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 세대를 위한 뉴스

snaptime logo

현장실습, 전공자만 허용하겠다는 교육부…사학·철학과는 어쩌라고

교육부 최근 변경한 '대학생 현장실습학기제 운영규정'을 두고 대학가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현장실습학기제는 대학이 학생을 기업에 파견해 실제 산업현장에서 실습할 기회를 제공하는 한편 해당 실습을 학점으로 인정해주는 제도다.  기업으로부터 임금도 지급받을 수 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변경된 내용은 크게 두가지다. 교육부는 열정페이·무급인턴 논란을 반영해 현장 실습시 기본적으로 최저임금의 75% 이상을 지급하도록 하고, 무급 현장실습은 불가피한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허용했다.

아울러 교육부는 현장실습제가 당초 '전공 무관' 형태로 운영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앞으로는 전공과 관련 있는 직무만 현장실습이 가능하게 했다.  비전공 분야 진출을 모색하는 학생들의 경우 실제 현장을 체험할 기회가 차단돼 불만을 사고 있다.

'대학생 현장실습학기제 운영 규정' 제4조에 '현장실습학기제는 해당 전공분야의 실무능력 향상을 위해 학생 전공과 관련되게 운영한다'고 명시돼 있다.  현장실습학기제 도입 목적이 학교에서 배운 학문을 실제 현장에서 체험하는데 있는 만큼 비전공분야 실습은 취지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강화된 지침에 대학생들 사이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 현장실습학기제를 통해 제공되는 현장실습은 기업들이 모집하는 인턴십에 비해 경쟁은 덜 치열한 반면, 검증된 기업들이 참여해 취업준비생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전공을 제한해 현장실습을 허용할 경우 이공계나 상경계는 상대적으로  현장실습 기회가 늘어나지만 사회과학이나 언어전공 등은 불이익을 볼 수 밖에 없다. 게다가 비전공분야 진출을 모색중인 학생들로서는 직접 현장을 체험할 기회를 아예 박탈당한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특수전공은 지원할 수 있는 공고가 없다. (사진=제보)


실제로 바뀐 규정에 각 학교 현장실습 홈페이지는 전공과 관련된 공고만 노출되도록 바뀌었다. 본인 전공과 관련이 없으면 아예 공고가 보이지 않으니, 당연히 지원도 불가능하다.

H대학 러시아어학과 A씨는 "공고가 하나도 보이지 않아 올해는 현장실습이 없는 줄 알았다"며 "전공별로 지원을 제한한다는 것을 경제학과 동기에게 듣고 알았다.  경제학과 동기 계정으로는 20개가 넘게 보이던데, 현장실습에서도 '비상경'의 설움을 느끼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S대학 의류학과 B씨도 "전공과 다른 분야로 진로를 설계하고 있었는데 당황스럽다"며 "고3때 선택한 전공으로 인생이 결정되는 것은 아니지 않냐"고 반문했다.

보유 자격증, 대외활동 경험 등 다른 판단 기준이 없이 전공만으로 현장실습 지원자격을 제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불만이 높다.

전공과 다른 직무를 택하는 경우가 많은 국내 상황과 괴리가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작년 6월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발표한 '전공 선택의 관점에서 본 대졸 노동시장 미스매치와 개선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대졸취업자 전공과 직무간 불일치율이 50%로 OECD국가 중 가장 높다.

기존 정부의 방침과 다르다는 불만도 있다. 정부가 시행해 온 전공 외 다양한 능력을 갖춘 '융합인재' 양성 목표와 어긋났다는 주장이다. A씨는 "융합인재 만들겠다던 땐 언제고, 보완책도 없이 전공에 얽매이게 바꾼 것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서울 소재 한 대학 진로취업센터 관계자는 "학생들의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교육부 지침이 현실성이 없어 이렇게 될 알았지만 달리 방도가 없다"고 말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당초 현장실습학기제 도입 목적이 '이론에 대한 실습'이다. 전공 이외에 판단 기준을 두는 것은 취지에 어긋난다"고 설명했다.

직업훈련분야 전문가인 이우영 한국기술교육대 교수(전 폴리텍 이사장)는 "기회 박탈의 문제가 우려된다. 정부의 취지도 아예 이해 못할 것은 아니지만, 그렇지 않아도 취업이 힘든 인문사회 계열 학생들은 일경험을 쌓기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 사회의 트렌드는 '다학제간'이다. 다양한 전공을 융합해 사회 발전을 견인하자는 것인데, 이렇게 자유를 제한하는 것은 시대 역행이다. 다양한 일경험을 접할 수 있도록 기준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스냅타임 전수한 기자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