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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에 뜬 '랜선여행'…하늘길 열리면 막내릴까

“‘걸어서 세계 속으로‘ 류 프로그램 과 뭐가 다를까 싶었는데, 정말 달랐어요.”

회사원 이혜주(가명·36·여) 씨는 지난달 4일 휴가를 이용해 스페인 바르셀로나로 ‘랜선 여행’을 다녀왔다. 65인치 대화면 TV에 유튜브 라이브 방송 링크를 연결하자 현지 가이드가 나타나 인사를 건넸다. 한국은 더위가 절정인 오후 4시였지만 화면에선 현지인들이 선선한 오전 푸른 공원을 배경으로 달리기를 하고 있었다.

이씨는 가이드를 따라 자동차가 우측 통행하는 낯선 도로를 건너 가우디 대성당으로 향했다. 무단 횡단하는 사람을 발견했을 땐 한국의 건널목이 떠올라 실소가 나왔다.

가우디 건축의 특징을 듣고 나서 바르셀로나 구(舊)도심까지 둘러본 뒤 90여 분 여행이 끝났다. 방송 채팅창엔 앞다퉈 작별 인사가 올라왔다. “아스따 루에고!(다음에 또 봐요.)”

여름 휴가철을 맞아 온라인으로 떠나는 랜선 여행이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하늘길은 막혔지만 오히려 집 안에 누워 '방구석' 여행을 즐길 방법이 늘었다.

‘랜선 여행객’들은 땀 흘려 걷는 실제 여행길이 그립지만 랜선 여행 또한 나름의 매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더운 여름 스마트폰 하나로 원하는 시간에 어디로든 떠날 수 있어서다.

 

(사진=이미지투데이)


 

라이브 투어·구글맵·여행 유튜버…각양각색 매력 뽐내는 랜선 여행

‘랜선 여행’은 온라인으로 떠나는 여행 방식을 통칭한다. 인터넷 연결선을 가리키는 ‘랜(LAN)선’이 온라인상 활동을 뜻하는 수식 표현으로 쓰였다.

방식 또한 다양하다. 실시간 방송을 활용한 ‘쌍방향 랜선 여행’이 대표 예다. 해외에 나가 있는 가이드가 현지 관광지를 실시간으로 소개하며 해설을 덧붙인다. 궁금한 점은 댓글을 통해 바로 질문할 수 있다. 거실 소파에 앉아 편히 해외 관광지를 둘러볼 수 있는 셈이다.

다른 사람들이 올린 여행 영상을 시청하는 것 또한 랜선 여행 방법 중 하나다. 다양한 장소의 풍경을 감각적인 화면에 담아낸 이른바 ‘여행 유튜버’들이 인기를 끌었다. 국내 각 지방자치단체 및 관광공사도 코로나19 이후 양질의 홍보 영상을 제작해 공개했다.

‘구글맵’에서는 무궁무진한 랜선 여행지를 찾아볼 수 있다. 거리 풍경을 제공하는 지도 기능을 이용해 낯선 도시의 골목길을 탐방하는 식이다. 옆 동네부터 처음 들어 본 국가까지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둘러볼 수 있다.

코로나19 이전 여행 기록을 들춰보며 추억을 회상하기도 한다. 과거 여행지 사진과 영상을 온라인 공간에 올려 당시 경험을 재구성하는 것. 때때로 ‘오늘아님주의’라는 다소 서글픈 해쉬태그(#)가 붙는다. 추억을 되팔아서라도 답답함을 해소하려는 노력이다.

 

랜선 여행객 “생동감 적지 않다…코로나19 이후 여행 준비할 발판”

랜선 여행객들은 실제 여행길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애초 기대한 이상으로 생동감을 느낀다고 전했다. 랜선 여행만이 가질 수 있는 장점이 만족스럽다고도 했다.

