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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을만 하면 팬 뒤통수 치는 프로야구..."잃어버린 10년 잊었나"

"술판을 벌여서 리그까지 중단시킨 건 코로나19 와중에도 응원을 보낸 팬들 뒤통수를 친 거죠."

밥먹을 때마다 야구 경기를 본다는 15년차 야구팬 윤모(25)씨는 최근 프로야구에서 잇따라 벌어진 일탈에 크게 실망했다.

윤씨는 사고를 친 선수들을 '미꾸라지'에 비유하며 "고작 미꾸라지 몇 마리가 물을 흐렸다 해도 밖에서 보면 그냥 흙탕물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탈을 저지른 미꾸라지 선수들에게도 화가 나고, 내가 사랑하는 스포츠가 흙탕물 취급 받는 것도 속상하다"며 복잡한 심경을 전했다.

지난 7월 NC발 프로야구 리그중단 사태부터 올림픽에서의 분위기 반전 실패, 이어진 음주운전, 대마초, 도핑 이슈 등 악재가 이어졌다. 어떤 외풍에도  야구장을 지켰던 팬들마저 지쳐 떠나는 모습이다.

올시즌 프로야구 경기는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오랜 기간 무관중으로 진행돼 팬들의 관심에서 조금씩 멀어졌다. 한국갤럽이 지난 3월(23~25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에게 설문조사한 결과 국내 프로야구에 관심있다’고 답한 비율은 34%에 불과했다. 반면 ‘별로 관심 없다’는 26%, ‘전혀 관심 없다’는 38%로 나타났다.

겹치는 악재 속에서 관중 수가 200만~300만명대에 그쳤던 '잃어버린 10년' (1997~2006년)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잃어버린 신뢰를 되찾기 위해서는  진심어린 사과와 강력한 징계, 재발방지책 마련 등 정공법이 필요하다는 는 지적이다.

두산 베어스와 NC다이노스 1군 선수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및 밀접 접촉에 따른 자가격리 대상자가 발생해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지난 12일 긴급 이사회를 통해 리그 중단을 결정했다. 13일 오전 대전 중구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방역 관계자가 야구장 시설을 방역하고 있다 (사진=뉴스1)


반복되는 선수 일탈에 지친 야구팬들

작금의 사태에 야구팬들은 복잡한 마음이다. 한화이글스의 팬인 윤모씨는 "계속 되는 사고에 불신이 눈덩이처럼 커졌다"고 속상한 마음을 전했다.

기아타이거즈의 오랜 팬인 주모(25)씨는코로나19 상황 속에서 이런 일이 벌어진 게 프로야구의 인기를 식게 만들지는 않을지 염려했다.

주씨는 "안그래도 코로나19 때문에 직접 야구장을 찾지 못해 재미도 덜한데 선수들 경기력마저 떨어진게 눈에 보일 정도"라고 말했다.

이어 "오랜 야구팬이면 야구판에 얼마나 문제가 많은지 다 알 것"이라며 "그나마 우리는 팬이라서 눈 감아준 것 아니겠냐"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롯데자이언츠의 팬인 김정현(26)씨는 "야구는 선후배 간 폐쇄적인 문화가 강하다고 알고 있다"며 "이런 구조 때문에 문제가 생기면 밝히고 사과하는게 아니라 숨기고 쉬쉬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동호 스포츠평론가는 "프로야구가 인기가 많기 때문에 언론 노출이 잦고 따라서 선수들의 일탈 역시 더 쉽게 눈에 띠는 것"이라며 프로야구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인기가 많은 스포츠인만큼 연봉도 높고 팬들의 기대도 높은데 이에 상응하는 자세와 윤리를 보여주지 못했다는 점에서 비판받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10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린 2021 KBO 프로야구 NC 다이노스와 롯데 자이언츠 경기가 무관중으로 진행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해결은 '정공법'으로...사과와 징계, 재발방지책 마련 필요

2004년 프로야구 병역비리, 2012년과 2016년 승부조작 사건 등 한국프로야구는 리그 전체를 휘청이게 할 사건을 겪었다. 그러나 그때마다 팬들은 관중석으로 돌아왔다. 구단과 KBO가 한 재발방지 약속을 믿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이마저도 신뢰를 잃은 상황이다.  야구팬들은 KBO가 내리는 징계처분의 일환인 '엄중경고'를 '킹중갓고'로 부르며 희화화 하고 있다.

협회는 △실격처분 △직무정지 △참가활동정지 △출장정지 △제재금 부과 △경고 처분 등의 제재를 가할 수 있다. 하지만 이제껏 많은 사건사고가 '엄중경고' 처분으로 그쳤기 때문에 실질적인 제재가 이뤄지지 못한다는 의미에서 팬들은 이를 '킹중갓고'로 부른다.

취재 중 만난 팬들은 야구가 다시 인기를 얻고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선 하나같이 '정공법'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윤씨는 "또다시 팬들이 돌아올거라고 안일하게 대응하지 말고 진심어린 사과와 징계로 달라진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제안했다.

주씨 역시  "오죽하면 '킹중갓고'로 부르겠냐"며 "구단 자체 경고도 중요하고 KBO 차원에서 일탈 선수들에게 강력한 징계를 내려 규제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최 평론가는 이번 사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프로야구계가 '투트랙'으로 변화를 시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 평론가는 "즉각적인 개선효과를 위해 엄격한 신상필벌을 적용함과 동시에, 장기적으로는 스포츠윤리와 시민의식에 관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 평론가는 "'야구로 보답하겠다'는 말은 '운동만 잘하면 된다'는 말과 크게 다르지 않다"며 "선수이기 이전에 시민으로서의 의무를 다해야 한다는 걸 운동을 시작하는 초·중·고등학생 때부터 계속 교육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냅타임 이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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