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두호 기자] “내년 국민연금, 공무원연금, 사학연금, 군인연금 등 4대 공적연금에 투입되는 재정이 약 8조 7106억원입니다. 청년들이 정규직과 비정규직, 실업을 오가며 저임금에 불안정한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586세대들의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의 적자를 보전하기 위해서 자신의 소득 20~30%를 부담하게 하는 것은 공정하지 못합니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인 박용진 의원이 지난 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다. 이 게시글에는 기획재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국가재정운용계획을 인용하며 “2025년에는 공적연금 보전을 위해 10조원이 넘는 국민 세금이 투입 예정”이라 말했다. 박 의원은 지난 7일 더불어민주당 7차 대선후보 TV토론회에서도 같은 발언을 했다.

그렇다면 4대 공적 연금의 적자를 보전하기 위해 8조 7106억원이 투입된 것이 맞는지, 그리고 이 규모가 청년 소득의 20~30%를 차지하는 지 확인해 봤다.
정부 재정 8조 7106억 투입은→사실, 적자보존금은→거짓
기획재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2021~2025 국가재정운용계획’에는 4대 공적연금의 재정수지 총괄표가 나온다. 박 의원 뿐 아니라 대다수 언론도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나오는 재정수지 총괄표에서 ‘정부내부수입’을 적자보존금으로 판단해 “4대 공적연금에 적자보존금 8조 7000억원”이라 보도했다.

내년 예산안에서 4대 공적연금의 정부내부수입은 공무원연금 4조 7906억원, 군인연금 2조 9219억원, 사학연금 9877억원, 국민연금 103억원 가량이다. 이를 모두 합하면 박 의원이 말한 8조 7106억원이 나온다.
하지만 정부내부수입이 모두 적자보존금으로 쓰이지 않는다. 정부내부수입은 국가가 공적연금에 부담하는 비용과 적자보존금이 포함된 금액이다.
공무원연금의 보험료율은 18%로 국가가 9% 부담하고, 군인연금은 14% 중 7%를 국가가 부담한다. 사학연금은 18%에서 3.7%를 국가가 내고, 국민연금은 보험료율이 9%지만 국가는 부담하지 않고 기업과 노동자가 반반씩 부담한다.
공적연금 수입이 지급액보다 적어 적자가 나면 이를 정부 재정으로 메꾸는 적자보존금이 들어간다. 내년 적자보존금은 공무원연금 1조 4000억원, 군인연금 1조 7000억원 수준이며 국민연금과 사학연금은 적자보전금이 없다. 즉, 적자보존금은 8조 7106억원이 아니라 약 3조 1000억원이다. 나머지 5조 6000억원 가량은 국가가 부담하는 보험료다.
8조 7106억원이 적자보존금은 아니지만 정부가 부담해야 하는 금액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8조 7106억원을 전부 적자보존금이라 한 것은 사실과 다르며 정확하게는 ‘정부가 투입하는 재정’이 맞다.
8조 7106억은 청년 소득의 20%인가? → 거짓
박 의원은 8조 7106억원이 청년 소득의 20~30% 규모라고 말했다. 통계청이 공개한 연령대별 소득과 취업자 수를 통해 대략적인 청년 소득을 추정해보았다.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서 연령대별 평균 소득과 취업자 수를 이용해 청년의 연소득을 계산했다.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9년 기준 20세~24세 평균 월 소득은 168만원이고, 통계 대상이 된 취업자 수는 127만명이다. 25세~29세 평균 월 소득은 251만원, 취업자 수는 247만명, 30~34세 평균 월 소득은 312만원, 취업자 수는 249만명, 35~39세 평균 월 소득은 356만원, 취업자 수는 303만명이다.
이를 연소득으로 계산하면 20세~39세의 연소득은 323조 2690억원 정도가 된다. 이 소득의 20~30%는 64조 6538억원에서 96조 9807억원 사이로 추정할 수 있다. 이는 추정치로 정확한 수치는 아니지만 8조 7106억원과는 거리가 멀다.
청년들의 연령대별 평균 소득을 기준으로 종합소득세도 구해보았다. 평균 소득이기 때문에 고소득자와 저소득자는 세율이 달라 정확하지는 않지만 대략적인 규모는 파악할 수 있다.
연령대별 내야 하는 소득세를 계산해보니, 20세~24세는 2조 4727억원, 25세~29세는 8조 5090억원, 30세~34세는 11조 3082억원, 35세~39세는 16조 1811억원 정도다.
청년층이 납부하는 총 소득세는 약 38조 4712억원 규모다. 여기서 20~30%는 7조 6942억원에서 11조 5413억원으로 추정할 수 있다. 이 추정치에는 박 의원이 말한 8조 7106억원이 속한다.
결론적으로 공적연금에 투입하는 재정은 ‘청년 소득의 20~30%’가 아니라 ‘청년이 내는 소득세의 20~30%’가 맞다. 다만, 공적연금에 투입하는 재정은 전 국민의 세금으로 부과하는 것이지 청년에게서 거둔 세금으로만 내는 것은 아니다.
박 의원은 “586세대들의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을 보전하는데 청년 세대의 20~30%를 부담하는 것은 불공정”이라 했지만, 586세대에서도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을 받지 않는 사람이 훨씬 더 많다.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을 보전하는데 기성세대의 세금도 함께 들어간다는 얘기다. 청년 세대의 세금으로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 재정을 부담한다는 주장은 과장된 내용이다.
/박두호 기자