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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곳곳에 폐업공고만…비대면 개강에 대학가 상권 고사위기

황량한 캠퍼스, 동아리실도 모두 폐쇄
상권은 '보릿고개' 넘는 중..."백신 인센티브도 기대 안해"

“캠퍼스에 사람이 없어 개강한 지도 모를 정도에요. 코로나19 이후로 대학에 생기가 사라진 것 같아요”

9월 1일은 대학교 개강날이었다. 2학기도 비대면 개강이다. 7월경 서울대에서 ‘대면 수업’을 주장하기도 했으나 코로나19 4차 확산의 영향으로 무산됐다. 개강 당일 찾아가본 서울지역 대학가는 방학인듯 한산했다.

학생들이 삼삼오오 모이던 외대 ‘잔디광장’엔 적막이 흘렀다.

이문동에서 자취하는 이운재(25)씨는 “개강 한 지도 모를 정도다. 학교를 꽤 오래다녔지만 코로나19 이후로 캠퍼스에 생기가 사라진 것 같다”고 말했다. 고려대학교에서 만난 이대근(26)씨도 “학생이 생각보다도 적어 놀랐다. 학교를 쉬다가 복학했는데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고 전했다.

캠퍼스 곳곳에서 을씨년스러움이 느껴졌다. 방역 지침에 따라 주요 건물을 제외하고는 출입이 폐쇄돼있었다. 폐쇄된 출입문에는 ‘X자’로 테이프가 붙어있었다.

캠퍼스 내 인기 장소 역시 인적이 드물었다. 사진촬영·담소를 목적으로 학생들이 모이던 경희대 평화의전당과 외대 잔디광장은 조용했다. 연세대생 정영윤(25)씨는 “학생들이 보통 연세대 방문을 기념하며 ‘언더우드상’ 앞에서 사진을 찍는다. 북적거리던 언더우드상에 이렇게 사람이 없는 것은 처음 본다”고 말했다.

잠긴 동아리실을 억지로 열 수 없게 문틈에 스티커가 붙어있다.

대학생활의 꽃이라 불리는 동아리도 흔적이 보이지 않았다. 본래 개강시즌에 맞춰 캠퍼스 내에 홍보물을 도배하던 동아리들이었지만, 현재는 주로 온라인으로 회원을 모집한다.

동아리실이 모인 건물을 찾아가보니 모든 방이 불이 꺼진 채 굳게 잠겨있었다. 방역 지침에 따라 동아리실을 폐쇄한다는 문구와 함께, 강제로 문을 열었는지 확인할 수 있게 문틈에 스티커도 붙어있었다.

연세대 총동아리연합회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동아리실은 폐쇄 상태다. 꼭 필요한 활동일 경우, 동아리연합에서 사유를 검토하고 임시로 열어주고 있다”고 말했다.

상권은 ‘보릿고개’ 넘는 중…”백신 인센티브도 기대 안돼”

“개강 날만 바라보며 버텼는데, 체감이 안되네요. 언제까지 버텨야 할지…”

손님이 조금이나마 많아졌냐는 물음에 편의점 점주 A씨가 한숨을 푹 쉬었다. A씨는 대학가 상권은 모두 ‘보릿고개’를 넘는 중이라고 말했다. 학생들로 가득찬 개강 시즌을 기다리며 버텨왔는데, 비대면 개강으로 사정이 나아지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신촌에서 롤초밥가게를 운영하는 B씨도 “개강 날이라고 해봤자 손님이 10%도 늘지 않았다”고 한탄했다. 실제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 따르면, 소상공인 7월 체감경기지수(BSI)는 32.8로 전월 대비 20.8% 하락했다. 내달 전망 BSI 역시 45.4로 전월 대비 26.5% 줄었다.

점심시간에도 인적이 드물던 동대문구 대학 상권

정부가 자영업자를 고려해 거리두기 기준을 완화해준 이른바 ‘백신 인센티브’도 대학가에서는 별 의미가 없다.

2차까지 접종을 완료한 인원만 ‘사적모임 제한’ 예외에 해당되는데, 주 이용층인 2030은 2차접종까지 마친 인원이 많지 않아서다. 18~49세 일반국민 접종이 시작된 지난달 26일에 1차접종을 마쳤어도, 백신 인센티브 대상자가 되려면 6주가 더 필요하다. 추석 후까지 백신 인센티브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다.

B씨는”슬슬 모두 한계가 아닌가 싶다. 개강 당일날에도 체감이 전혀 안될만큼 암울한데, 백신 인센티브에 희망을 품는 것도 헛되다”라고 말하며 쓴 웃음을 지었다.

대학가 상권은 눈에 띄게 적막했다. 오후 일찍 방문한 동대문구 일대 상권은 점심 시간인데도 불구하고 인적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저녁 시간대 신촌 일대도 마찬가지였다. 애초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인데도 손님없이 텅빈 식당이 많았다. 세 업장에 나란히 붙은 ‘폐업공고’가 암울한 현황을 대변했다.

신촌 대학가 상권 1층 가게 3곳이 나란히 폐업해 있다.

/스냅타임 전수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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