엔 동성끼리 오거나 혼자 방문했어도 나중에 이성이 몰래 들어오면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이런 것들이 부담스러워 애초에 동성이더라도 청소년은 받지 않는다"고 전했다.

그는 그러면서 "요즘은 외적으로는 청소년인지 성인인지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며 "청소년이라도 성인처럼 보이는 경우가 많다. 특히 남자의 경우 더 그렇다"고 전했다.

김씨도 3년 전 쯤 아찔한 경험을 했다. 청소를 하다 이용객이 두고 간 지갑을 발견했는데 확인해보니 2000년생 미성년자였던 것. 김씨는 "지갑을 찾으러 온 미성년자에게 대실비를 되돌려주며 '이렇게 미성년자가 오면 내가 범죄자가 되니 다시는 오지 말아달라'고 거의 빌다시피 말했다"며 "(해당 미성년자가) 숙박앱을 이용해 들어왔었는데 키도 워낙 크고 덩치도 커서 미성년자일 거라곤 생각을 못했다"고 씁쓸해 했다.

김씨는 손님들의 신분증 검사도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그는 "성인도 신분증을 갖고다니지 않는 사람이 있어 신분증을 보여달라고 하면 시비가 붙을 수 있다"며 "고객이 예약할 때 신분증을 지참해야 투숙할 수 있다는 문구가 없었다고 항의하면 끝이다"라고 말했다.

김씨는 그러면서 숙박앱들의 시스템 개선을 요구했다.

앱에 성인인증 시스템을 도입해 예약 단계부터 청소년들의 투숙을 제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방법이 어렵다면  앱 상에서 청소년 고객이라는 사실이라도 표시토록 해 업주들이 보다 주의깊게 살펴볼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것.

모아하는 매주 숙박예약 앱 본사 앞에서 이들을 규탄하고 있다.

 

청소년 숙박 막는 것만이 능사는 아냐...현장 감독은 필수

청소년들도 최근 숙박업소에서 일어나는 각종 범죄 행위를 모르진 않는다. 다만 청소년들의 숙박업소 출입을 무조건 막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고 주장한다.

지난 여름 부모님의 허락 하에 동성 친구들과 함께 난생 처음 여행을 갔다는 박지훈(18·남)씨는 하마터면 노상에서 밤을 지새울 뻔 했다.

박씨는 "부모님이 허락해주셨다는 말을 했는데도 (숙박업주가) 믿지 않았다"며 "부모님과 통화 연결을 해주고 나서야 겨우 열쇠를 받을 수 있었다. 다른 곳으로 이동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에서 나가라고 할까봐 불안했다"고 말했다.

박씨는 그러면서 "청소년 범죄가 심각한 문제라는 점은 알고 있지만 (청소년 범죄는) 장소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라며 "학창시절에 좋은 추억을 남기려 친구들과 여행을 갈 수도 있는건데 무조건 청소년이라고 숙박을 금지하는 건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한편 숙박예약 앱 업계에서도 관련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현장 검사는 앱의 서비스 개선과는 별개로 철저히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숙박예약 앱 업계 관계자는 "현장의 이슈를 잘 알고 있다"며 "풍기 문란을 일으킬 수 있는 (청소년) 남녀 혼숙은 금지된다는 점을 숙소 상품 설명 페이지에 명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19세 미만 청소년의 예약 자체를 거절하는 숙소도 있기 때문에 현장에서 숙소가 청소년들의 입실을 거부해도 취소나 환불이 불가능하도록 하는 정책이 있다"며 "이 또한 예약 전 반드시 숙소에 확인을 해야 한다는 것을 표시해 뒀다"고 설명했다.

다만 청소년들의 예약 자체를 막거나 성인인증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은 어렵다는 게 업계 입장이다.

이 관계자는 "성인인증 시스템을 도입해도 숙박업소의 관리감독 의무가 없는 것은 아니다"라며 "부모님 명의로 성인인증을 하고 예약을 하는 등 예약자와 현장 이용자가 다르면 문제가 또 생길 수 있다. 무조건 현장에서 철저하게 검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소년 투숙자 여부를 표시해달라는 요구에 대해서도 "개인정보 수집은 최대한 지양하고 있어 어렵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모텔 등의 숙박업소가 유해시설이 아니기 때문에 청소년들의 접근 자체를 막는 것은 어렵다"고 덧붙였다.

 

/스냅타임 심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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