바르셀로나 랜선 여행을 마친 이혜주 씨는 “실시간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한 관광지에서 다른 관광지로 이동하는 시간도 함께해야 했다”며 “처음엔 단점인 줄 알았지만 이마저도 ‘실제 여행과 비슷하다’는 생각에 오히려 생동감이 들었다”고 밝혔다.

댓글을 통한 쌍방향 소통도 장점으로 꼽았다. 이씨는 “가이드와 댓글로 질의응답을 이어나가다 보니 옆에서 함께 걷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며 “단순히 영상에 드러난 정보를 받아들이는 것보다 훨씬 기억에 남는 방식”이라고 덧붙였다.

과거 방문한 여행지의 최근 모습을 살필 수 있다는 점도 매력이다.

이교은(31·여)씨는 아파트 엘레베이터에서 우연히 광고를 본 뒤 실시간 홍콩 랜선 여행을 신청했다. 이씨는 “이미 다녀 온 나라지만 최근 모습이 어떨지 궁금했다”며 “직접 가지 못하더라도 랜선 여행으로 ‘여기는 그대로구나, 이곳은 이렇게 바뀌었구나’ 하며 기억 속 여행지와 지금을 비교할 수 있었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코로나19 이후는? "발판 삼을 것 VS 지속 어려워"

일부 젊은 세대는 코로나19가 끝난 뒤 실제 여행을 떠나기 위한 발판 삼아 랜선 여행을 즐기고 있다.

여행으로 꾸준히 낯선 장소와 음식에 도전해 왔다는 유하은(26·여)씨는 “코로나19가 확산하자 실제 여행을 떠날 수 없다는 허탈감이 컸다”면서 “하지만 랜선 여행을 접하고 나서 ‘대리 만족’을 느끼며 감염병 종식 이후 여행에 대한 기대를 키울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유씨는 이어 “다른 사람들이 올린 영상을 찾아 보며 여행을 즐기는 다양한 방법을 알게 됐다”며 “현재 코로나19 상황이 힘들더라도 앞으로 떠날 여행을 계획하는 시간으로 삼아 ‘여행 버킷리스트’를 채워 나갈 것”이라고 목표를 전했다.

반면 장점에도 불구하고 랜선 여행이 갈증을 키울 뿐이라는 의견도 있다.

과거 여행업에 종사했던 A씨는 "랜선 여행이 늘고 있지만 역시 직접 보고 듣고 겪는 것만큼은 못하다"며 "코로나19가 끝난다면 더 이상 이어지기 어렵지 않을까 싶다"고 회의적인 시선을 보냈다.

 

전문가 ”오프라인 체험 더한다면 관심도 높일 수 있을 것“

전문가는 코로나19 이후 랜선 여행이 지속할 가능성을 낮게 점쳤다. 그러나 여행 전 사전 정보를 제공하거나 오프라인 체험을 결합하는 방식으로 기능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정란수 한양대 관광학부 겸임교수는 “랜선 여행은 코로나19 상황 가운데 실제 여행을 대체하며 활성화했기 때문에 (감염병 종식 이후에도) 지속되기는 쉽지 않다고 본다”면서도 “정보 해설 기능을 강화한다면 실제 여행을 떠나기 전 여행지에 대한 사전 지식을 수집하는 형태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방식을 확장할 필요가 있다”며 “랜선 여행과 오프라인 경험을 결합한다면 관심도를 더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실제 지난해 일본항공(JAL)은 랜선 여행을 진행하며 신청자들에게 미리 지역 특산물을 담은 택배를 보냈다. 랜선 여행 당일 참가자들이 특산물을 직접 맛보며 해설을 들을 수 있도록 기획한 것.

정 교수는 랜선 여행을 통해 지역 소득을 늘릴 수 있도록 지자체의 노력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여행은 지역 소득을 증대하는 계기가 되지만 랜선 여행에선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지자체가 랜선 여행을 통해 지역 소득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고안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스냅타임 윤민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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